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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미셀 빌모트(Jean Michel Wilmotte). 프랑스의 세계적 건축가다.

루브르박물관, 대영박물관 등도 부분 설계했다. 우리에게도 꽤 많이

알려졌을 만큼 낯설지 않은 인물이다. 건축의 대가답게 풍모도 넉넉

한 두꺼비상으로 보였다. 이 자리에 빌모트 씨를 굳이 내세우는 데

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며칠 전(4일) 그가 수원을 찾았다. 그것

도 광교신도시 미래를 열기 위한 현지를 보기 위해서였다. 현지답사

라고나 할까. 권재욱 경기지방공사 사장의 안내로 광교신도시 예정지

를 찾은 사진 속 빌모트 씨의 얼굴은, 그러나 생각보다 진지해 보였

다. 시야에 들어오는 340만평에 이르는 명품신도시를 그의 머리 속에

는 어떻게 요리하고 있었을까 궁금했다. 아무튼 발상부터 따져 10여

년을 끌어온 광교신도시 건설은 이렇게 해서 현실로 다가왔다.


지사 셋을 거칠 만큼 시간도 많이 흘렀다. 또 지사와 수원시장의 가

려진 갈등도 있었다. 대기만성이라 했던가. 광교신도시는 그래서

‘명품신도시’라는 보통명사 하나를 더 붙였다. 그만큼 수원의 새

역사를 그려내는 뚜렷한 현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는 흔히 요즘

신도시 하면 주거개념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광교신도시

는 그렇지 않다. ‘주거’라기보다 아예 도시 하나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작업이다. 고전적 역사도시 옛 수원과, 신문화를 이끌어갈 국제

적 신도시를 가르는 두 가지 컨셉으로 보는 것이 낫다. 서울의 강북

·강남을 염두에 두면서 광교를 바라보는 것이 이해하기 쉽다.


사실 수원은 200년의 실학사상이 깃들어 있는 역사의 고장이다. 하지

만 오랫동안 문화사적 측면에서 빛을 보지 못한 곳이 또한 수원이

다. 서울의 변방도시라고나 할까. 위성도시로 서울에 묻히는 바람에

수원은 아예 변방화 되어졌다. 아니 서울시민 귀향의 기착지 정도로

만 여겨왔다. 도청을 비롯한 경기도 기관들이 모여 있는 수부(首府)

라면서 이렇게 제구실을 못했다. 전환점은 그러나 7년여 전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되면서부터다. 화성(華城)의 세계적 인정은 그래서 문

화도시로의 새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했다.


광교신도시는 수원의 판도를 바꾸는 것뿐 아니라 경기도를 새롭게 단

장하는 계기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환경단체의 꾸준한 노력이 71%라

는 공원녹지율을 얻어낸 것은 기적이다. 또 각 기관이 모아질 이른

바 행정타운의 건설은 에듀타운과 함께 타 신도시와 다른 신개념 주

거단지로 각광 받는 이유다. 솔직히 광교산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수

원 녹지축은 수원의 자랑이며, 자존심이다. 그 끝자락의 광교신도시

건설은 그래서 수원시민의 반대여론도 만만찮았다. 다행히 녹지공간

의 확보로 수원의 전체 면모도 살아나고 ‘광교신도시’도 도시다운

틀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은 평가할 일이다.


수원은 이제 명실상부한 경기도의 얼굴로 옛 모습을 바꿔 거듭 태어

나는 길을 택했다. 옛 수원은 이제 역사의 도시 보존적 가치로 전환

할 때다. 그리고 신도시 ‘광교’는 신흥도시로 뿐 아니라 국제문화

기능의 의미가 매우 짙어지게 됐다. 컨벤션센터가 건설되는 유원지

중심의 면모는 그래서 주목받는 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빌모트 씨도 현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행정기관이 집중되는 행정타

운이 ‘광교신도시’ 이미지를 높이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게 될 것

이다”라고 하면서 “주변시설과의 연계성을 강화하여 신도시의 얼굴

이 될 수 있는 랜드마크 역할을 가미시켜야 한다”고 옆에 있던 권

사장에게 넌즈시 던진 소감이다. 역시 세계적 건축가는 한눈에도 보

이는 모양이다. 뿐만 아니다. 신대저수지와 원천저수지도 그는 눈독

들였다. 풍부한 수변공간을 적극 활용해 거주민들에게 풍요로운 휴식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고도 자신 있게 내놓았다. 이날 동행한 권재욱

사장이 공감을 했다는 뒷얘기는 그래서 매우 흥미롭다. “앞으로 저

수지 주변을 다듬는 데 어느 곳보다 힘을 기울일 것이며 국제회의장

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규격의 호텔 구상도 해야 한다”는 말이 권 사

장의 입에서 튀어 나왔다니 말이다.


우리는 흔히 경기도 역사적 의미를 천년사로 요약하는 경우가 많다.

고려, 조선으로 이어진 이 땅의 조상 발자취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

다. 그러나 우리가 분단시대를 밟아오면서 또 하나의 분단을 겹으로

경기도민은 안아야만 했다. 다행히 얼마 전부터 열린 개성공단의 출

입은 그나마 통일의 상징성 이상으로 경기도민에겐 각별한 애환의 경

기 분단사를 읽게 하고 있다. 신수원시대의 한 축으로 ‘광교신도

시’를 눈앞에 둔 경기인의 새로운 감회다. 또 분 ？판교와 동탄신도

시로 뻗어내리는 중간 지점으로의 ‘광교’가 갖는 도시축과 광교산

줄기가 이어지는 녹지축의 두 맥은 광교신도시를 지키는 버팀목으로

도 의미롭다.




/主筆 이진영칼럼


게재일 : 2007.05.09 중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