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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명품신도시 추가 건설 추진 동력 잃나

새 정부 주택 공급책과 엇박자…무산 가능성 커져



"경기도가 추진할 계획이던 명품신도시 추가 지정·개발은 물 건너 간 것 아닌가요? 신도시 조성은 새 정부의 공급 확대책과도 맞지 않는 것 같은데…."

지난해 한 때 명품신도시 후보지로 거론됐던 경기도 고양시 송산동 일대 주변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김모씨의 푸념 섞인 말이다.

경기도가 야심 차게 추진하려던 명품신도시 추가 개발 사업이 동력을 잃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공급 정책 방향이 신도시 조성보다는 도심권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명품신도시 건설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이미 명품신도시 1,2호로 광교신도시와 동탄2신도시를 지정한 경기도는 올해 이후 제3호 명품신도시를 추가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 6월 수원시 이의동과 용인시 상현동 일대에 조성되는 1128만2000㎡(341만평) 규모의 광교신도시를 경기도가 추진하는 제1호 명품신도시로 지정했다. 명칭도 ‘광교 명품신도시’로 확정했다.

경기도는 이와 함께 노무현 정부가 지난해 6월1일 분당급 신도시로 낙점한 화성 동탄2신도시를 명품 신도시 2호로 지정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기도는 김문수 지사 임기 안에 명품신도시 두 곳을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주거의 질을 높이고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신도시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게 경기도와 김 지사의 입장이라는 것이었다.

추가로 지정된 신도시 위치도 대략적으로 제시했다. 경기도 남부에는 이미 광교와 동탄2신도시가 명품신도시로 지정된 만큼 앞으로는 북부 지역에 두 곳을 추가 지정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한 것이다.

3,4호 명품신도시 언제 빛 보나?

그런데 문제는 새 정부에서는 신도시가 추가 조성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명박 당선인이 선거 공약에서 집값 안정을 위한 공급 확대책으로 신도시 건설보다는 도심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대통령직인수위도 신도시 추가 건설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수도권 몇몇 대규모 택지지구 개발도 여러 문제점 때문에 중도 하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데, 새로 신도시 규모의 공공택지를 개발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건교부 관계자도 “참여 정부 임기내 뿐 아니라 차기 정부에서도 더 이상의 신도시 발표는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현재 주택 관련법에서 신도시 개발 인·허가권은 중앙정부가 쥐고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장인 김 지사가 명품신도시를 개발하고 싶어도 건교부 협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새 정부가 신도시 추가 건설에 적극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제3,4호 명품신도시가 새 정부에서 아예 빛을 보지 못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경기도 “모든 준비 작업 끝”에서 “상황 따라 바뀔 수 있다”로 꼬리 내려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는 이미 3호 명품신도시 지정·발표와 관련한 모든 준비 작업을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문수 지사가 지난해 5월 말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6월에 발표할 분당급 신도시 외에) 경기도가 발표할 신도시에 대해 많은 준비가 이미 되어 있고, 정책적인 결정만 하면 된다”며 “기술적으로나 부지 등은 문제될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한 데서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경기도 입장이 많아 달라졌다. 경기도 대변인실 관계자는 “신도시와 같은 대규모 택지지구 지정 및 개발계획 승인권은 모두 건교부 장관이 갖고 있어 새 정부의 협조나 동조가 없는 한 경기도가 독자적으로 신도시를 발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명품신도시 추가(3,4호 신도시) 건설과 관련, 지난해까지만 해도 강한 의욕 보인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새 정부 출범 이후인 올해 초나 상반기에 명품신도시를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 지사의 명품신도시 추가 발표 의지가 워낙 강해 차기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경기도가 정부 부처와 신도시 추가 지정·발표와 관련한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던 것이다.

명품 신도시 후보지도 구체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제 3호 명품신도시로 고양시 송포·법곶·송산·구산동 일대(2538㎡·768만평)가 유력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또 경기지방공사에서 이미 신도시 개발 관련한 용역을 발주한 데다 기반시설 배치도 등 구체적인 밑그림까지 그려졌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그래도 기대감 여전히 남아 있어

어쨌든 현재로서는 교육·환경·교통·산업 등 자족기능을 갖춘 명품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경기도의 야심찬 계획은 새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과 맞물리면서 빛을 보기 어렵게 됐다는 게 전 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명품신도시 추가 지정·발표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 관건은 집값 움직임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차기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집값이 안정세를 보일 경우 신도시 추가 건설의 명분은 상당부분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는 집값 안정의 틀 다지기 위해 신도시 개발보다는 낡은 노후 주택 정비를 통한 공급 확대 정책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도심 재개발·재건축 개발 기대감에 강남권 등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일 경우 부동산 공급정책이 급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에서 신도시 개발에 힘이 실리면서 명품 신도시 개발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신도시 인·허가권 등 부동산정책 결정권을 건교부가 쥐고 있는 상황에서 “명품신도시 3,4호를 공급하겠다”는 경기도의 계획이 실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