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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하사탕을 콱 깨문 느낌이다.

먹구름이 잔뜩 껴 천근같던 머리가 새털처럼 가볍다.

 바람 탓이다.

몰라보게 차가워져 삽상한 바람 말이다.

가을비 탓이다.

너무도 상큼해서 여름날 소나기는 명함조차 내밀 수 없는 가을비 말이다.

 참 좋다.

어찌 이 계절을 손꼽아 기다리지 않을 수 있을까 말이다.

참 좋은 계절이다.

 20층이 넘는 고층이 없고 동 간 거리도 일반 아파트보다 멀게 설계돼 쾌적성을 극대화 했다.단지 뒤편의

대모산과 중심 가로 사이에 조성된 생태통로는 문주와 꽃담 등 한국 전통의 미를 강조한 디자인으로 꾸며

졌다. 단지 내 보육시설과 경로당은 지열, 태양열 등을 이용한 친환경 시스템을 도입했고, 각 세대별로 에

너지 사용량을 수시로 점검할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다.

 차량이 뒤엉켜 복잡한 잠실 역 사거리에서 승용차를 타고 남쪽으로 10분쯤 달리자 잘 가꿔진 공원과 녹지

공간이 어우러진 아파트가 눈에 들어온다. 한때 비닐하우스와 창고가 난립해 있던 버려진 땅이다.

 3년 3개월 만이다.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가운데 처음으로 입주를 시작하는 LH 푸르지오 아파트 얘기다.

한마디로 강남권에 지어진 보금자리주택이 강남 어느 고급아파트에 비겨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싱글벙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이중에는 보증금 1천만 원에 월세 40만 원 짜리 셋집에서 결혼생활을 시작

한지 6년 만에 당첨된 이도 있고, 결혼 이후 반 지하 전셋집을 전전하던 끝에 당첨된 이도 있다. 한 맺힌 사

연을 쓰자면 한권의 책으로도 모자랄 것이다.

평균 20년 넘게 무주택자로 살아오던 서민들이 내 집 마련 평생 꿈을 이룬 드라마 같은 이야기다. 물론 몇

백대일의 바늘구멍 같은 경쟁률을 뚫고 말이다.

 잘된 일이다.

정부가 앞장서 서민들의 내 집 마련 평생 꿈을 이뤘으니 이보다 더 큰 기쁨이 또 있을까 싶다. 반값아파트

도 감지덕지인 판에 꿈에 그리던 강남권에 집을 마련하게 됐으니 엎드려 절을 해도 모자랄 판이다.

 하지만 어깨춤을 추기에는 저간의 사정이 영 불편하다.

보금자리주택이후 주택시장이 뒤죽박죽 됐기 때문이다.

요즘말로 개판 오 분전이다.

전세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아파트 거래는 가뭄에 콩 나듯하다.

주택거래 침체가 지속되면서 내수경기까지 휘청거린다.

 시세차익이 크다는 것도 있지만 당첨되기가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것으로 로또라는 별명이 붙었

다. 무주택기간이 길어야 유리한 당첨요건 때문에 너도나도 집사기를 미루고 전세살기를 고집하면서 전세

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게 사태의 시작이다.

수도권 소형주택 거래를 시작으로 일기 시작하는 통상의 주택매매시장이 초기수요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연쇄적으로 일어야할 주택시장이 일제히 멈춰버린 것이다.

집이 팔려야 집값이 오를 테고 그래야 투자심리가 살고 내수가 살 텐데 주택시장 침체가 깊어지면서 급기

야 내수경기까지 얼어붙은 것이다.

무주택서민 살리려다 주택시장침체 폭탄을 맞은 셈이다.

 주택시장 침체를 오롯이 그들에게만 뒤집어씌우기는 좀 뭐하다.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모자라지 않는 주범이 또 있다는 뜻이다.

그에게는 강남권재건축시장을 극도의 혼란 속에 빠트려 주택시장 침체를 부채질한 원죄가 있다. 주택시장

의 진원지가 강남권재건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강남권재건축시장을 역시 개판 오 분전으로 만든 그 죄는

보금자리 따위가 넘볼 수도 없는 막중한 것일지도 모른다.

 우선 발상 자체에 무리수가 크다.

강남권재건축소유자는 부자라는 인식이 잘못됐다.

서민들을 위한다고 그들도 역시 서민들인 그들의 몫을 빼돌린 잘못이 크다는 얘기다.

서민들 살린다는 미명아래 서민들 팔목을 비튼 꼴이다.

게다가 초헌법적이다.

이미 정해진 조례 따윈 서민을 위한다는 명분하나면 번번이 무시당하기 일쑤다.

 더욱 가관인 것은 주택시장 침체를 보는 그들의 시각이다.

주택시장 침체는 정부의 정책 실패이고 자기들과는 전혀 상관도 없다는 투다. 집값이 반 토막이 나든 말든

침체가 내수 경기에까지 번져 속들이 새카맣게 타든 말든 뒷짐을 지고 앉아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이다. 정

작 빙판에 찬물을 끼얹은 자신의 허물은 뒤돌아볼 생각이 아예 없다. 그러면서도 부자는 네 편 서민은 내편

하면서 편 타령에 날 저문 줄을 모른다.

 사실은 그런 것이었을 것이다.

보금자리가 순수하게 무주택서민들의 주택마련이라는 취지에서 발단된 것처럼, 서울시 강남권재건축정책

또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차원이라는 것이다.

부자동네의 개발이익을 사회적 약자와 나눠 갖자는 순수한 의도였을 것이다.

이를테면 강남에 소형아파트를 많이 짓고 임대아파트를 지어서 서민들에게 혜택이 많이 가도록하자는 취

지 말이다. 법에 정해진 한도를 다소 초과하더라도 취지가 가상한 만큼 충분히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자

신감도 있었을 것이다.

그린벨트를 풀어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보금자리주택을 짓는 것이나 강남권재건축시장에 소형평형을 더

짓고 임대아파트를 더 짓자는 것이나 서민들을 위한다는 취지는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솔직히 사회적 약자에게 배려가 부족한 세상이다.

그들에게 보다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정책이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보다 조금 형편이 나은 계층의 몫을 나누자고 강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에게 간난아이를 책임지우는 일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윗돌을 빼 아랫돌 막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또 정부가 주택거래 활성화와 내수 증진을 위한 대책을 내놨다.

세금을 낮춰주는 당근으로 주택거래를 살리고 내수 경기로 살리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이 난

국을 세금 조금 낮춰서 잡아보겠다는 그 발상이 답답하다 못해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핵심을 짚어내지 못

한 대책은 공염불이기 십상이다.

 주택시장 침체의 핵심은 보금자리와 강남권재건축이다.

정부의 보금자리주택과 서울시의 강남권재건축 정책의 합작품이라는 얘기다.

서민 위한답시고 되레 서민들 숨통만 조이는 조삼모사 정책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둘은 공범이다.

어느 한쪽이 더하고 못할 것도 없이 팽팽하다.

결단코 뒷짐 지고 강 건너 불구경 할일은 아니다. 두 팔을 걷어붙이고 머리를 싸매고 몸을 던져도 모자랄

판이다. 둘이 함께 손을 잡고서 말이다.

 자칫 일본 꼴 날지도 모른다.

언제까지 네 편 내편 타령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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