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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멤버십`은 일산 주부의 필수품 [중앙일보]
5월 문 연 고양아람누리
회원 5만 명 중 70% 이상이 주부
가입 유행처럼 번져


경기도 일산 신도시에 사는 주부 유선옥(44·고양시 주엽동)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동네 친구 3명과 함께 집을 나서 10여분 만에 고양아람누리 극장에 도착했다. 그는 여기서 장애를 극복하고 네 손가락으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이희아씨의 연주회를 감상했다. 이날 아람음악당 객석을메운 900여 명 관객 중 40%는 주부였다. 이들은 대부분 종합 공연시설인 아람누리 회원이다.

유씨는 .일산 주부들 사이에서는 아람누리 회원에 등록해 문화생활을 즐기는 게 유행이 됐다.고 말했다.

일산 신도시 주부들이 아람누리공연장에 푹 빠져 살고 있다. 하나의 공연장이 지역 주민의 문화 생활을 통째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입주 초기인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신도시는 허허벌판에 콘크리트 아파트 숲만 가득했다. 변변한 문화시설이 없어 문화 불모지로 불려 왔다. 하지만 입주 15년이 지난 현재 일산 신도시는 다양한 공연장과 극장이 들어서면서 문화도시로 탈바꿈 중이다.



대표주자가 5월 개관한 아람누리다. 신도시 주부들은 이 공연장의 회원으로 가입해 고품격 공연에 흠뻑 빠져 산다. 학부모 모임이나 동창회도 아람누리에서 열 정도다.


고양문화재단 회원인 유선옥·박영희·최옥순·이정례씨(왼쪽부터)가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오페라극장) 휴게실에서 공연을 관람한 후 내용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양영석 인턴기자]

◆멤버십 가입 열풍=고양 문화재단의 주부회원 박영희(46)씨는 "문화재단 회원으로 가입하면 관람료의 10%를 할인받고, 매월 공연 안내책자까지 받아 봐 일거양득"이라고 말했다.

고양문화재단 회원은 마두동의 아람누리와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의 체육.공연 복합시설인 어울림누리(2004년 9월 개관)를 이용할 때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올 5월 아람누리가 개관하면서 고양문화재단의 회원 수는 급격히 늘고 있다. 현재 회원 수는 5만 명이 넘는다. 대부분이 일산 신도시 주민이다. 전체 일산 신도시 주민(30만 명 예측) 중 6분의 1에 달한다. 이 중 30~50대 주부가 70%를 차지한다.

고양문화재단 홍보실 김태경(37) 대리는 "아람누리가 개관한 뒤 4개월여 동안 일산 신도시 주부들을 중심으로 회원 수가 1만5000여 명이나 늘었다"고 말했다.

회원 가입은 무료다. 우수회원에게는 클래식 해설 강의 같은 특전이 제공된다. 주부회원 최옥순(49)씨는 "아람누리가 생기면서 매주 공연 일정을 챙기고 공연장을 찾는 게 일상이 됐다"면서 "심지어 주부들은 모임 장소로 아람누리를 이용할 정도로 아람누리가 주부들 생활의 일부가 됐다"고 말했다.



◆고품격 공연, 서울 부럽지 않아=고양문화재단 회원인 유선옥 주부는 "예전에는 웬만한 공연을 즐기려면 서울로 나갔어야 하는데 이제는 집 근처의 세계적 수준의 공연장에서 저렴한 가격에 공연을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아람누리의 공연 수준은 국내 최고 수준이라는 평이다. 16일엔 '한.중 스페셜 아티스트 콘서트'가, 29~30일엔 '뮤지컬 명성왕후'가 공연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유니버설 발레단(UBC)이 발레 '춘향'을 5월 4~6일 아람누리 개관작으로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

고양아람누리 박수용(43) 운영팀장은 "보다 많은 시민이 고급 문화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서울에서 열리는 공연을 20~30% 싼 가격에 매기는 중저가 전략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예술 수요층이 한쪽으로만 편중되지 않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양아람누리=정부 예산과 고양시 예산 1500억원을 들여 착공 4년 9개월 만인 5월 4일 일산호수공원 인근에 개관했다. 지하철 3호선 정발산역과 연결돼 있다. 아람극장(오페라극장.1887석).아람음악당(전용 콘서트홀.1449석).새라새극장(실험극장.300석)의 3개 공연 시설이 있다. 노루목 야외극장(1000석 규모)과 1300㎡ 규모의 아람미술관도 있다.


[ijj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