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포털에서 거래포털로!

 여름밤이 쩔쩔 끓는 것은 단지 미친 열대야 때문만은 아닙니다.

피 끓는 대한의 젊은이들의 패기 넘친 함성은 짧은 여름밤을 뜨겁게 달굽니다.

대~한민국 함성소리에 대한민국이 펄펄 끓습니다.

 신기한 것은 용광로처럼 타오르던 더위가 한방에 가시는데 있습니다.

무엇이 이토록 대한민국을 뜨겁게 하는가.

무엇이 이 쩔쩔 끓는 더위를 한방에 날리는가.

그것이 몹시 궁금할 따름입니다.

 부동산 투기를 옹호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과도기의 대한민국의 경제에 이바지한 공로는 정상 참작돼야 한다는 논리에도 결코 동의하고 싶지 않습니

다. 부동산투기는 투기일 뿐입니다.

 여기, 평생 집 한 채 장만을 위해 온몸을 다 바친 두 사람이 있습니다.

내 살집 한 칸 마련을 위해 젊음과 재산을 통째로 바친 사람들입니다.

평소 부동산투기라면 몸서리를 치던, 그야말로 백면서생이나 다름없는 평범하고도 평범한 대한민국의 장

삼이사인 셈입니다.

물론 투기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이나 먼 사람들입니다.

 베이비부머, 하우스푸어, 이들에게 씌워진 감투(?)입니다.

얼마나 재주가 많으면 하나도 갖기 힘든 감투를 두개씩이나 썼으니 비상한 재주꾼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요즘 부동산관련 언론보도에는 이들 얘기가 하루도 거를 날이 없을 정도니, 어찌 보면 이시대의 대표주자

쯤 여겨도 큰 탈이 없을 성 싶기도 합니다.

 20년을 넘게 직장생활을 하고 7번의 전세살이 끝에 마련한 집입니다.

2억의 대출을 받아 강남권의 5억짜리 아파트를 산 것은 3년 반 전의 일입니다.

리먼 사태 위기 때 바닥을 찍고 집값이 막 살아나기 시작할 때입니다.

노후를 위해 변변한 준비도 없는 터라 집 한 채가 효자가 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마련한 집입니

다. 일확천금은 꿈을 꾸지도 않고 매년 물가상승률을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올라만 주면 이보다 더한 투자

는 없겠다는 생각 끝에 한 결심입니다.

갑자기 닥친 명예퇴직에도 큰 걱정은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해서 생활비가 크게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다 집값이 그런대로 올라줘서 여차하면 집을 줄여서라도 굶어죽는 일은 없겠다 싶어

섭니다. 베이버 부머, K씨 얘깁니다.

 P씨는 남부럽지 않은 대기업 간부사원입니다.

강남에 30평대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오래전에 전세금에 약간의 대출을 얻어 산 낡은 주공아파트가 재건축이 되는 바람에 졸지에 강남부자 소리

를 듣게 됐습니다.

사실은 강남부자소리가 영 쑥스럽습니다. 달랑 아파트 한 채가 재산의 전부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집을 살 때 얻은 대출은 그동안 생활비를 아껴 다 갚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한참 때는 10억을 훌쩍 뛰어 넘어 주변의 부러움의 시선을 한 몸에 받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K씨의 고민이 시작된 것은 대출금 만기가 됐다는 은행의 통보가 있고 나섭니다.

이자만 내오던 대출을 원금과 같이 내게 되면 연장이 가능하다는 것이지만 그렇지 않아도 빠듯한 형편에

원금까지 내야 되는 것이 여간 부담이 될 수가 없습니다.

이참에 집을 팔고 수도권으로 갈아탈 계획도 해봤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습니다.

집값이 거의 반 토막이 나다시피 떨어져 대출금을 갚고 나면 수도권의 변변한 아파트를 잡기도 쉽지 않을

듯싶습니다. 게다가 팔려고 해도 거래가 끊겨 팔리지도 않습니다. 이자만 내는 대출로 갈아타는 것 또한 만

만치 않습니다. 집값이 떨어지는 바람에 대출 한도가 부쩍 줄어 한도가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우스 푸

어 라더니 딱 집 가진 거지 짝입니다.

 번듯한 음식점을 내는 데는 알량한 퇴직금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이 궁리 저 궁리 끝에 집을 담보로 대출을 얻어 음식점을 내기로 했습니다.

마땅히 배운 기술도 없이 반평생을 직장생활만 해오던 처지라 그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결국 퇴직금에다 2억을 대출을 내서 제법 번화가에 냉면집을 낼 수 있었습니다.

경험이 따로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평소 성실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인 P씨는 성실 하나면 못해

낼게 없다는 생각으로 용기를 낸 것입니다.

갑자기 몰아친 감원 태풍에 엉겁결에 사표를 던지고는 한동안 절망감에 한숨만 푹푹 내쉬는 게 일과였던

일 년여의 시간을 지나고 나서의 일입니다.

 평생을 다녀봐야 맨 날 그 타령인 직장생활 보다 백배 나을지도 모릅니다.

잘만하면 팔자가 확 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채 3년이 지나지 않아 음식점을 접어야 했습니다.

경험부족인데다 때마침 불어 닥친 불황에 견뎌낼 재간이 없었습니다.

종업원 급여는 물론 집세 내기도 팍팍해 갈수록 적자폭이 커져 도저히 버틸 재간이 없어섭니다. 결국 투자

한 돈을 날리고 여기저기 적지 않은 빚까지 늘었습니다.

집을 팔아 대출금도 갚고 새로운 사업도 해볼 계획이지만 사정은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10억이 넘던 집값이 반 토막이 난데다 주택거래가 뚝 끊겼기 때문입니다.

강남부자가 졸지에 하우스푸어가 된 셈입니다.

 K씨와 P씨는 흔히 말하는 베이비부머이고 하우스푸어 맞습니다.

그들은 투기를 일삼던 투기꾼이 아닙니다.

그야말로 평범하고 극히 평범한 대한민국 보통사람일 뿐입니다.

잘못이 있다면 너무도 성실한 잘못이 있을 뿐입니다.

 그들은 평생을 들여 마련한 집 한 채를 공중에 날려버릴 판입니다.

이런 조시면 자녀 결혼자금이고 노후자금이 물거품이 되기 십상입니다.

그들은 대한민국 경제 따윈 따질 겨를이 없습니다.

 죄라면 정부를 믿은 죄밖에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 때문에 되레 가슴에 구멍이 뻥뻥 뚫린 사람들입니다.

결단코, 그들을 모른 채 해선 안 될 일입니다.

믿고 따른 자를 외면한 죄, 정말 큰 죄입니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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