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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 10/12 기사

2000년대 들어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새로운 고급 주거문화로 각광받고 있다.

하늘을 찌를 듯한 위용과 성냥갑 모양을 탈피한 멋진 디자인, 거기다가 집값 상승률까지 높아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특히 재력가들이 초고층 주상복합으로 몰리면서 `부촌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새로운 사회적 현상도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 주거 여건에 대한 평가는 찬사와 비판이 엇갈리고 있다.

바깥으로 드러난 모습을 떠나 초고층 주상복합에 현재 살고 있거나 과거 거주했던 주민들에게서 내부 주거 여건에 대한 `진짜` 얘기를 들어봤다.

"답답해도 참아야죠. 혼기를 맞은 딸이 훌륭한 사윗감을 찾을 때까지는 그냥 살려고 합니다."

서울 강남 초고층 T주상복합아파트에 사는 L씨(56)는 주거환경을 묻는 질문에 다소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이곳에 정ㆍ재계 인사를 비롯해 변호사ㆍ의사 등 전문직 거주자가 많기 때문에 입주민 커뮤니티에 동참해 인맥을 쌓으면 괜찮은 사윗감을 얻을 확률이 높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L씨는 "딸이 시집가면 전원주택으로 이사할 계획"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정작 살기에는 불편한 구석이 있다는 말이다.

강남 D주상복합에 사는 K씨(47)는 얼마 전 600만원짜리 외제 고급 선팅필름을 구입해 유리창에 부착했다. 유난히 더웠던 이번 여름을 견디다 못한 고육지책이었다.

K씨는 "창문이 완전히 열리지 않는 데다 타워형 구조기 때문에 공기가 잘 통하지 않아 `온실`이나 다름없다"며 "1년의 절반가량은 에어컨 없이 살 수가 없다"고 불평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관리비 부담이 엄청나다.

T주상복합에 살다가 일반 아파트로 이사한 C씨(38)는 "160㎡대에 살았는데 여름철 한 달 관리비가 100만원 이상 나왔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D건설 관계자는 "초고층 건물은 외장재를 가볍게 해야 하기 때문에 주로 유리류를 많이 사용하는데 기술력이 떨어질 경우 `최고급 온실`을 만들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T주상복합에 살다가 대치동 D아파트로 이사한 L씨(39)는 "주상복합에는 야외 휴식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 어린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가 없고 산책을 좋아하시는 부모님도 답답해 했다"면서 "단지 내 공원 등이 조성된 일반 아파트로 이사한 후 부모님과 아이들의 만족도가 특히 높아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초고층 주상복합 옹호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입주민 보안시스템과 편의시설 이용에 강점이 있다.

일반 아파트로 이사한 후 부모님과 아이들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전한 L씨는 "보안과 편의시설 이용은 T주상복합이 더 만족스러웠다"며 "비싼 관리비를 내는 만큼 보안카드를 통한 출입구 통제시스템이 철저했고 각 층마다 쓰레기 수거함이 마련된 데다 수영장 등 스포츠시설이나 편의점 사우나 등이 한 건물에 있어 이용이 편리했다"고 말했다. 또 조망권이나 마감재 등도 일반 아파트보다 낫다는 설명이다. T주상복합에 살았던 C씨는 "50층에 가면 서울 시내 전경과 주변 녹지가 시원스럽게 보인다"며 "바닥이나 벽 마감재도 일반 아파트보다 고급스럽게 잘 해놨다"고 전했다.

그는 "모든 생활의 불편과 단점을 `가격`이 커버해 주는 것 아니냐"고도 말했다.

"고급 주상복합이 나름대로 장점을 갖고 있는 데다 최근 수년간 집값이 대폭 뛰었기 때문에 입주자들이 일부 불편한 점을 감수하며 살고 있다"는 얘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