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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설화 기행; 서울시 홈피

어느 부모나 자식에게 소원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화목이고 하나는 건강이다. 형제 자매끼리 우애 있게 사는 것과 아들 며느리 내외간에 금술 좋게 사는 것. 오순도순 정겹게 사는 것이 부모에게는 낙이고 보람이고 기대 사항이다.

그리고 병들지 말고 몸 성하게 사는 자식을 보는 것이다. 참척(慘慽)이라 하여서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는 그 슬픈 일을 당하지 않으려는 것, 이것이 소망이고 기도거리이다.

이것은 일반 백성이나 고관 대작이나 군왕제왕(群王帝王)이나 다를 것이 없는 부모 마음이다.

그런데 조선의 시조 이성계는 이 두가지 복을 지니지 못하였으니…….
잘 알다시피 아들 방원이 이복 형제를 죽이고 개국공신을 죽이고 셋째 왕으로 올라서자 기가 막히고 분노하여서 함흥으로 버렸다. 옥새를 가지고서 말이다. 이 함흥으로 태종이 사신을 보냈으나 진노한 태조 이성계는

“개같은 놈의 자식. 그 자식의 심부름이라고 온 함흥차사(咸興差使) 너도 같은 놈이니까 죽어라!”
이리하여 애꿎은 함흥차사는 돌아오지 못한 왕의 사자가 되었다 그런 연유로 한 번 간 뒤에 아무런 소식이 없으면 함흥차사라고 하는 것이다.

박순(朴淳)이라는 사람은 이성계의 친구였다. 태종은 박순을 함흥차사로 보냈다. 박순은 아직 젖이 채 떨어지지 아니한 망아지를 함흥에서 이성계의 집 앞 버드나무에 매어 두고 또한 제 망아지와 함께 있고 싶어하는 어미말을 끌고서 이성계를 뵈러 갔다.
“오, 박순인가? 오랜만이군. 그런데 저 말이 막 울고제끼는데 왜 그런가?”
“젖이 떨어지지 아니한 망아지를 밖에 두었더니 제 에미 찾고 제 자식 찾느라고 저리 슬피웁니다.”
“그러면 같이 데리고 다니지 그런가?”
“저 말 저것도 이 조선의 사정을 아는데 어찌…….”
“무슨 조선의 사정인가?”
“부모 자식이 떨어져도 못 만나는 그 사정 말입니다.”
“음. 박순 그대는 이제 보니까 방원이가 보낸 고약한 놈이군 그래?”
“예, 고약한 함흥차사올시다. 오죽하면 저 말의 부모 자식정을 비유로 들었을까요? 이제 저는 죽이시되 그 정을 살리소서!”
“음. 그런 자네를 내가 죽일 수가 없구만. 이리 올라와서 술을 한잔 들게나.”

이리하여서 일이 잘 풀리는 듯하였다. 그래서 박순은 기분 좋게 술을 들고 음식을 많이 들었다. 드디어 죽지 아니하는 함흥차사가 나타난 것이다. 바로 바군 자기 말이다. 그러니 음식에 무슨 사양이 있으랴?
그러나 먼길을 온 나이든 나그네가 이 어려운 일을 해결하니까 흥분도 되고 긴장도 풀려서 그만 그날 저녁 병이 나고 말았다.
“좀 쉬었다 가게나. 몸이 안좋으니까!”
“아닙니다. 당장 가서 …….”
그러면서 박순은 성치 않은 몸으로 함흥 별궁을 떠났다.
그러나 이성계의 부하들이 이렇게 말하였다.
“사신은 죽인다. 함흥차사란 돌아가지 못하는 사신이다. 이런 규정을 지키십시오.”
“음, 내가 만든 규정을 내가 어긴다고? 그러면 저 박순을 뒤따라가서 죽여라. 다만 함흥강을 건넜으면 죽이지 말아라!”
그러자 이성계의 부하가 바람같이 달려갔다. 가보니까 배탈이 나서 겨우겨우 걸어가던 박순이 막 배를 타는데 한발은 배에 있고 한발은 물에 있었다.
“에잇.”
“악!”
군사는 칼을 내리쳤고 박순은 허리가 동강이 나서 죽고 말았다. 이 소식을 들은 이성계는 자기 부자간의 갈등이지 사람을 이리 죽일 일이 아니라고 뉘우치고서 서울로 가자고 하여 떠났다.

그때 서울 북쪽에 태종이 정부 요인을 이끌고 나가서 정사를 돌아보았으므로 지금 의정부(議政府)라는 도시가 생긴 것이다.

“본격적인 환영 대회는 동대문 밖 동교벌에서 하겠다!”
그래서 지금 뚝섬 벌판에서 태조 이성계와 태종 이방원 부자가 드디어 상면을 하게 된 것이다. 이성계의 친구요 개국공신인 하륜(河崙)이 그 중요한 식장을 마련하였다. 하륜은 천막기둥을 굵은 것으로 하고 원래 계획보다 더 많이 세웠다. 왜 그랬을까?
“아, 오늘은 아버지께서 옥새를 돌려주시는 날이구나. 나는 이제 진자 왕이 된다. 어서 달려가서 아버지를 뵙고 싶구나. 아바마마라고 부르지 않고 오늘은 아버님,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구나!”
이렇게 들떠 있는 태종에게 왕후가 이렇게 말하였다.
“갑옷을 속에 입고 곤룡포를 입으소서!”
“왜?”
“유비무환이랍니다. 갑옷을 속에 입으소서!”
이리하여서 그대로 하였다.

드디어 원수 같던 부자는 뚝섬 벌판 천막에서 만났다. 태조 이성계는 아들을 보자 그만 참고 참았던 분노가 폭발을 하였다. 그는 명궁이다. 활을 잘 쏘았다. 그는 활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다.
“이놈, 이 화살을 맞아라!”
이성계는 ?Z시 활을 아들에게 쏘았다.
“탁!”
그만 굵은 기둥에 꽃혀 버렸다. 그러니까 한자로는 전관(箭串)이 된 것이다. 우리말로 ？화살이 기둥에 꽂혔다 해서 살이 꽂힌 곳. 곧, 살꽂이가 된 것이다. 그후에 이 뚝섬들을 살꽂이. 또는 살곶이들이라고 부른다.
“어허, 요놈이 굵은 기둥과 많은 기둥을 세워서 꾀를 냈구나. 나의 화살이 허사가 되다니! 한번 더 맞아라!”
하고 기둥 사이를 잘 보고서 쏘았다.
“피융 - 탁!”
이번에는 정통으로 이방원의 가슴에 화살이 꽂혔다.
“턱!”
땅에 화살이 떨어진 것이 아닌가? 분명 가슴에 꽂혔을 화살이 어찌된 일인지 땅에 떨어져 버린 것이다.
“이놈이 가슴에 철판을 입고 있었구나! 네가 이만큼 준비를 하고 하늘이 죽도록 허락을 하지 아니하니, 다 천명(天命)이로다. 옛다, 이 옥새를 가져라! 그리 욕심을 내던 옥새다!”
이렇게 말을 하고서 옥새를 던져 버리고는 이내 함흥으로 되돌아 갔다.

다른 이야기로는 이방원이 가까이 가서 아버지께 술을 따라 드리면 철퇴를 내리쳐서 단박에 죽이려고 소매에 철퇴를 숨겨 두었는데 정작 술잔을 따라서 올리는 것은 왕인 이방원이 아니라 신하인지라,
“이 자식을 도저히 죽일 수가 없구나. 철퇴로 내리칠 기회도 안 생기니. 천명이로다!”
하고 이방원을 죽이려는 일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이성계는 떠났다.
“나를 잊 더 찾지 말아라. 찾아도 줄 옥새가 나에게 이제는 없다. 나는 번민없이 노년을 즐기리라. 너는 부디 나같이 늙어서 자식 대문에 속을 썩히는 왕이 되지 말아라!”
이리하여 오늘날 살곶이들의 유래를 만들어 놓고, 부모로서 자식에 대한 갈등과 해소를 화제거리로 삼고 그는 가 버렸다.

여기에 지금도 다리가 있으니 살곶이다리이다.
“편안하기가 집과 같고, 오가는 사람이 평평한 땅을 밟는 것 같다.”
고 한 다리이다.

조선시대에는 광나루편에서 오는 사람이 이 다리를 건너야 서울에 왔으므로 군사적으로나 경제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다리였다. 다리를 만든 돌이 1만 개가 되었다니 그 규모와 견고함을 알 만할 것이다.
그런데 대원군이
“경복궁을 새로 짖는 데에 돌이 필요하다. 살곶이다리를 헐어내고 좁혀서 그 돌을 가지고 경복궁을 짖자!”
고 명을 내려서 인기 있던 이 다리는 볼품이 없는 다리가 되고 말았다. 그러다가 근래에 서울시에서 문화재로 지정하고 복구하여서 면목을 일신하였다. 실제로 다리로서 구실을 하지 못하지만 문화재로서, 인간사의 시비곡절을 말해주는 역사물로서 빛을 내고 있다.

살곶이다리, 곧 지하철 한양대 역 남쪽, 성동교 아래 동쪽 돌다리를 한번 둘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