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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만 바쁘다.

한 일은 손꼽기도 민망한데 가는 날은 쏜살같다.

달랑달랑한 달력은 어찌 또 그리 애처로운지.

마음만 바쁘지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것도 없이 또 그렇게 남은 날을 보내야할지도 모른다.

 마무리는 머릿속에서만 맴돈다.

딱히 멋진 신년구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허둥대다 뒤늦게 서야 가슴을 치는 게 늘 하던 버릇이다.

 낡은 일기장에도 그렇게 적혀있다.

결국 매년 덧없이 세월만 보낸 셈이다.

바보처럼.

그렇게 수없이 후회하고 가슴을 쓸어내리고서 말이다.

정말 바보 아닐까?

 험난한 한해가 저물어 간다.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부동산시장은 사경을 헤맸던 한해다.

내년이라고 썩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유럽재정위기가 여전하고 세계경기도 쉽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내년 한국 경제의 갈 길을 막을 대외 위협요인으로 유럽재정위기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전문가들은 유로 존 위기가 내년에도 이어지면서 세계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내다본다. 수출의존

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휘청거릴 수밖에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경제 회복속도도 더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재정절벽도 불안요인이다.

심각한 충격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가 없지는 않으나 위협요인임은 두말할 것도 없이 분명

하다.

신용평가사들은 재정절벽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압박의 수위를 늦

추지 않는다.

유럽 경제 부진은 중국과 미국의 경기 둔화와 함께 한국의 수출 부진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재정 불안이 해소되고 그에 따라 중국과 선진국 소비가 얼마나 회복되느냐가 중요하다며 선진국이

살아나야 우리도 살아난다고 말한다.

 내부적으로는 가계부채와 부동산가격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침체가 급격히 악화되면 금융시장 전반에 큰 충격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주택가격

이 1993년대 초반 일본수준으로 떨어지고 금융회사가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을 회수하려고 할 경우 대출금

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이른바 깡통주택이 현재의 8배 수준으로 급증할 것이라는 경고도 있다.

 일본식 장기불황에 대한 염려도 끊이지 않는다.

가계부채문제가 한계점에 다다른 데다 저성장 기조로 접어든 경제 상황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성장률이 6%면 불황이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6%는커녕 3%달성도 쉽지 않아

졌다. 올해 전망치도 2%대로 예상되고 있다. 경제위기 상황을 제외하면 최악의 불황이 아닐 수 없다. 벌

써 십 수년째 경제 역동성이 눈에 띄게 약해지면서 성장률이 자꾸 제로를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주택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1990년대 일본을 닮아가는 게 아니냔 염려의 배경이다.

 부동산 가격이 지난해부터 상승세를 멈추면서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 초기상황과 흡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버블 붕괴 이후 일본의 부동산 가격은 무려 20년째 한해도 예외 없이 하락해, 버블 직전 최고점의 3

분의1수준으로 떨어져있다. 우리나라 부동산도 버블이 붕괴 되면 어디까지 가격이 하락할지 모른다는 심

한 불안감에 섬뜩하다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도처가 지뢰밭이다.

성한 곳이 한군데도 없을 지경이다.

당장 경제가 절단이 나지 않은 게 외려 이상할 정도다.

 오랜 진통 끝에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유예 안이 국회문턱을 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법안 뿐이다. 정작 부동산시장의 물꼬를 터야할 분양가상한제 탄력

운영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은 뒤로 미뤄진 채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유예 법 시행으로 2014년 12월 31일 까지 재건축 관리처분 인가 신청 단지에 한해

재건축 부담금을 면제 받게 됐다.

또 이미 관리 처분 인가를 받고 공사를 진행 중인 단지도 법 시행일까지 재건축 부담금이 부과되지 않았다

면 면제 대상에 포함된다.

 가뭄의 단비가 아닐 수 없다.

침체가 깊어져 당장은 강남권재건축시장만의 호재일수 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주택거래 활성화의 불씨가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재건축 주민들에게만 이득을 주는 법안이라는 볼멘소리가 외려 재건축 잠재수요를 자극할 수도 있다.

 재건축에 대한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진척이 더디던 재건축시장이 속도를 낼

것이기 때문이다. 재건축은 속도가 생명인 점을 감안하면 생각보다 폭발력이 훨씬 클지도 모를 일이다. 허

울만 그럴듯한 9.10대책으로 김샌 표정이 역력하던 재건축시장에 화색이 도는 이유다.

집값하락으로 초과이익을 환수당하는 단지가 많지 않지만 투자심리를 살리는 데는 안성맞춤이다. 대내외

적으로 악재가 겹겹 한 상황에서도 최소한 재건축아파트 값이 추가로 떨어지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시장의 반응은 남다르다.

그동안 서울시의 소형평형 확대에 발목이 잡혀 답보상태이던 재건축 진행이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가시

권에 든 재건축 단지에는 매수세의 발길이 잦아질 것이다. 2014년까지 관리처분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가

일층 채찍질을 가할 것이다. 투자심리 회복은 덤이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그렇게 만만하게 볼 부동산시장이 아니다.

고깟 초과이익 환수 유예조치 하나로 불길이 활활 타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산적한 악재가 그렇다. 이 역시 반짝 효과에 그칠지도 모를 일이다. 9.10대책이 좋은 예다.

 담담히 첫발을 뗐을 뿐이다.

예전에 늘 그랬던 것처럼 다시 그곳에서부터 불길이 타오르길 바랄 뿐이다.

첩첩한 악재 속에서 그나마 불씨라도 살릴 수 있어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물론 이로 인해 내수경기까지 살아나면 금상첨화다.

그로인해 뒤늦게나마 부동산문제와 경제문제가 몸통이 다르지 않음을 인식할 계기가 된다면 그것 또한

120% 만족이다.

 그러나 저절로 그렇게 될 것으로 판단하면 그것은 대단한 오산이다.

정치권이 힘을 모아 경제를 살리고자하는 진정성이 필수다.

그렇게 다시 부동산시장이 정상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과 행동이 따라야할 것이다.

예전의 강남권재건축시장이라면 능히 그러고도 남는 잠재력이 있다.

부동산시장을 마치 표를 얻기 위한 수단쯤으로 여기는 정치권은 정신을 바짝 차려도 모자랄 일이다. 서울

시장의 그 지존인 척하는 오만불손을 포함해서 말이다.

 일본제라면 사족을 못 쓰던 시절이 있었다.

made in Japan 가전제품 하나면 목에 힘을 잔뜩 주던 때다.

소니 텔레비전, 내셔날 카세트가 인기 캡이고 하다못해 일본 여행 중에 사온 코털 깎기마저도 부러움의 대

상이던 시절이다. 부잣집 아이들은 등굣길에 예외 없이 코끼리 보온도시락 통이 손에 들려있던 때다. 우리

경제가 30년 이상 발 벗고 뛰어도 따라잡을까 말까 한다던 그 시절 그 일본이다.

 일본식 불황은 발붙일 데가 없다.

그들이 가질 수 없었던 반면교사를 우리는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반면교사의 가르침을 소중하게 되새기며 신중에 신중을 거듭나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과 경제가 결코 한 몸통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인 그것 말이다.

 이제 일본은 더 이상 롤 모델이 될 수 없다.

made in Japan 가전제품이 made in Korea에 기가 팍 죽은 것처럼 말이다.

그저 닮고 싶지 않은 반면교사일 따름이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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