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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자가 50명이라면 매수자는 1명에 불과하다.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매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수도권에 ‘집값 폭락’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쉽사리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수도권 중 가격폭락세가 두드러진 곳은 과천과, 용인, 분당 등이다. 고가 아파트가 많은 이 지역은 세금 중과 및 대출규제라는 열악한 거래환경 속에서 매수부담이 커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 개발호재에 대한 영향이 집값에 모두 반영된 상태여서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다.

◇가격폭락 ‘쇼크’ = 용인 수지지역의 경우 집값 하락세가 심각한 수준이다. 불과 몇개월 새 최고 2억원이 하락했다. 실제 용인 풍덕천 165㎡형의 경우 지난해 초 8억3000만원이었지만 올해 6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2억원정도가 하락한 것이다.

용인 기흥지역은 대형아파트 위주로 매물이 적체되면서 거래가 부진하다. 매수자들이 추가하락을 기대하면서 매수에 나서지 않아 호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용인 기흥 상하동 S아파트 188㎡(57평)이 최고 5억원으로 지난한주동안 1500만원이 떨어졌다.

용인 수지의 한 공인중개사는 "기존 주택들이 급매물로 많이 나오고 있지만 수요가 전혀 없다"며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심리로 인해 급매물 적체현상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분당신도시가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대형 위주로 급매물이 대거 출시되면서 집값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자부담 때문이다.

분당구 정자동 소재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각종 호재가 집값에 모두 반영된 상태에서 판교신도시와 광교신도시 때문에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라며 “매수세가 얼어붙으면서 호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천 별양동 주공 5단지 122㎡(37평)는 지난 한주동안 1500만원이 내려 8억5000만원에서 최고 10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부동산중개업소 때아닌 한파 = 용인 수지지역 부동산중개업소들은 때아닌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매매가 이뤄져야 수입이 발생하지만 거래가 없기 때문이다.

집값이 하락하면서 그나마 좋은 가격에 팔려고 매매를 요청하는 물건은 계속 쌓여만 가는데 살려는 사람이 없다.

이 때문에 부동산중개업소들이 때아닌 한파에 달리고 있다.

용인 수지의 J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집값이 하락하면서 은행이자부담을 느낀 입주자들이 중대형 위주로 매물을 내놓고 있다”며 “하지만 매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매물 적체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인근 H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도 한숨만 내쉬고 있다. 집값이 떨어지면 거래가 활발했는 것과는 정반대로 집값이 계속 떨어져도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매도할 사람은 50명이라면 매수자는 1명에 불과하다”며 “집값하락으로 매도물건 100여건 이상을 갖고 있는데 팔리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매수자들의 추가하락 기대심리가 작용하면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저점이 아니라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김은경 스피드뱅크 리서치팀장는 “새 아파트로 입주하기 위해 보유세 부담으로 기존주택을 내놓거나 투자목적으로 아파트를 구입했던 입주자들이 금융부담 때문에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매수자들은 추가하락 기대감으로 매수에 섣불리 나서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집값 하락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수 기자 kjs@asia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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