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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게 보면 그다지 서운할 것도 없다.

어디 한두 번 겪는 일인가.

언제는 비가 너무 쏟아져서 탈이고,

또 언제는 몹쓸 황사 때문에 시린 봄 내내 나들이조차 힘겨운 적이 한둘이 아니잖은가.

그런가하면 느닷없는 태풍으로 쑥대밭 된 논바닥을 보고 얼마나 가슴을 쓸어내렸던가 말이다.

더구나 오늘 밤이면 그토록 바라던 장맛비가 원 없이 쏟아진다는 게 아닌가.

 외려 더하지 않은 것을 서운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본디 계절이라는 것이 철없어 변덕스럽기는 해도 뒤끝은 없지 않은가.

바싹 마른날 뒤의 장맛비가 얼마나 통쾌할 것인가 말이다.

길게 보면 서운할 것도 없다.

 주택시장이 위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어 집값은 떨어지는데도 팔리지 않다보니 대출을 얻어 집을 산 사람들이 다 죽게

생겼다고 난립니다.

연체율이 높아지고 소비위축으로 이어지면서 경기 전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습니다.

유관 자영업자들이 생계를 걱정해야할 처지에 몰리면서 밑바닥 경제가 무너질 지경이라는 위기론까지 고

개를 들었습니다.

 가계부채 문제가 임계점에 달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DTI를 풀어야한다는 요구가 끊이지 않는 이유입니

다.

일단 주택거래의 숨통을 터줘 집을 팔고 대출을 갚게 하자는 논립니다.

지난해 4월 침체의 시작이 3월말 DTI 한시적 해제가 종료된 점을 그 근거로 지목합니다.

급격히 얼어붙은 원인으로 DTI부활로 꼽으면서 결국 DTI가 주택거래를 활성화하는 해법이라는 논리에섭니

다. 장기적으로는 되레 금융시장을 경색시킬 수 있겠지만 당장의 불을 끄는 데는 그 보다 더한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없다는 이유에섭니다.

 사실 주택시장을 왜곡시킨 주범은 따로 있습니다.

먼저 전세난을 유발시키고, 투자심리를 꽁꽁 얼어붙게 한 장본인입니다.

무주택기간이 길면 길수록 유리한 당첨요건 때문에 로또나 다름없는 횡재수만 바라며 집사기를 포기하고

전세로 눌러 앉다보니 전세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소형평형의 수요자인 이들은 초기수요의 고리를 끊었습니다.

당연히 거래는 썰렁할밖에.

집이 팔리지 않자 집값은 떨어지고 오르지 않는 집은 투자가치로서의 매력이 반감됩니다.

초기수요가 끊긴 주택시장은 투자자의 발길이 급격히 줄었습니다. 투자의 대명사격인 강남권재건축은 엉

겁결에 된서리를 맞은 꼴입니다. 투자자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턱없는 급매물만 바라보는 실수요자로 근근

이 명맥을 유지해가는 형편입니다. 예전의 화려한 명성은 이미 빛바랜 누런 사진첩이 된지 오랩니다.

보금자리주택, 바로 그들이 한 일입니다.

 주택시장을 들쑤셔놓은 장본인하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가 또 있습니다.

이미 침체가 시작된 이후 등장한 점에서 발목을 잡은 위인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수도 있겠습니다.

법위에 조례, 조례위에 그분으로 불리며 통상의 상식을 뛰어넘는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분입니다. 보통은

법아래 조례 그리고 그 조례에 따라 집행이 되는 게 행정의 수순인데 말이죠.

완장을 차자마자 좌충우돌, 조례 따위는 아랑곳없이 전가의 보도가 무색할 지경입니다.

 강남권재건축시장을 단박에 휘어잡습니다.

강남권재건축시장이 주택시장의 리딩히터 격이니 단박에 주택시장을 휘어잡은 셈입니다. 싸움판에서 흔히
쓰는 수법인데, 상대편 우두머리 제압으로 그 졸개들을 순순히 무릎을 꿇게 만드는 재주죠.

 무기는 소형평형 30% 단하나.

서민을 위한다는 포장이 그럴 듯해서인지 조례를 어겨가며 어깃장을 내도 속으로는 가슴을 칠지언정 변변

한 대꾸도 없습니다.

소형평형 30% 룰에 대한 입장이 워낙 강경하다보니 처음엔 요리조리 빠져나갈 궁리를 하더니만 속속 꼬리

를 내리고 30%룰에 맞춰 새로운 계획안들을 만들어냅니다. 도저히 빠져나갈 수는 없을 거 같으니 아예 빠

른 재건축이라도 챙겨야겠다는 속셈인거죠. 울며 겨자 먹기 식이긴 해도 주판알을 튕겨 봐도 그게 가장 남

는다는 계산인거죠.

 개포주공 1단지가 아직 줄다리기 중일 뿐 결사항전을 불사하겠다던 개포시영은 주판알을 튕기고 나서 잽

싸게 두 손을 들었습니다. 엊그제 서울시 도시계획위로부터 “참 잘했어요.”라는 성적표를 받아들고는 빨라

질 재건축에 사뭇 축제 분위깁니다. 물론 소형 30% 조건을 접수하고 나서죠.

 
 추가 분담금 때문에 발목이 잡혀 진퇴양난이던 가락시영은 종 상향으로 숨통이 트이나 싶더니 서울시의

소형평형 30% 권고안이 새롭게 가해져 울상인 반면, 둔촌주공은 외려 표정이 다소 밝아 졌습니다. 캄캄한

밤중에 촛불하나로 천지가 환해질 정도는 아니라도 종 상향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어섭니

다. 비록 소형평형 30%와 공공기여 방안을 제시하라는 소위원회의 추가권고가 있었지만 추가권고사항의

보완으로 결국 둔촌주공의 종 상향은 문제될게 없다는 언급을 한 셈이기 때문입니다.

그날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강남권재건축 계획을 무더기로 승인했습니다.

물론 소형평형 30%룰을 적용한 단지들이죠.

 하지만 이로 인한 강남권재건축시장에 혼란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투자성은 줄고 진행이 순조롭지 않

을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면서 투자심리는 극도로 위축됐습니다.

느닷없는 박시장의 소형평형 확대로 강남권재건축시장의 침체는 더욱 깊어졌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을 전

망입니다.

 보금자리에 얻어터지고 소형평형에 발목 잡히고, 이쯤 되면 동네북이 따로 없을 지경입니다. 집하나 가진

죄, 그것 때문에 말입니다.

평생 집 한 채 장만하느라 뼛골 빠지게 일한 죄밖에 없는 무구한 백성만 이리 채이고 저리채이고 만신창이

가 된 셈이죠.

 보금자리니 소형주택으로 발목을 잡은 높은 양반을 탓하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거창하게 경제전반에 미치는 문제까지 들먹이며 주택시장의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고자함도 아닙니다. 집

하나 가진 죄 때문에, 집하나 장만하기 위해 얻은 대출 때문에 동네북이 되고 절망하는 이들의 숨통이 트이

길 바람에섭니다.

보금자리며 소형주택확대로 주택시장을 이 지경으로 만든 양반께 드리는 말씀입니다.

 우선 피를 돌게 해야 합니다.

꽉 막힌 거래를 뚫는 일이 급선무라는 얘기죠.

집이 팔리면, 문제는 술술 풀리게 마련입니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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