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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칼럼] 이명박의 '실용'과 김정일의 '실리'

둘 사이 충돌이 不和 원인
北의 돌발행동 유의해야

차오위즈(喬禹智) 베이징대 조선경제연구실 주임

입력 : 2008.05.02 21:52 / 수정 : 2008.05.03 00:56

▲ 차오위즈(喬禹智) 베이징대 조선경제연구실 주임요즘 남북한 사이의 대화 통로가 꽉 막히면서 걱정스러운 것은 북한의 농촌 사정이다. 당장 보릿고개를 넘겨야 하고, 올해 농사를 짓기 위해 비료를 뿌려야 할 때도 지난 형편인데 북한 주민들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을 것이다. 더욱이 중국 동북지방과 북한 지역에 지난 겨울 가뭄이 지속됐기 때문에 어려움은 더 클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한국에 등을 돌린 자세를 바꾸지 않고 있다. 그 원인은 아무래도 이명박 대통령의 '실용'과 김정일 위원장의 '실리'에서 찾아봐야 할 듯싶다.

이명박 대통령의 '실용'은 경제적인 개념이다. 남북 관계를 포함한 모든 것을 기브 앤드 테이크(give and take), 즉 주고받기가 확실한 '거래'를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북한에는 한국과 거래할 재료가 거의 없다. 이미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백두산관광, 심지어 평양관광까지 한국과 거래할 수 있는 건 다 내놓았기 때문이다. '북핵 폐기'는 북한으로서는 국가 안전 문제인데, 국가 안전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설사 거래를 한다고 해도 미국 같은 강대국과 국가 안전 문제와 경제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통 큰 거래'를 할 때 쓰는 것이지 한국과 이야기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실리'는 정치적인 개념이다. 북한의 어려움은 체제 유지를 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국제환경이 변해 과거식 사회주의 국가로부터의 원조나 교역이 없어졌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정치에 필요한 돈을 마련해야 하는데 국제적으로건 국내적으로건 모두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북한의 국제무역은 시설투자를 더 하지 못하는 현재 상황에서는 더 이상 증가할 게 없다. 2006년 이후로 북한 수출액 증가가 없고 수입 1순위가 쌀과 같은 생필품인 점을 봐서는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를 설비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제일 안전한 길은 국제 원조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은 북한과의 '정상적인 국가 간 관계'를 추구하면서 원조를 줄였고, 일본과는 '납치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 상태이며, 미국과는 북핵 문제로 여전히 협상이 진행 중이다. 역시 제일 쉽게 체제 유지를 하면서 지원을 얻어낼 수 있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한다는 이야기는 북한 입장에서는 별로 신통치가 않다. 더 이상 '실리'에 바탕을 둔 거래에 내놓을 게 없는 형편인데, 굳이 '실용'적으로 '거래'를 하자는 게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니 북한의 언사가 고울 리 없게 된 것이다.

과연 앞으로의 남북한 관계는 어떻게 될까. 김정일 위원장이 필요로 하는 '실리'와 이명박 대통령의 '실용' 사이에 어떤 거래가 이뤄질 수 있을까. 예측 가능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는 이미 수많은 아사자(餓死者)를 내면서까지 진행했던 '고난의 행군'을 경험한 김정일 위원장으로서는 좀 더 힘든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한국에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북한 사회의 고난에 대한 '면역력'을 믿고 대남 강경 자세를 밀고 나가는 것이다.

둘째, 한국으로부터 '실리'를 얻는 길이 막히면 어쩔 수 없이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다. 베이징올림픽 성화봉송을 최선을 다해 성대하게 치른 데는 그런 뜻이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세 번째 상황으로 북한이 '막가는' 것이다. 중국 속담에는 '맨발의 사람은 신발 신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북한으로서는 한국으로부터 쌀, 비료 지원이 안 된다면 어차피 앞으로 아사자가 속출하게 될 것이고,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어차피 죽는다면 국부적인 전쟁이라도…"라는 생각을 하지 말란 법이 없다. 물론 기우(杞憂)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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