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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처럼 햇살이 눈부시다.

연달아 태풍 셋에게 들볶이고 난 탓일까.

큰일을 치루고난 대견함이 더해져 한결 밝고 여유롭다.

이젠 어떤 험한 꼴도 두렵지 않다는 투다.

있을 법도 한 피곤한 구석도 찾을 수 없다.

 깊어가는 가을날과 어우러져 한껏 날개를 펴면 그만이다.

한없이 그곳에 몸을 누이면 그뿐이다.

오늘은 온몸 구석구석 그 가을볕에 맡겨볼 작정이다.

 한 달 꼬박 10건이 넘을까 말까가 고작이다.

그나마 7월과 8월은 10건이 채 되지도 않는다.

그러던 것이, 지난 일주일에만 12건이 넘는다. 9월 들어서는 벌써 20건이 넘었다.

둔촌주공 아파트 거래건수 얘기다.

 마치 바닥을 치고 오르는 모양새다.

세금을 낮춰서 거래를 살리고 내수경기를 살리겠다는 대책 발표가 있은 후 뚜렷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지

독한 침체가 슬슬 막을 내리는 게 아닐까 여겨질 정도다.

분위기에 편승해 며칠사이에 몇 천만 원씩 가격을 올린 매물이 나보란 듯이 얼굴을 디 민다.

 하지만 보도 내용은 인색하기 짝이 없다.

세금인하 대책으로는 반짝 효과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내용이 주류다.

급매물만 소진되고 나면 다시 썰렁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불이 확 살아날 것 같지는 않다.

급매물이 동이 나자 슬쩍 가격표를 올려단 매물이 영 관심을 끌지 못한다.

고작 1~2천만 원 올렸을 뿐인데 쳐다보는 눈길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예전가격이면 사고 아니면 말겠다는 식이다.

제법 부산한 한주를 보내고 기대감으로 다시 연 월요일시장이 그랬다.

 집값을 잡는 데는 실패한 세금카드지만 거래를 늘리는 단기적인 효과는 분명하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지

난해 3월부터 9개월간 시행됐던 취득세 50% 감면기간에도 11월에 4만5000건에 그쳤던 주택거래가 취득

세율 환원을 앞둔 12월에 6만 3000건으로 급증했다. 2009년 2월부터 1년간 시행됐던 한시적 양도세 감

면 조치 때도 일부 미분양 해소에 효과가 나타났다. 또한 감면조치 시행이후 8개월간 미분양주택이 26%

감소했다. 어차피 집값이 금방 오르리라는 기대감은 없었지만 수요자들은 세금혜택이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판단해서 반응한 때문이다.

 세금감면이라는 게 한시적으로 시행되면 반짝 세일 효과를 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제도가 바뀌면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처럼 소비자들이 금방 둔감해진다.

대책이 나오고 일주일이 지났다.

벌써부터 별것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값이 오를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거의 사라진 상황에서 시세

차익에 부과하는 양도세 혜택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취득세 감면은 거래할 때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당장 절세가 가능해 실질적인 도움이 된

다. 하지만 수억 원짜리 주택을 거래하면서 그게 매매의 결정적인 동기가 되긴 어려울 것이다.

곳곳에서 하루가 다르게 급매물이 쏟아지는 마당에 취득세 감면을 받자고 허둥지둥 내 집 마련을 할 사람

은 없다는 얘기다.

 이번 대책이 반짝 효과로 그칠 것으로 보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달라진 시장 상황 때문이다. 주택시장이 이

미 하락세로 기울어진 상황에서 내놓는 대책이 무슨 효과가 있겠냐는 것이다.

침체된 시장 상황과 함께 이 정부 들어 3개월에 한번 꼴로 나온 정부 정책의 불신이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부동산 정책은 기본적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영향이 있다. 하지만 이 정부에서는 너무 자주, 너무

많이 쏟아낸 게 문제다. 정부대책이 ‘아니면 말고’ 식이다.

그러니 약발이 먹힐 리가 없다. 늘 또 뭔가 나오겠지 한다.

 솔직히 부동산시장에서 그동안 가장 절대적인 믿어왔던 신념은 정부정책에 따라 시장이 움직인다는 것이

다. 정책 개발 특수는 부동산 투자의 기본중의 기본에 해당하고 부동산 투자의 교과서 같은 존재이다. 정부

정책을 아는 만큼 투자에 성공한다는 믿음이 확고했다. 하지만 정부정책 믿고 투자하는 시대는 이제 끝나

지 않았나 싶다. 투자의 매뉴얼의 대폭적인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장에 있는 중개업소에 물어보면 대답이 한결같다.

바닥이다. “지금이 살 때”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꼭 장삿속으로 하는 얘기만은 아닌듯하다.

“향후 오르는 것도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라는 소리가 꼭 덧붙여지니 말이다.

주택에 대한 투자가치를 예전처럼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소리를 꼭 덧붙이기 때문이다.

 바닥 론이 슬슬 고개를 든다.

침체가 깊어져서 한계에 다다른 게 아니냔 지레 짐작만으로 하는 얘기가 아니다.

세금감면대책으로 급매물이 소진되고 소폭 오른 매물이 등장하기 시작한데 고무된 탓은 더더욱 아니다.

 거시경제 및 부동산 전문가들은 미국의 3차 양적완화로 국제시장 경기가 좋아지면 국내부동산 시장도 간

접적으로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미국이 실물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책의지를 보여준 만큼 일단 국내시장에는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결국 바

닥 론의 실체는 그동안 국내 주택시장이 기나긴 침체에 빠진 것은 국내 요인 외에 글로벌 거시경제의 불확

실성에서 기인한 측면도 컸기 때문이다.

즉 미약하나마 거래 활성화와 내수경기 회복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나오고 미국의 3차 양적완화로 인한 글

로벌 경제의 회복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섣부른 장밋빛전망은 피해야할 것이다.

실제 미국이 1·2차 양적완화를 시행했던 지난 2008년 말부터 2011년 6월까지 지방 시장 영향으로 전국

집값은 10% 이상 올랐지만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집값은 되레 2.8% 하락했다. 특히 수도권은 글로벌 경

기에 민감한 편이어서 ‘집값하락→거래량 급감’추세가 지속됐다.

미국의 이번 조치로 국제시장의 경기가 회복되면 긍정적이겠지만 관건은 내수 경기 회복을 증명하는 뚜렷

한 실적이 나와야한다. 미국의 양적완화에 기대를 걸기보다는 내수 경기 회복 등 구체적인 성과가 선행돼

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대책이 나왔다는 것은 침체가 깊어졌기 때문이다.

약발이 먹히고 안 먹히고는 그 다음 문제이다.

미국 3차 양적완화로 글로벌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

글로벌 경제의 영향은 피해 갈수 없다는 것이 또한 입증된 사실이다.

적어도 글로벌 경제가 나쁠 때보다는 낫다는 것 정도는 분명하다.

집값이 확 살아날 가능성은 예전보다 매우 낮아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더 이상 추락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위의 사실들이 그것을 입증하고도 남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닥이다.

거기에 취득세만큼 더 바닥이다.

지금은 살 때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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