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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발짝, 하루 한 발짝씩만 가는 중이었다.

급할 것도 없고 그렇다고 공연히 꾀를 부리는 것도 아니다.

그저 유유자적할 뿐이다.

가급적 여유롭게 이 가을을 한껏 즐기겠다는 소박한 마음일 것이다.

더도 말고 눈곱만큼씩만 깊어지길 바라는 눈치다.

진즉에 파란 꿈을 드높이 품고,

가을이 깊어지기만을 목을 빼고 있는 하늘이 애가 탈 정도다.

 이제 서둘러 잔치를 벌일 것이다.

노랗고 붉게 물들기 시작한 단풍잔치다.

가을비가 여유롭던 마음에 조급증을 불러낸 까닭이다.

산들바람이 스산한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날씨도 꽤 쌀쌀해졌다.

벌써 빗물에 묵직해진 낙엽들은 바닥을 수북하게 어지럽히는 게 일이다.

조만간 첫서리 소식에 이어 첫얼음 소식이 오래이지 않을 것이다.

 소박한 마음은 못내 안타깝기 십상이다.

한 발짝씩만 가도 아쉬울 짧은 가을날이 냅다 내달을 때가 됐으니 말이다.

 딱 3건이다.

단지 내에서 작은 평형을 팔고 큰 평형으로 갈아타는 사람이 팔고 사고 두건이다.

그리고는 추석 전 급매물을 찾다 높아진 호가에 잠시 결정을 유보했던 매입자가 한사람 더 있다. 추석 전

거래가격에는 1천만 원이 오른 가격이고 대책 발표 이후 오른 호가에는 1천만 원 낮춘 가격이다.

 3건이 팔리고 1천만 원이 올랐다.

추석이후 시장을 기대했던 측에서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건수다. 가격 또한 마찬가지다. 대책 발표를 전

후해 급매물이 동이 나고 수천만 원 호가가 뛴 것을 기억하는 측에서 보면 허망할 정도의 실적이 틀림없다.

1천만 원 오른 가격 3건이 고작이다. 추석이후 일주일간의 거래실적이다.

 9월에 비하면 형편없는 실적이다.

9월은 25건이 넘게 팔렸다. 하루를 거르지 않고 팔렸고 급매물이 동이 났다.

대책발표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대책발표전이 발표 후 보다 건수가 더 많았다. 대책이

발표되고 나서는 호가가 오르는 바람에 외려 대책전보다 거래 건수가 줄었다. 거래가 급격하게 준 것은 대

책발표 이후 국회통과를 앞두고서다. 국회통과과정에서 열기가 식었다는 게 바른 답이다. 그리고는 추석

연휴가 시작됐고 추석이후 3건이 전부다. 10월 들어 열흘 동안 3건인 셈이다. 9월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

의 형편없는 실적이 분명하다.

 당초 연말까진 거래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취득세 감면 등 정부의 규제 완화책과 부동산소비심리지수 상승, 대형아파트 값 급락에 따른 바닥심리 확

산 등에 힘입어 주택거래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하지만 활성화를 점치기에는 성급하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실제 거래가 늘고 급매물이 동이 났지만 호가가 오른 매물에는 표정이 싸늘하다. 추가하

락을 기대하면서 관망세로 돌아선 느낌이다.

성급한 판단은 금물이지만 최소한 소강상태다.

 결국 이번 세금감면대책은 반짝 장세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다면 연말 또는 내년 주택시장을 점치는데 지난 8,9월 거래 유형을 분석해 보는 것이 매우 유용할 것으

로 판단된다. 이번 반짝 장세가 대책의 효과라기보다는 바닥장세에 저가매물을 목표로 매수세가 움직였을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급매물이 소진된 이후 1천만 원을 넘게 오른 매물은 매수세의 관심을 끌지 못하

는 것이 주된 반증이다.

 지난 8,9월의 매도자의 특징을 살펴보면 2가지 부류로 파악된다.

첫째는 빚에 몰려 파는 경우이다. 대출금 부담에 울며 겨자 먹기로 급매물로 내놓는 것이다. 심지어는 경매

직전에 이른 경우도 적지 않다. 눈물을 머금고 팔기로 한 가슴 아픈 사연 앞에 숙연해지기 마련이다. 대개

는 고점일 때 사서 파는 경우라 이중으로 손실이 크다.

다음으로는 갈아타는 경우다. 대개는 강남의 새 아파트가 그 대상이고 적게는 길하나 건너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로 바꿔 탄 경우도 있다. 내아파트를 싸게 파는 대신 싸게 사면 그게 그거라는 인식이다. 주택경기

불황으로 재건축이 다소 늦어 질 것 등을 감안하면 결코 손해될 일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빚에 몰

릴 경우가 둘 셋이라면 갈아타는 경우는 칠 팔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이다.

 매수자의 특징 또한 특이하다.

역시 갈아타는 경우 일색이다.

오랫동안 재건축투자를 염두에 두고 바닥을 기다려온 투자자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극히 소수다. 대부분

은 갈아타는 이들이다. 역시 싸게 팔고 싸게 사면 그게 그거라는 인식이다. 더욱이 수도권이나 강북 등 선

호도가 떨어지는 지역을 팔고 강남권재건축을 사는 경우는 효과 만점이다. 집값이 바닥권에 이른 만큼 격

차 또한 현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열에 다섯 여섯의 경우이다. 특이한 유형이 열에 서넛이다. 잠실 등

강남권 새 아파트를 전세를 주고 그 돈에 약간의 쌈짓돈을 보태 투자하는 경우다. 대체로 재건축 경험이 있

는 고수들이지만 악착같은 또순이 모델일 가능성이 높다. 재건축 이주기간까지 몇 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남의 전세 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것이 가능하게 한 이유이다.

 단적으로 바닥을 인식한 매수세가 움직였다는 결론이다.

바닥을 찍었다는 보도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증거들이다.

세금감면대책과 무관하게 8,9월 거래가격이 향후 시장에 기준 가격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국 경제는 깜깜한 터널속이다.

세계경제 전망도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총체적 위기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이 망한다는 전문가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나라밖 전문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경제가 밑바닥인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주택시장 역시 밑바닥이다.

추락의 위험성보다 살아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또 다른 표현이 바닥이다.

등수로 따지면 꼴찌인 셈이다.

꼴찌는 추락할 두려움이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뱃속 편하다.

밑져야 본전이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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