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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청명한 하늘은 콧날이 바짝 섰다.

삽상한 바람이 쉴 새 없이 들락 이는 것이 영락없는 제 모습이다.

한낮 뜨거운 햇살이 다소 애매한 구석이 없지 않아도,

가을은 이미 가을타는 남정네 가슴속 깊은 곳에 가부좌를 튼 지 오래다.

여름이 지난하고 고됐던 만큼 가을은 더 절절하기 마련이다.

유독, 이 가을이 기대가 컸던 이유이다.

그만큼 이 가을이 소중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 가을이다.

한주가 제법 생동감이 돌았던 것은 비단 부쩍 서늘해진 바람 탓만은 아니다.

매수문의가 늘었다. 추가 가격하락은 없을 것 같단다. 끝없이 추락하는 강남권재건축 아파트 값이 바닥에

이른 게 아니냔 의견이 조심스레 나온다. 여전히 거래량은 뜸하고 매매가는 하락세다. 그런데도 일부 강남

권재건축단지의 문의 증가와 급매물 거래를 이유로 분위기가 나아졌다는 것이다.

힘들다, 죽겠다. 요즘 강남권재건축시장의 중개업소에서 입에 달고 다니는 소리다.

오죽하면 “이대로 가다간 굶어죽기가 십상이다.”라는 말이 딱히 이상하지도 않을 정도다.

올해 들어 8월에 이르도록 한건의 거래가 없는 중개업소가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기껏해야 일주일에 급매물 한두 건 팔리는 게 고작이다.

한 달 가야 10건 팔리기가 쉽지 않은 노릇이다. 단지 내 50개에 가까운 중개업소 태반은 한 달 내내 꾸벅꾸

벅 졸거나 손가락을 빨기가 십상이다. 8월이 그랬고 다소 낫다고 하는 그 전 달들도 딱히 나을 것이 없다.

그러던 것이 지난주 5건이 넘게 팔렸다. 매수문의도 꽤 늘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정부의 부동산 거래 활성화와 내수 진작 방안이 나왔다.

올해 안에 미분양 주택을 사 5년 내에 팔면 양도세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취득세도 절반으로 깎아 준다. 자

동차와 대형 가전에 붙는 개별소비세도 1.5%포인트 낮춰주고 월급에서 떼는 원천징수세도 평균 10%로

줄어든다.

세금 할인을 앞세워 소비를 진작시키고 경기급락을 막겠다는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주택의 취득세 인하가 핵심이다. 9억 원 이하 주택은 2%에서 1%로, 9억 원 초과주택은

4%에서 2%로 각각 반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양도세와 취득세 감면은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이다. 주택의 크기나 다주택자 등에 관계없이 무조건 취득세를 감면해 준다는 내용이다. 정부가 지자체

세수감소분 전액을 보전해 주기로 했다. 지자체의 반발을 고려한 선제적인 대응이겠으나 이번 조치에 고심

한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내수 진작의 방안으로 부동산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속셈은 부동산 거래 활성화와 내수 진작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당찬 계획일 것이다.

하지만 의도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우선 야당의 반대로 국회통과에 진통이 예상된다. 타이밍 상 시장을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있

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없는 현 시장에서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적용시기가
3개월 밖에 되지 않아 반짝 효과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때늦었다는 지적이 따끔

하다. 시기를 놓쳐 사후약방문 꼴이 되지 않을까 무섭다는 애기다. 또한 3개월 시한 때문에 거래공백 현상

이 나타날 수 있는 점도 걸린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번 대책이 바닥 론에 힘을 싣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솔솔 하다.

강남권재건축 가격이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게 그 첫 번째 답이다.

대책 발표 전에 매수세가 움직인 것이 그것에 대한 반증이다.

지금 급매물 가격이면 바닥시세에 나무랄 것이 없다는 판단에 대책발표와 무관하게 매수세가 움직였다는

얘기다. 게다가 한시적이든 어쨌든 이번 대책이 매수세를 자극할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6억짜리 급매물을 6백만 원은 더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니 말이다.

최소한 바닥은 찍었다는 얘기다.

경제전반에 걸쳐 있는 악재 때문에 치고 올라갈 것은 장담 할 수 없지만 말이다.

이번 대책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결정타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해답은 강남권재건축에 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강남권재건축시장의 목숨 줄을 쥐고 있는 서울시장에 달려있다.

어쩌면 주택침체뿐만 아니라 내수경기까지 단박에 살려낼지도 모를 일이다.

정부대책보다 몇 십 배 쌜 가능성이 농후하다.

쌔다 못해 망국병인 투기를 걱정해야 될 상황까지 번질 우려가 없지 않다.

하지만 그거 말고는 답이 없다.

적어도 강남권재건축시장이 잘못되고 있다는 점만큼은 바로 잡아야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걱정을 뗄 수가 없을 것이다.

주택거래 활성화? 늘 말뿐일 것이다.

백방이 무효라는 것이다.

서민주택, 많이 지어야한다.

임대주택, 집 없는 서민들에겐 다 한 채씩 줘서 나쁠 게 없다.

하지만 꼭 강남에 지어야하나?

강남권재건축에 섞어놔야 직성이 풀리나?

꼭 강남권재건축 이익을 나눠서 그들에게 나눠주는 것만이 정답일까?

그것이 당신이 말하는 진정한 정의냔 말이다.

아니면 강남에 대형아파트에 전세를 살고 있으니 나는 알바 아니라는 얘기인가?

좋다. 부자들이 좀 손해를 보는 게 정의라고 치자.

강남권재건축 코딱지만 한 집 한 채 가지고 있으면 부자인가.

새집한번 살아볼 것이라고 때 국물이 꾀죄죄한 집에서 궁상을 떠는 저들은 눈에 뵈지도 않는가.

그 집에 한도까지 찬 대출은 요즘 유행하는 하우스푸어 하고 무엇이 다른가 말이다.

달랑 집 한 채 가진 은퇴자가 집값이 반 토막이 나 자녀들 신혼집에 노후자금에 속이 새카매진 이들이 부자

맞나 말이다.

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가.

정녕 강남권재건축을 풀어 경제가 풀리면 안 되는 또 무엇이라도 있다는 것인가.

이념 때문인가.

아님 어깃장인가.

왜 길을 놔두고 빙빙 돌아 가냐는 말이다.

좀 더 크게 봐라. 무엇이 길인가를.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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