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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로 들어간 철길, 북으로 세계로 뻗는다
용산선 뜯어낸 땅속에 두겹으로 터널 뚫어
위에는 경의선… 용산에서 문산까지 50분
아래엔 공항철도… 서울역·인천공항 연결


“조심하세요. 보통 엘리베이터보다 훨씬 무섭습니다.”

사방이 철망으로 둘러싸인 공사장 엘레베이터가 ‘구궁~’ 하는 굉음을 내며 천천히 밑으로 내려갔다. 살을 에는 듯한 겨울바람을 삼켜버린 것은 습기였다. 2분 남짓 내려가던 엘리베이터가 멈춘 곳은 지하 57m 바닥. 지하수 탓에 바닥은 비라도 온 듯 질척거리고 미끄러웠다. 신동각 포스코건설 팀장은 “그나마 여기는 다른 곳보다 물이 많지 않아 걷기 편한 편”이라 했다. 서울 마포구 신수동 지하 57m 지점에 만들어지고 있는 인천공항철도 2단계 터널 공사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곳에서 수직으로 30m 남짓 올라간 지점에는 경의선 복선전철과 서강역이 지어지고 있다. /오종찬 객원기자 ojc1979@chosun.com 지난 12월 28일 서울 마포구 신수동 경의선·인천공항철도 건설현장. 한때 화물열차가 덜컹거리며 다니던 철길 아래가 지금은 거대한 두 겹의 지하 동굴로 변해 있었다. 공덕로터리~가좌역 사이 5㎞ 구간에 놓였던 낡은 단선 철길 용산선을 뜯어내고, 지하 20~30m 지점에 경의선 복선전철(용산~문산)을, 그보다 더 깊이 내려간 50~60m지점에는 김포공항과 서울역을 잇는 인천공항철도 2단계 구간을 놓는 공사가 2005년부터 진행 중이다. 땅 깊숙이 위아래로 ‘통일로 가는 철길’과 ‘세계로 뻗는 철길’이 함께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수직 한국철도기술공사 현장 감리단장은 “지하에 위아래로 두 개의 철도를 동시에 뚫는 공사는 국내에선 유례가 없다”고 말했다. 5㎞의 공사구간은 10개 공구로 나뉘어졌으며, 포스코건설·대림산업·현대건설 등이 공사에 참여하고 있다. 경의선 서강역 조감도 공사는 ‘발파’와 ‘굴착’의 연속이다. 1㎞ 간격으로 지름 13m의 거대한 구멍을 수직으로 뚫고 내려간 뒤 지점과 지점 사이는 다시 옆으로 파 들어간다. 박용수 포스코건설 현장소장은 “공구와 공구 사이의 오차가 1~2㎝ 이상 벌어지면 안 될 정도로 정확함과 치밀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곳은 전체 공사 구간 중 진척 속도가 가장 빠르다. 위에 만들어질 경의선 전철 서강역은 지상 출입구 두 곳과, 맞이방, 승강장쪽 계단이 모두 뼈대를 드러냈다. 별도의 역 없이 철길만 깔리는 아래쪽의 공항철도도 바닥이 다져지지 않았을 뿐 아치 모양의 둥근 터널이 이미 모양을 갖췄다. 한국철도시설공단·공항철도㈜·한국철도기술공사와 주요 시공사, 도급업체 직원 등 200명 가까운 인력이 공사장에 지은 가건물을 ‘베이스캠프’ 삼아 밤낮없이 일하고 있다. 김형환 공항철도㈜ 경의선위수탁공사팀 차장은 “그나마 올 겨울 추운 날이 많지 않아 공사 진척이 순조롭다”고 했다. 홍대입구 환승역 조감도 전체 공정률은 40%선. 위아래로 놓인 지하 철길에 본격적으로 열차가 다니기 시작하면 수도권 교통사정은 지금보다 훨씬 좋아진다. 먼저 인천공항철도 2단계가 예정대로 2010년 개통되면 서울역에서 열차를 타고 직접 공항으로 갈 수 있게 돼 이용객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경의선은 2009년 성산~문산 구간에 먼저 전철이 다니게 한 뒤 서강역이 포함된 용산~성산 구간을 2012년에 개통한다는 계획이다. 일정이 더뎌진 이유는 공덕~용산 구간 공사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 한국철도시설공단은 “공사 구간의 80%를 지하화하고 6호선 효창공원앞 역 부근에 ‘효창역’을 만들어주는 조건으로 용산구와 협의해 내년 안으로 설계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차가 전철로 바뀌면 하루 왕복 36회 정도만 다니는 경의선 열차횟수가 최대 왕복 280회까지 늘어나며, 문산에서 서울도심까지 이르는 시간도 70분에서 50분 안으로 줄어든다. 두 노선이 놓인 뒤 수도권 전철 노선도는 한결 더 촘촘해진다. 공덕역은 5·6호선에 공항철도와 경의선까지 다니는 첫 ‘4개 노선 환승역’이 된다.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도 경의선·공항철도로 갈아탈 수 있게 되고, 지금은 이름이 제 각각인 수색역(6호선)·성산역(경의선·공사중)·디지털미디어시티역(공항철도·공사중)도 합쳐진다.

김수직 감리단장은 “이 지하 철도 공사는 단기적으로는 인구가 크게 늘어난 일산·파주의 대중교통 사정을 훨씬 좋게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서울도심과 인천공항, 그리고 개성과 그 너머까지도 손쉽게 전철로 오갈 수 있는 시대를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