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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와 백로사이,

기승을 부리던 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는 처서가

지났습니다.

거짓말처럼 더위가 한풀 꺾였습니다.

유별난 여름 탓에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싶던 마음이 머쓱할 정돕니다.

제법 선선한 바람이 켜켜이 숨겨졌던 가을을 불러냅니다.

때늦은 장마를 대신해 태풍이 한차례 수작을 부릴지도 모른다는 예보지만,

여름내 모진 풍파에 시달린 인심은 그깟 걱정꺼리도 되지 못한다는 표정입니다.

이제야 살 것 같다며 참았던 숨을 길게 내쉽니다.

땟국물로 얼룩진 짜증 섞인 얼굴은 금 새 환해졌습니다.

새털 같은 희망이 뽀얗게 피어납니다.

위례신도시에서 나온 첫 민간분양아파트인 대우건설 ‘송파 푸르지오’가 최고 경쟁률 24대1을 기록하며 14

개 주택형 가운데 11개 평형에서 1순위 마감됐다는 소식입니다.

23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이날 진행된 위례신도시 송파 푸르지오 1·2순위 청약에는 전체 526가구 모집

에 청약 신청이 2285건 접수돼 평균 경쟁률 4.3대1을 기록했습니다.

송파 푸르지오는 전용면적 106~113㎡로 이뤄진 중대형 아파트로 소형 선호도가 심한 시장 분위기에서 흥

행 부담이 컸습니다. 하지만 청약 뚜껑을 연 결과 대다수 평형이 1순위에서 마감되는 성적표를 내놓으며

선방했다는 평갑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어지는 3순위 청약에서 미달된 3개 평형도 무난히 마감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송파 푸르지오는 서울 송파, 하남시, 성남시에 걸친 위례신도시 민간 분양 물량 중 유일하게 서울에 속한

입지 여건이 주목을 끌었습니다.

분양가는 3.3㎡당 평균 1810만원, 최저 1693만원으로 인근 강남·판교 아파트에 비해 저렴해 청약 흥행에

성공했다는 분석입니다.

지난해 초 9억 초반~9억 후반까지 거래되던 둔촌주공 34평이 6억 중반까지 떨어졌습니다.

지난 6월 7억5천만원 전후에서 거래가 됐던 점을 감안하면 일 년 반 사이 3억원, 최근 두 달 사이 8천~9천

만원이나 추락한 셈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이 평형의 거래가격이 6억 중 초반 대였으니까 실제 금융위기 때보다 더하다는 언론

보도가 전혀 근거 없는 빈말은 아닌 셈입니다.

주택시장 침체가 내수를 위축시켜 자칫 일본식 경제 불황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투자심리가 갈

수록 위축돼는 양상입니다. 대출부담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팔려고 집을 내놔도 집값이 오르기는

커녕 더 떨어질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매수세는 백사장에서 동전 찾기보다 어려울 지경입니다.

그렇다고 급매물이 지천에 깔린 것도 아닙니다.

매수세가 귀하다 해서 턱도 없이 가격을 낮추지도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수억씩 가격이 떨어져 마치 투매라도 하는 것처럼 비춰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얘깁니다. 1천만원 낮추는데도 신중하고 또 신중합니다. 그리고 더딥니다.

또, 그렇게 낮춰진 급매물은 팔립니다.

투자심리가 실종돼서, 집값이 더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판에 거래 소식이 어찌 보면 믿기지 않을 정돕니다.

하지만 일주일 한두 건의 거래 소식은 어김없습니다. 비록 팔린 가격이 기준이 되서 더 낮거나 비슷한 가격

대의 급매물이 아니면 어림도 없는 일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거래소식은, 쩔쩔 끓는 7월에도 그리고 여름휴가로 서울이 텅텅 비다시피 한 8월에도 그렇게 이어져 왔습

니다.

그들은 누구일까.

그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시기에 집을 살까.

그들은 신문도 보지 않나.

하나같이 집값이 더 떨어질지도 모른다는데 무슨 용기로 저런 결정을 할 수 있을까.

혹시, 그들은 바보가 아닐까.

아님, 계획성이라고는 담을 쌓은 단순무식한 인간형이 아닐까.

의구심은 끝이 없습니다.

그들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입지가 좋고 가격이 싸면 지금이 살 때라는 생각입니다.

위례신도시가 송파·강동에 연접돼 있으니 판교보다 못할게 없다는 것입니다. 경기가 나빠 분양가까지 싸니

꿩 먹고 알 먹는 셈이란 것입니다. 집값이 바닥을 헤매는 상황에서 크게 오를지는 장담이 되지 않지만 더

이상 떨어져봤자 얼마나 더 떨어지겠냐는 것입니다.

둔촌주공의 급매물가격도 같은 이칩니다.

이 정도 가격이면 거의 최악의 상황인데 주변 시세 등을 감안하면 손해 보는 일은 없겠다는 판단입니다. 더

구나 종 상향 결정이 서울시에 계류 중이니 아무렴 이보다 못 하기야 하겠냐는 것입니다. 종 상향 결정이후

보다야 백번 나을 거란 생각인 거죠. 아무리 시장이 바닥을 헤맨다 해도 지금보다야 나을 것이 빤하다는 거

죠.

설령 조금 더 하락한다 해도 그 부담은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재건축이후 가치를 따져보면 충분한 경쟁력

이 있는 가격이라는 얘깁니다.

재건축까지 기회비용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지금가격이면 나무랄 데가 없다는 뜻이죠.

최소한 무릎아래 발목정도는 된다는 것이죠.

정부가 집값 하락세를 손 놓고 볼 수만 없다는 계산도 깔려있습니다.

집값하락이 가계부도, 금융위기, 내수침체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식 장기 불황이 염려된다는 상황에서 정부의 선택이 결코 자유롭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내수침체를 우려한 정치권이 주택거래활성화를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면서 구체적인 안들을 마련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쓸 수 있는 카드를 총 동원해서라도 주택거래 침체를 막아야한다는 인식을 같이한 것이죠.

내수위축으로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해법은 주택거래활성화뿐이라는 사실을 말이죠.

결국 투자심리는 사라진 게 아니었습니다.

잠시 움츠렸을 뿐이죠.

그리고 때를 기다렸을 뿐이죠.

강남권재건축시장이 바닥에 가까워지자 서서히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거죠.

또한 입지가 좋은 곳의 시세보다 싼 분양시장에 모습을 나타내게 된 거죠.

그들은 얼리 버드이죠.

그들이 진정한 선수인 셈이죠.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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