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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짐짓 시치미를 뚝 떼는지도 모른다.

그러지 않고서야 저렇게 태평할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초특급 태풍이 온다는 것 치고는 너무도 태평해서 하는 소리다.

태풍하면 휘파람 소리 나는 잔바람이라도 이는 게 징후 아닌가.

예보만 난리법석이지 바람한 점 없어 하는 얘기다.

다 간줄 알았던 더위까지 다시 불러 무슨 헛바람인가.

모기 입이 돌아간다는 처서까지 지난 때에 말이다.

하마터면 더위가 다시 찾아오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다.

 태풍전야, 제법 그럴싸하다.

시치미를 뚝 떼다 극적인 반전을 노리겠다는 노림수가 수준급이다.

그것도 아이들 학교까지 휴교할 정도라면 효과는 만점일 테다.

사정이 이지경이면 한바탕 난리는 피할 도리가 없을 것이다.

난리를 겪은 만큼 한바가지 욕지거리 또한 피할 도리가 없을 것이다.

모름지기 청명한 가을로 가는 길이 딱 이길 뿐이더라도 말이다.

 가계 부채 문제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로 부상한 게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아직은 잠재적 위협으로 남아 있지만 자칫 경제 전체를 뒤흔들 시스템 리스크로 발전할 가능성은 어느 때

보다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그 뇌관은 주택시장입니다.

 많은 전문가는 가계부채 문제가 터지면 10년 전 카드사태보다 심각할 것으로 보는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이는 가계부채가 주택시장 침체 문제와 연결돼 있다는 점에 섭니다. 우리나라에서 주택은 주택이상의 가치

를 지니고 있습니다. 주택은 가계의 가장 절대적인 자산이자 ‘시스템적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은 골드만삭스나 시티그룹 같은 대형 금융회사가 망하면 해당은행에 그치지 않고 전체금융 시스템을 뒤흔

들 수 있다고 해서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으로 지정 관리하는데, 우리나라는 주택시장이 흔들리

면 전체 경제 시스템이 흔들린다는 의미에서 비롯된 표현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가계가 보유한 자산의 80%를 주택이 차지하고 은행 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60%

를 차지합니다. 게다가 건설업은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산업 중 하나입니다. 가계와 금융기관, 기업 모두에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은 핵심 자산인 것입니다. 따라서 그 주택시장에 충격이 오면 경제 전체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10년 전 가계부채 문제가 카드빚을 마구 내어 쓴 일부 신용도가 낮은 저소득층의 문제였다면 이번엔 중산

층을 포함해 훨씬 광범위한 사람들에게 미칠 수 있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10년 전에는 주로 신용카

드사만의 문제였다면 지금은 은행을 포함해 모든 금융기관에 해당한다는 점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합니다.

세계경제가 동반 침체에 접어들었고 그 와중에 인구 고령화로 주택수요가 장기적으로 줄어드는 길목에 접

어들었다는 한국의 상황은 우려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국경제가 완만하게 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제조업이 살아나면서 고용이 늘어나고 석유자급률이 높아지면서 원유 수입량이 줄고 있다는 배경에섭니

다.

더욱 반기는 신호는 주택경기에 있습니다. 과도한 주택담보대출 때문에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었던 탓에 관

련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각별한 관심을 보이면서 이제 뭔가 제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고 느끼는 분위기

라는 것입니다.

 반등하는 집값은 우리 입장에서는 부럽기 짝이 없는 현상입니다.

집값 하락사태는 가계부채문제와 엮이면서 경제위기의 주범으로까지 지목되는 실정입니다.

하우스푸어를 양산한다는 점에서 정치·사회적으로도 심각한 불안요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만약 미국처럼 물가상승률수준으로 집값이 올라준다면 모든 고민은 말끔히 사라질 것입니다.

물론 한국과 미국은 다릅니다. 그러나 미국의 주택경기 회복 경로는 참고할 만한 가치가 충분합니다. 부자

가 마중물 역할을 하는 구조가 특히 그렇습니다.

 최근 미국 주택경기를 띄우는 주체는 부자들입니다. 요즘 주택거래 10건 중 3건은 현찰거랩니다. 2009

년에는 8건 중 1건만 현찰거래였습니다. 부자들이 뛰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미국에서도 부자위주의 회복이 진정한 주택경기 회복인가 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

만 부당한 이익이 아니라면 누구든 경기회복의 물꼬를 트게 하는 것이 공공이익에 부합한다는 가치 때문에

부자들이 부동산시장에 적극 뛰어 들게 하는 정책을 통해 부동산시장의 물꼬를 텄다는 것입니다.

 참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대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산만하고 허술한 느낌입니다. 백방이 무효인 것은 그 때문입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할 것이지만 늘 변죽만 울리고 정작 핵심을 짚어내지 못하

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뜻입니다.

 뇌관은 주택시장입니다.

주택시장이 무너지면 경제가 무너지는 구조입니다.

주택시장이 살지 않고는 경제 살리기 또한 공염불일 따름입니다.

집값이 오르지 않는 이상 주택시장 침체는 헤어날 수 없는 늪일 뿐입니다.

집값이 오르지 않는 이상 투자심리가 살아날 가능성 또한 있을 수 없습니다.

 문제는 투자심리 회복입니다.

가계부채 문제·하우스푸어 문제를 푼답시고 매도자를 위한 대책 백날을 쏟아 부어도 결국 백방이 무효 소

리듣기가 십상입니다.

주택을 사고 싶게 만드는 게 해법입니다.

주택을 사면 남는다는 확신이 필요합니다.

집값이 오른다는 확신 하나면 이 지독한 침체는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을 것입니다.

경제 살리기는 덤입니다.

 마중물로 쓰자는 것입니다.

부자든 DTI든 그보다 더한 것이든 집값을 살리는데 망설일 일이 없다는 얘깁니다.

집값을 살리고 경제를 살리는 일보다 시급한일이 있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죠.

대체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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