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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긴 겨울이었다.

툭하면 폭설에, 영하 십 몇 도를 문지방이 닳도록 넘나들던,

참 유난하고도 추운 겨울이었다.

 햇살이 눈부시다.

파릇한 새순이 금방이라도 나무껍질을 뚫고 빠끔 고개를 디 밀것만 같다.

먼발치 햇살 가득한 버드나무 가지 사이는 연둣빛 새 숨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지난겨울 그 몸서리치던 고생 따윈 이미 기억조차 없다는 표정이다.

한껏 물이 오른 날은, 그저 푸르른 신록을 향해 힘껏 내달을 뿐이다.

 참 눈이 부시게 화려한 날이다.

긴 겨우내 그토록 소망하던 봄이다.

 당초는 미풍에 그칠 거라고 했다.

침체가 어디 웬만한 침체인가. 그깟 단일 호재로는 잠시 바람이 불다 이내 수그러들 것이라고 수근 댔다.

잘해야 새 정부 출범이후 부동산활성화대책이 나오는 4월쯤에나 바람이 불까말까 하다는 것이다. 그것도

약발이 듣지 않으면, 그러니까 대책이 센 놈이 아니면 별 효험이 없을 거라는 얘기였다.

 호가가 뛰자 뒷짐을 지고 코웃음을 쳤다. 이 불황에 추격매수는 어림도 없다는 것이 이유다. 매수세가 붙

지 않으면 제풀에 도로 주저앉기가 십상이라는 것이다.

 점괘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1천만 원으로 시작된 호가는 어느덧 7~8천만 원이나 올랐고 오른 호가를 쫓아 거래는 어김없이 이루어졌

다. 그렇게 2월 거래건수가 20건을 훌쩍 뛰어 넘었고, 3월 들어서는 열흘도 되기 전에 벌써 10건에 육박할

정도다. 추격매수 덕이다. 이 불황에 추격매수는 어림도 없다는 얘기는 결국 객쩍은 소리가 돼버린 셈이다.

 아직 취득세 감면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새 정부 부동산활성화대책은 그림자조차 비치지 않은

상황인데도 말이다.

 둔촌주공 회복세가 가파르다.

다소간 논란의 소지가 없지 않으나, 이는 오롯이 지난 1월 16일 3종 상향 정비계획 변경 안이 서울시의 관

문을 통과한 탓이다. 274%의 용적률을 기반으로 일반분양분이 1천세대가 늘었다. 현 5930세대가, 지난

2006년 정비계획에 따른 9090세대에서 1만1천66세대(임대 1천6세대 포함)의 초대형 단지로 변신이 가

능하게 된 것이다.

 단순 계산이지만, 10% 늘어난 일반 분양분은 10% 분양가 인하효과가 있다. 예컨대 시공사는 분양가 7

억 원의 아파트를 6억2천만 원에 분양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요처럼 미분양이 속출하고 분양가가 민감하게

작용하는 침체기에 10% 분양가 인하 요인은 천재일우의 기회임이 틀림없다. 이는 10% 사업성 개선 효과

이자 조합원들의 부담을 10% 줄이는 효과와 다름없다. 바짝 구미가 당긴 시공사들은 사업진척을 서두르

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경쟁력 있는 분양가, 투자자가 몰릴 이유로도 모자람이 없다.

 일반분양이 많다는 것은 수익 면에서 뿐만 아니라 동 호수 배정에서도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기본적으로

조합원 배정 후 일반분양이라는 수순을 고려하면 조합원이 층 배정에 불리할 까닭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분양분이 많은 재건축단지의 투자,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격이다.

 잘만하면 부담을 더 낮출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이른바 초과이익환수 유예조치다.

2014년 말까지 관리처분인가 신청 시 초과이익에 대한 세금을 한 푼도 물리지 않겠다는 법이다. 지난해 여

야 간 격론 끝에 극적으로 시행된 법안이다. 뚫린 길을 두고 먼 길을 돌아갈 까닭이 없을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2014년 말 또는 2015년 초 이주가 시작될 것이라는 소

문의 근원지이기도하다.

 너무 급하게 온 탓에 잠시 숨을 돌리는 것일까.

아니면 새 정부 출범으로 부동산시장이 확 살아나길 기대했던 기대감이 요 며칠 정치권과 국회의 행보를 보

며 심상치 않은 것을 깨달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1억 가까이 오른 매물이 등장하기 시작한 엊그제부터 매

수세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바닥 론까지 가세해 한창 기세가 오르려는 판이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쏟아질 부동산활성화대책이 더도

말고 살짝 추임새만 넣어줘도 과거의 명성까지는 아니어도 지긋지긋한 침체는 마침표를 찍을 소지가 충분

하다고 막 안심하려던 참이다.

 부동산 취득세 감면 조치를 올 6월까지 연장하는 지방세 특례제한법은 두 달 넘게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지난 대선에서 취득세 감면 조치를 연장하겠다고 했지만, 작년 말 국회에선 관련 법안이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 혼란이 일어나자 여야는 곧바로 법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법

개정안은 지난달 20일 법사위에 넘어온 이후 보름 가까이 묶여 있는 상태다.

 여야가 정부 조직 개편안 처리를 놓고 극한 대치를 벌이면서 취득세 감면 연장 법안 등 민생 법안들까지 표

류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이 자기들이 약속한 민생 정책 처리조차 뒷전으로 미룬 채 온통 정치적 힘겨루

기에만 정신이 팔렸다.

 이 때문에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추진될 것으로 예상됐던 분양가 상한제 폐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부동산 활성화 정책들이 유야무야 세상 밖 구경을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활

성화는커녕 자칫 시장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어차피 집값이 살지 않으면 이 실타래처럼 얽인 정국을 풀 길은 막막하다.

하우스 푸어고, 경제 살리기고, 풀 수 없는 미적분일 뿐이다.

손톱 밑의 가시도, 국민행복시대도 공염불일 따름이다.

 새 정부가 날개 짓을 하기에는 정부 조직 개편도 필요할 것이다.

번듯하게 출발해서 역사에 남는 업적을 남기고 싶은 의욕을 나무랄 생각은 없다.

하지만 얽인 실타래부터 푸는 게 순서 아닐까.

필요하다면 양보를 해서라도 말이다.

 더구나 어디 한두 번 겪어본 일인가.

늘 민생은 뒷전이고 잘나가는 놈 발목잡기가 저들의 장끼 아니던가.

적어도 뚫고 나갈 대안 정도는 사전에 마련되어 있어야 했다는 얘기다.

 호황기 때 효험을 봤던 정책은 침체기엔 독이 되기 십상이다.

그들은 이미 독버섯처럼 온 시장을 망쳐놓았다.

강을 건너면 배를 버려야 한다.

배를 메고 뭍으로 오를 수는 없는 일이다.

 약속은 꼭 지켜져야 한다.

손톱 밑의 가시든, 국민행복시대든.

누구를 구워삶아서라도 말이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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