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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그래서 가을로 폭 빠지게 만든 파란하늘은,

기실 혼자만의 힘으로 된 일이 아니다.

눈부시게 화려한 가을볕 때문이다.

살랑대는 산들바람도 빠질 이유가 없다.

산들바람이 살랑살랑 양떼구름을 몰고 다니며

화려한 가을볕에 넋을 잃은 여름날의 몹쓸 기운 따위를 다 빨아들인 탓이다.

그것만으로는 살짝 부족하다.

노랗고 붉게 물든 단풍잎이 가을볕에 닿아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든 탓이다.

반짝반짝 눈이 부시면 능히 그럴 수 있다.

파란하늘은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이 시린 가을은 그들이 애써 힘을 모은 것이다.

추석이 지나면,

좋아질지도 모른다고 했다.

아니, 좋아질 거라고 했다.

흔히 하는 말이다.

“추석 지나고 한번 보자” “설 지나면 좀 나아지지 않겠냐.” 막연하지만 습관처럼 쓰는 말이다. “언제 밥 한

번 먹자” 만큼이나 말이다.

딱히 좋아진다거나 약속이 지켜진다는 확신이 없으면서도 늘 하는, 그런 말이다.

물론 책임감 따윈 없다.

하지만 그냥 지나가는 말로 넘기기에는 저간의 형편이 녹록치 않다.

모름지기 타는 속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은 절절함이 사무칠 정도라 해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후사정을 살펴보면 수긍이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전문가들의 전망이 다소 엇갈리기는 해도 부쩍 기대감 섞인 전망이 많아진 것도 사실인 까닭이다. 지난

9.10 대책발표를 전후해서는 바닥을 찍었다는 소리까지 공공연하게 떠돌 정도다.

실제 급매물이 동이 난 것이 바람에 부채질한 요인임이 틀림없다.

더구나 대선을 앞두고 엎치락뒤치락하는 대선주자들의 행보에도 구미가 당겼을 것이다. 뭔가 달짝지근한

미끼 정도는 입에 덥석 물릴 법도 해서일 것이다. 과거를 반추해 볼 때 표를 꼬드기기에는 아주 그럴듯한

무기가 아니던가 말이다.

추석연휴를 끝내고 출근한 첫날의 설레 임이 큰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국회에서 만지작거리기만 했지 실제 햇볕을 본적이 없는 세금감면안의 사실상 첫 선을 보인 날이기도 한

때문이다.

예비 동작만으로 급매물이 동이 날 정도였으니 본게임은 어떨까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었을 테니까 말이

다.

좋아질지도 모른다는, 아니 좋아질 거라는 기대는 접어야 될 모양이다.

매수세는커녕 매수문의조차 뚝 끊겼다. 눈치가 빤한 측에서는 1천만 원쯤 낮춘 가격표를 달고 다시 얼굴을

비췄다. 급매물이 동이 날 때 2~3천만 원 가격표를 올려 달았던 그 매물이다. 그새 표정은 꽤 어두워졌다.

자칫 다시 추락장세로 떨어질지 염려가 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고작 하루 동안의 일일뿐이라며 애써 가슴을 쓸어내리는 중이다.

전문가들의 추석이후 주택시장 전망이 엇갈린다. 일부에선 정부가 세제 감면 등 활성화 대책을 내 놓았고

전세금 상승 압박이 커지면서 매매심리가 조금씩 살아나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추석이후 특별히 시장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고 가계

부채 증가 등으로 여전히 회복을 기대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먼저 반등 론의 근거는 올해 말까지 적용하기로 한 취득세 50% 감면과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양도소득세

면제 혜택이 효과를 볼 것이라는 것이다. 관련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기를 기다리는 대기수요로 인해 잠시

주춤한 상태였지만 10월부터 본격적으로 거래가 살아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대선을 앞두고 정책 홍보대결이 본격화하면 매수심리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선후

보들이 하나같이 보금자리주택을 축소하고 임대주택을 확대하는 정책을 발표할 전망으로 매매시장이 긍정

적이라는 평가다.

보금자리주택 대기수요가 매매시장에 다시 관심을 돌리면서 주택수요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추석이후에도 현재의 침체 상태를 이어갈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일단 최근 시행된 거래 세

인하효과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핵심이다. 올 12월까지 한시적인 적용으로 이미 주택을 사기로 한 결정

한 사람들이 구입 시기를 조금 앞당기는 효과는 볼 수 있겠지만 침체된 시장을 살리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얘기다.

매수심리가 극도로 위축돼있는데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사라진 마당에 세금혜택 좀 보자고 허겁지겁 집을

사는 사람이 대체 얼마나 되겠냐는 것이다.

또한 국내외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아직은 주택시장 회복이 어려운 상황으로 추석이

후라고 특별히 달라질 이유가 없다는 논리에서다.

한마디로 어디로 튈지 속단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분명한 것은 잠시 멈춰 섰다는 것뿐이다.

바닥은 찍었다는 전망에도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 이유다.

그렇다고 바닥을 뚫고 지하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에 선뜻 고개를 끄덕일 수도 없다.

대선후보 3인의 정책에 답이 있다.

3인의 정책이 같은 데는 누가돼도 불변의 정책이라는 얘기다.

보금자리주택 정책을 임대주택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정책 말이다.

주택시장을 왜곡시킨 장본인이 보금자리주택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그것은 실로 대단한 정책이 아닐 수 없

다. 전세난의 배후에 숨은 그 실체를 알고 보면 더더욱 기가 막힐 일이다.

아마도 수도 없이 쏟아 부은 대책을 머쓱하게 만들지도 모를 일이다.

누구도 속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로또 당첨을 위해 무작정 전세살기를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전세난은 진정될 것이다.

적어도 집은 팔리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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