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포털에서 거래포털로!

‘부동산 狂코리아’

[헤럴드 생생뉴스 2006-11-25 10:02]






[커버스토리]‘억’에 웃고‘억’에 우는

집있어한잔, 집없어한잔…올라서한잔, 안올라서한잔

미친부동산…술권하는사회

“이젠 완전 거지됐군. 회복불능이야”- “너무 자학하지마”- “위로로 들리지 않아. 비아냥처럼 들린다”- “이제 와서 후회하면 무슨 소용있냐, 기회가 또 오겠지”-“기회가 온다고? 끝났어. 집이 도대체 뭐야. 자네하고 나 사이에 극복할 수 없는 계층이 생겼군. 나는 쪽박, 자네는 재벌”-“재벌은 무슨 재벌, 집 한칸 있다고 재벌이면 대한민국 사람중 재벌 아닌 사람 어디 있나”-“집도 집 나름이지”-“자! 그러지 말고 소주나 마시지.”-“너나 먹어. 내가 마실 건 소주가 아니라 양잿물이 나을 거야” 부동산 광풍이 갈라놓은 친구, A와 B가 허름한 대포집에서 만났다. 똑같이 37살. 직장생활 7년차. 시작은 같았는데 A는 집값이 올라 요즘 화장실에서도 괜히 웃음이 나오고, 연신 소주를 입에 털어 넣는 B는 마누라 볼 낯이 없어 고개를 꺾는다. 둘도 없는 A와 B, 오랫만에 만난 둘은 둘 사이에 쳐진 벽을 느낀다. 땅값이 올라 아버지와 아들이 칼부림을 하면서 재산다툼을 벌이는 험악한 세상에서 친구사이의 단절이 무슨 대수일까마는, 둘의 기막힌 사연은 실패한 부동산 정책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적어도 한국적 자본주의에서는 말이다.

▶혈중 농도 0.1% B=100미터 달리기로치면 우린 똑같은 출발선에 있었지. 지방출신에 고교때 줄곳 상위권 성적, 게다가 대학졸업하고 29살에 나란히 같은 회사에 입사했으니 말야. 그게 2000년, 지금부터 6년전이군 A=그랬지. 너 혼자 자취하다가 갑작스럽게 집주인이 방을 비워달라고 해서 나하고 같이 살았잖아.

B= 그래 맞아. 네가 방 두칸 짜리 단독주택 2층에 살고 있었지. 1년동안 부대끼며 살때가 지금 생각하면 제일 재미있었던 것 같아. 네가 결혼한다고 해서 나도 같은 날 결혼했잖아.

#A,B는 2001년 9월 어느날 똑같이 결혼식을 올렸다. A는 앞으로 집값은 계속 오른다고 생각했고, B는 집은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 주거의 개념으로 바뀔 것이라고 했다. 처가에서 9000만원, 본가에서 1억1000만원, 직장생활에서 번돈 2000만원을 합쳐 2억2000만이 있던 A는 은행대출을 끼고 2억 9000만원에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1차 34평을 장만했다.

A=결혼앞두고 저녁때마다 집문제로 고민했는데…생각나니. B=왜 생각이 안나겠나. 니가 앞으로 집값 오른다고 했을 때 무슨 귀신 신나락 까먹는 소리하느냐고 했지. 그때는 정말 그렇게 생각했지. 지금도 내 판단이 잘못된게 아니라 세상이 나를 배신했다고 생각하지. #A가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 특히 집에 대한 소유개념이 강해 절대로 그런 날이 오지 않는다”고 설득했지만, B는 소신을 꺾지 않았다. B는 또 A의 추천도 듣지 않았다. B는 당시 처가와 본가의 지원까지 합쳐 1억 5000만원이 있었는데, A는 B에게 2억원을 주면 살 수 있는 서초구 잠원동 한신16차 27평형을 은행대출끼고 사라고 했다. 하지만 B는 집을 사는 대신 직장출근하기 좋다면서 남산타워 32평형에 1억 5000만원을 주고 전세로 들어갔다. A=지금 생각하면 아찔해. 그때 대치동 집 안 샀으면 나도 쪽박이지 뭘. B= 그때 너에게 미친짓이라고 했지 아마. 7000만원에 대한 이자가 한달에 60만원 가량인데, 그 돈을 고스란히 모으면 나중에 목돈이 된다, 주식에 투자하는게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 뭐 그랬던 것 같군. A=그때 너도 잠원동 아파트 잡는 거였는데. 지금 재건축한다고 6억 5000만원 정도 되던데. ▶혈중 알코올 농도 0.2% B=그나 저나 너네집 요즘 얼마냐. A=뭘 그런걸 묻나. 술이나 마시자. B=많이 올랐지. 한 10억 하나? A=팔려고 생각은 안했지만, 요즘 시세가 12억원 정도 하는 모양이야. 그래봐야 집한칸인데 뭘….

B=그래봐야 집한칸이라고…. 그럼 나같은 놈은 뭔가. 너네 대치동 집팔면 프랑스에 있는 고저택을 산다며. 인터넷에 올라있더라.당장에 중세 기사가 말을 타고 마중을 나올 것 같은 풍경, 저택높이만큼이나 자란 나무를 바라보며 차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거실…. 109만유로라니 13억원이면 되잖아. A=요즘 심사가 꼬여있구먼. 쓸데없는 소리말고. 참! 어디 사나.

B=군포! A=거기도 집값 많이 올랐잖아, 거기 평촌하고 비슷한데 잖아. 평촌도 버블세븐에 들어가던데. B=장난하니? 집주인이 좋아하겠지. 내집이 아니잖아. 남산타워에서 밀려서 사당동으로 갔다가 다시 평촌, 이제는 군포로 밀려난 거야. 정말 욕 나오지. XX. 내가 그렇게 허당하게 잘못 산거냐. A=너만 그런거냐. 직장에서도 난리다. 집있는 사람들도 누군 오르고, 누군 제자리라고 난리야. 나도 결혼할때 집장만하지 않았으면 별볼일없지 뭘. 2년 전세 살 다가 정신차려 집 사려고 할 때는 이미 천정부지로 집값이 뛰고 있었으니 말야.

B=내가 바로 그런 케이스지. 김대중 시절부터 집값이 올랐지만, 2003년 새정부 출범때부터 집값이 많이 올랐 잖아. 아마 그때 대치동학원이니, 대치동아줌마니 하면서 자네 집값이 5억 이상 하지 않았나.

▶혈중 알코올 농도 0.3% (둘이 마신 소주가 5병을 넘어가고 있다.) B=이해가 안돼. 노무현(대통령) 들어와서 연일 집값 때려 잡는다고 정책을 발표했는데 왜 집값은 계속 오르는 거야. 도데체 알수가 없어.

A=정부를 믿지 않는 거지. 국민들은 시장원리로 움직이는데, 정부는 시장을 거꾸로 읽는 거야. 그러니 국민들은 ‘언젠가는 시장원리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뭐 이렇게 생각하는거지. B=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대통령 말을 뭘로 아는거야. 우리같은 설량한 시민들 좀봐라. 집사면 후회한다, 강남에 집있는 사람 후회하게 만들겠다. 이런 말 들을 때마다 부동산 잡힐줄 알았어. 속으로는 고소했거든.

A=야 임마, 그렇게 말한 사람들 다 강남에 집 있잖아. 강남잡는다고 부동산대책 내놓을때 강남에서 집 옮기잖아. 그 집이 지금 22억 한다며.

B=진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부동산공화국이야. 나야 그렇다고 치고, 애들이 안됐어. 가난의 세습, 무주택의 세습말이야. 전세금빼면 5000만원 있어. 매년 1000만원씩 모은 거지. 너도 알다시피 직장인 일년에 천만원 모으기가 얼마나 어렵냐. 남들은 하루아침에 ‘억’ ‘억’하지만 말야. A=지가 먹을 건 타고 난다고 하잖아. 이제 7살 4살인데 벌써부터 무슨 걱정이냐.

B=그게 아냐. 사회교육학적으로도 증명된다고 하잖아. 부모의 직업, 재산 뭐 이런게 아이의 교육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A=술맛 떨어지는 소리 하지 말고 소주나 마셔.

B=들어보라니까. 이 자식아. 끼리끼리 논다고 하잖아. 강남에서 좋은 대학많이 가니까, 가정 형편 좋은 애들이 몰려들고, 지원을 잘 받아 공부잘하는 애들끼리 경쟁하니까 상승작용이 있다니까. 그러니 우리애들은 말짱 도루목이지 뭘 그래. 이럴 바에는 고교평준화니 뭐니 확 풀어버리는게 나을 것 같아.

A=야! 논누렁에서도 용난다고 우리도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왔잖냐. 그나저나 내년에는 대선인데, 좀 제대로 된 사람이 해야지 원. B=남 애기하듯 하지 좀 마라. 강남사람들은 노무현 대통령 또 찍는다며. 돈 벌게해줬다고.

A=야 그만 가자 가자.

(둘은 그날 소주 6병을 마셨다. A는 한병 반, 나머지는 B가 들이켰다) 김소민 기자(som@heraldm.com)

- `헤럴드 생생뉴스`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우푸르지오 윤정호 031-298-4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