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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주민, 총선 세금 압박 “종부세 폐지 후보 찍겠다”
“한나라 과반되면 보유세 내릴 것” 매물 자취 감춰




“집값은 내렸는데, 공시지가는 또 올라 종합부동산세·재산세·건강보험료 등 가정에 심대한 고통을 주는 세금폭탄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달 동안 공시지가 이의신청 기간이니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부탁한 서류를 빨리 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대치동 강남구민회관 2층 강당에 모인 강남주민 100여명 앞에서 김흥수 ‘강남구 공동주택 입주자 대표회의 협의회’(협의회) 회장은 주민들이 힘을 모아 공시지가를 내리고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 2월 주민 1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공시지가 인하·종부세 폐지 의견서를 당국에 냈던 협의회는, 이날 4·9총선에 출마한 강남갑·을 지역 후보자들을 불러 종부세 관련 토론회를 열었다. 종부세와 관련한 태도를 후보 선택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강력한 세금인하 압박인 셈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 지역구 현역의원인 이종구·공성진 한나라당 후보는 다른 일정과 겹친다며 참석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종부세 유명무실화’, 공 후보는 ‘종부세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다른 지역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폐지’를 주장하진 않았다. 오히려 무소속 서상목 후보(강남갑)가 자신을 ‘종부세 폐지 무소속 연대’라고 소개하며 “1가구2주택 보유자, 강남 아파트 50평대 보유자가 어떻게 부자냐. 종부세는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열렬한 박수로 화답했다. 김성욱 통합민주당 후보(강남갑)도 “과도한 세금 과징으로 속이 뒤집어진 것을 표현하려고 펼침막을 거꾸로 달았다”고 동조했다. 부동산 보유세 인하 문제와 관련해 당론인 ‘조건부 반대’ 입장 대신에 지역구 여론에 편승한 것이다.

신언직 진보신당 후보(강남을)는 “종부세 대상은 전국 가구의 2%에 불과하며, 대부분 강남 거주자다. 그 분들의 세금이 바로 양재천을 환경 생태천으로 만들었다”며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필요하다”고 유일하게 다른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객석 곳곳에서 “종부세 먼저 폐지하고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얘기해라”, “1가구1주택도 보호받아야 된다”는 야유가 터져나왔다.

강남 부동산 시장은 주민들의 이런 기대 속에서 ‘총선 뒤’를 주시하고 있다. 서울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총선 뒤 한나라당이 다수당이 되면 결국 종부세·양도세를 모두 내릴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은 집을 내놓는 사람이 없다”며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 말대로 재건축 규제가 풀리면 은마아파트 34평형이 12억원대에서 20억원대까지 오를텐데, 누가 지금 비싼 세금을 내면서 집을 팔겠냐”고 말했다.

위의 글은 한겨레신문 4/2 보도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