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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매경 10/12 기사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정부의 미분양 아파트 매입 대책 등에 대해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난다며 정면으로 비판했다.

또 정부의 씀씀이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내년에 추가 지출을 억제해야 한다는 권고도 내놨다.

KDI는 11일 `2008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시장 등 특정 부문에서 발생하는 충격에 대한 정책은 시장경제의 기본적 구조조정 원칙을 준수하는 범위에서 수행된다는 기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책임 제작한 조동철 KDI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에서 (건설업체들의) 뒤를 봐주는 듯한 정책을 쓰는 것은 장기적으로 좋지 않으며, 어떤 경우라도 본인 책임 하에서 사업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올바른 방향임을 강조한 것"이라고 풀어 설명했다.

정부는 건설경기 부진에 대한 대책으로 내년까지 미분양아파트 5000가구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발표했다.

이에 대해 건설사들의 사업 실패를 국민의 세금으로 보상해주는 반시장적 정책으로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으며 국책연구기관인 KDI마저 비판에 가세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부는 미분양 아파트 매입 대책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 재정으로 경기부양하는 것도 자제

= KDI는 재정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재정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것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보고서를 통해 "경기전망을 감안할 때 내년에 추가적인 지출을 억제하고 세원 확대 노력을 지속함으로써 재정수지 개선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KDI는 특히 "내년 예산안의 총 지출 증가율은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세워놨던 증가율도 뛰어넘는다"며 "추가적인 재정지출을 억제하고 재정이 경기 확장적으로 운용되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정부 예산상으로 내년 총지출 규모는 올해보다 7.9% 증가한 257조3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KDI는 "최근의 경기 확장세를 고려할 때 당분간 재정 측면에서 경기대응이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올해의 세수 호조가 재정 지출의 확대로 연결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실질적인 나라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대상수지가 적자에서 허덕이고 있고 저출산ㆍ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재정지출도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중장기적 재정도 안정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 비은행금융기관 구조조정 지속

= KDI는 금융정책과 관련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같은 부실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비은행 금융기관을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KDI는 "비은행 금융기관들의 부동산 관련 여신운용에 대해 면밀한 모니터링을 계속하는 한편 구조조정을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장기ㆍ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활성화를 통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KDI는 통화정책과 관련해 국내 경기회복세 진전과 대외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향후 인플레이션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면서 당분간 신중히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환율도 대외여건 변동이 국내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할 수 있도록 외환시장의 수급여건에 따라 신축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경기 확장해도 규제 때문에 주택건설 침체

= KDI는 "경기확장 국면에 들어서도 주거용 건설부문이 정부규제 등 영향으로 계속 침체할 것으로 예상돼 전체 건설투자의 빠른 회복을 낙관하기 힘들다"는 전망도 내놨다.

이재준 연구위원은 `투자형태별 경기변동 요인분석` 보고서에서 "1980년에서 올해까지 분기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설비투자율은 경기를 견인하는 선행성이 있는 반면 건설투자율은 경기 후행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그러나 건설투자 중 유독 주거용 부문은 경기와의 연관성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건설투자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용 건물 건설투자의 경우 만성적인 초과수요 상태에서 현재 정부 주택정책이나 관련규제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는 설명이다.

이와 달리 비주거용 상업 및 공장건물 건설은 제조업 생산이나 서비스 활동수준에 연동해 변동하는 측면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설비투자는 당분간 경기확장을 유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겠고, 경기확장에 따라 건설투자도 비주거용 건물 건설을 중심으로 다소 회복될 가능성이 있겠지만 민간주택부문 등 주거용 건물 건설은 경기 관련성이 낮아 정부정책이 유지되는 한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