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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고 곱다.

노랗고 붉게 물든 단풍잎에 닿아 눈이 부실 지경이다.

맑고 고운 빛깔은 기품이 넘친다.

 주변의 것들과도 잘 어우러진다.

어우러지다 못해 돋보이게 하는 재주가 있다.

살짝 닿기만 해도 반짝반짝 광채가 난다.

이 계절이 유독 환한 이유이다.

 왼 종일 깊은 상념에 빠져도 결코 지루한 법이 없다.

차지도 뜨겁지도 않아 꾸벅꾸벅 졸기에도 아주 그만이다.

 가을볕 말이다.

봄볕처럼 볕에 그을려 기미낄 염려도 없다.

오죽하면 봄볕은 며느리를 내고 가을볕은 딸을 낸다는 속담이 있을 것인가.

 가을볕이 흐드러진 날,

아내 품처럼 편안한 날이다.

 실제 사정이야 어쨌든 한숨은 돌린 게 틀림없다.

거래가 늘고 호가가 오른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다.

바닥을 찍었다는 전망도 요즘 그다지 어렵지 않게 듣는 소리다.

엊그제는 국토해양부장관까지 주택시장 바닥 다지는 중이라는 발언이 있었을 정도다. 9.10 취득세 감면대

책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자화자찬 식 얘기겠으나 추가대책은 고민하고 있지 않다는 덧붙인 말을

되새겨볼 때 침체의 끝에 대한 어느 정도 자신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추석 이후 일주일 간 3건의 거래가 있었다.

9.10대책이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란 세간의 전망이 봇물처럼 쏟아질 때다.

그리고 난 한 주간 7~8건이 팔렸다.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무색할 정도다. 이러한 추세라면 9월

25여건의 거래실적이 딱히 부러울 것도 없다. 정말이지 일부의 전망처럼 바닥다지기가 한창인지도 모를

일이다.

 급하게 팔려고 내놓은 급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일부는 팔리고 일부는 걷어 들였다. 일부는 가격표를 올려달았다. 순식간에 5~6천만 원씩 호가를 올렸지

만 매수세의 눈길은 썰렁하기만 하다. 참다못해 종전 거래가격에 1~2천만 원 오른 수준으로 내린 매물은

팔려 나갔다. 지난 한 주간 팔린 7~8건의 사연이다.

 대책발표이후 1~2천만 원이 오른 셈이다.

거기까지다. 그 이상은 아예 염두에도 두도 있지 않다는 투다. 매수세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데도 그이상

은 추격할 의지를 찾아 볼 수가 없다. 여기까지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말이다.

 그렇다고 얕잡아 볼일은 아니다.

그간 주택시장의 침체를 감안하면 결코 과소평가할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 길고 험난한 추락 장세가 방

향을 튼 것만 기지고도 대단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그 알량한 성과를 두고

국토해양부장관이 으스대듯 바닥 다지는 중이라는 발언을 했을 것인가.

 하지만 대단한(?) 공을 오롯이 취득세 감면 대책으로 돌리기에는 걸리는 게 무척 많다.

작게는 전세 값 상승이 있다. 바다건너 미국 부동산시장이 살아난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대선주자

셋이 약속이나 한 듯 발표한 보금자리 정책의 수정 발언도 한 몫 든다. 무엇보다 오랜 침체로 반 토막 난 집

값이 실수요를 자극했을 것이다. 저금리 기조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거기에 취득세 감면이 불을 붙였을

뿐이다. 하지만 한시적이다. 두 달 후면 불쏘시개가 사라진다는 얘기다. 설령 지금을 바닥이라 해도 불안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려는 당장 집값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고작 1~2천만 원 오르고 횡보하는 집값이 한시적인 취득세 감면 효과의 한계라는 얘기다. 국토해양부 장

관의 자화자찬하듯 바닥 다지는 중이라는 말이 공허하기만한 이유이다.

 혹, 모르겠다.

대선주자 셋이 작심하고 부동산띄우기에 나선다면 말이다.

보금자리 정책을 임대주택 쪽으로 전환하고 강남권재건축에 가해진 규제를 풀어서라도 주택경기 활성화에

목숨을 건다면 말이다.

불을 확 지른다면 못할 것도 없을 것이다.

나라꼴이야 어떻게 되든지 말이다.

 꿈같은 얘기다.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는 말이다. 십중팔구 참여정부시절의 대못이 다시 등장할 것이다.

이미 겪은 사춘기를 또다시 겪는 일이다. 문제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대선 판에 부동산공약이

끼워들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득보다 실이 많다. 표를 얻기는커녕 통째로 표를 잃기 십상이다. 아니,

그나마 달랑달랑한 정치권의 신뢰가 통째로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경기가 살아나야 부동산시장도 살아난다. 미국과 선진국이 모두 좋아져야한다, 세계경기회복과 한국 주

택시장이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일단 경기가 살아나야 투자심리가 살아난다. 투자심리가 살아나면 투자자

와 실수요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또 투자목적이 아니더라도 현재의 주택보다 더 좋은 집에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에 해당되는 얘기다.

 집값이 폭등하는 장세를 원하는 사람들은 없다.

집값이 반 토막이 나길 원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없다.

어느 날 갑자기 불을 확 질러 시장을 살리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갑자기 폭등하거나 반 토막을 내게 하는 이면은 늘 정치권의 그런 의도가 숨겨져 있다.

 물 흐르듯 거래가 이뤄지면서 그렇게 굴러가는 게 극히 정상적인 시장이다.

그게 바람직한 시장이다.

잠시 쉬었다가 1~2천만 원 오르고 또 1천만 원 빠졌다가 1~2천만 원 오르는 식으로 말이다.

거창한 대책보다 살짝살짝 팔꿈치를 찌르는 넛지가 필요한 이유다.

정부의 역할은 거기까지다.

어찌 보면 지금이 정상의 시작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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