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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샘추위도,

변덕스럽기만 한 성깔머리도,

그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저 절정을 조금 늦추었을 뿐이다.

 무작정 꽃잎부터 피고 보는, 이른 봄꽃 축제가 저문 즈음.

자칫 풀이나 죽지 않을까하는 걱정은 쓸데없다.

 세상은 더욱 싱그럽고 푸르러졌다.

눈이 부신 날은 콧대가 하늘 높은 줄을 모른다.

 봄이 흐드러지다.

 웬만하면 한바탕 법석을 떨어도 과히 지나치지 않을 법하다. 4·1 부동산대책으로 분위기가 한창 달아오른

데다 5월 2일, 지난 1월 16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한 둔촌주공 정비계획 변경 안에 대한 서울시

결정고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3종 상향으로, 현 5930세대가 1만 1천여세대로 재건축되는 서울시의 최종

승인이 떨어진 셈이다. 정부의 부동산대책과 어우러져 제법 화학반응을 기대해도 좋을 재료임이 분명하다.

 사업진행 여부는 재건축 투자 선택의 최우선 요소다. 장기간 경기 침체로 사업성이 악화된 인근 단지에서

는 시공사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두 손 두 발 다든 단지가 속출했다. 사업을 되돌리는 격이니 사업진

행이 빨라질 리 만무다. 반면 사업성이 개선된 둔촌주공은 사업진행이 대폭 빨라질 전망이다. 최근 집값하

락으로 인한 분양가 인하 추세에도 조합원들의 추가 부담 없이 사업진행이 가능한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무려 1천 세대에 이르는 일반분양 증가분은 분양가 인하 요인을 흡수하고도 남을 만하다. 시공사들이 사

업진행에 적극성을 띠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2014년 말까지 관리처분인가 신청 시 초과이익환수 면

제법안이 시행중인 점을 감안하면 내년 말까지 관리처분 인가 신청의 목표가 주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시

공사들의 말마따나 ‘천지개벽’의 둔촌주공 재건축은 이미 8부 능선을 넘었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둔촌주공에도 공공건축가가 투입된다. 1만 1천여 세대의 강남권 최대의 단지로 조성된 만큼 공공성이 반

영돼야 한다는 서울시의 판단에서다. 공공건축가 제도란 건축전문가로 구성된 공공건축가 풀을 구성, 민간

재건축에 자문하는 제도로 지난달 잠실5단지와 가락시영아파트가 시범 단지로 선정된 바 있다.

 조합은 공공건축가 선정 후 최종 정비 안을 협의하는데 2~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과정

에서 평형대별 주택 구성이나 공공시설의 규모와 종류, 위치 등이 조정된다. 이를 통해 나온 정비 안은 건

축 심의 과정을 거쳐 다시 서울시 건축위원회 심의를 받는다. 이 기간 역시 4~5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

하면 이르면 연말께 사업시행인가 통과가 예상된다.

 정비사업 콘셉트는 잠실5단지와 가락시영과 같이 ‘공공성 강화’에 맞춰질 전망이다. 특히 개발제한구역과

인접한 곳의 용적률은 유지하되 나머지는 3종으로 상향하는 ‘부분 종 상향’을 도입한 만큼 다양한 배치 안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최고 35층으로 결정된 층수는 그대로 유지하되 단지 경계 부는 다소 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강변

과 맞닿은 단지는 아니지만 1만1천세대가 넘는 대규모 단지인 만큼 주변부 주거지와의 조화를 감안하겠다

는 것이다. 조망과 경관, 지형을 배려한 구릉지 경관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서울시는 둔촌주공 재건축에 대한 기대가 크다. 서울시관계자는 공공건축가가 투입되면 사업추진의 행정

절차가 단축되는 만큼 정비사업 기간도 단축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초과이익 환수를 면해가기

위해서라도 2014년 말 관리처분 인가신청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지 오래다. 제도의 혜택을 품에 안고 서

울시의 지원을 등에 업은 셈이다. 2015년 이주를 시작으로 재건축의 행보가 날개를 달 것이 너무도 자명한

이유다.

 법석은커녕 썰렁하기만 하다. 호재에는 관심조차 없고 온통 눈치 보기에 여념이 없다. 모처럼 좋은 재료가

모여 화학반응이 일기를 바라는 기대가 자칫 공염불되기 십상이다. 지난달인가, 잠실 5단지의 채 익지도

않은 45층 재건축 계획이 언론에 슬쩍 비치기가 무섭게 난리법석이 난 일을 떠올리면 도대체 이놈의 부동

산시장의 튀는 방향은 참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다.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이번 대책 그럴듯했다. 가뜩이나 세수가 부족한 판에도 정부가 세수를 지원하면

서까지 양도세를 5년간 면제 한 것은 부자들을 부동산시장으로 불러 모아 시장의 활력을 불어 넣어 거래가

늘 것으로 기대가 모아졌다. 수요자들로서도 5년간 양도세를 한 푼도 물지 않아도 된다니 솔깃하지 않을 이

유가 없다. 또 생애최초 구입자에게 취득세 부담을 없애주고 금융특혜를 줘 전세 수요를 매매수요로 유입

한 것도 주목받을 만 했다. 게다가 모처럼 여야가 손뼉이 맞아 수혜 폭을 넓혔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적어도 거래는 살아날 가능성이 충분했었다.

 강남재건축이 먼저 반응한 것도 그 때문이다.

향후 집값 상승의 기대가 큰 만큼 양도차익 발생 가능성이 높은 이점 때문에 투자수요가 먼저 움직인 탓이

다. 그 때문에 강남재건축 호가가 급등하면서 일순 강남재건축시장의 전성기가 다기 오지 않을까 하는 기

대가 없지 않았다. 강남재건축뿐만이 아니다.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아파트 시장이 살아나면서 평

균 매매가격이 오름세가 시작됐다는 기사가 잇따랐다. 무려 1년 4개월만이다. 양극화도 뚜렷했다. 강남지

역은 오름세를 보인 반면 강북지역은 대부분 하락세를 보였고 일부 지역은 내림세가 컸다.

 바닥 론까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장은 금 새 관망세다. 말이 좋아 관망세지 매수문의 조차 끊긴 시장은 거래절벽이다. 엎친 데 덮

친 격으로 대책 무용론까지 꿈틀댄다. 어쭙잖게 등장한 바닥 론이 불콰해진 얼굴로 어디 숨을 곳을 찾을지

도 모를 일이다.

 지난달 22일, 그러니까 이번 대책의 실행시기로 점찍은 날 이후 거래가 종적을 감췄다. 대책 실행으로 시

장을 살리고자 하는 날 되레 거래절벽이 시작된 셈이다. 제법 그럴듯한 대책에, 서울시의 정비계획변경 안

결정 고시까지, 불길이 확 살아나도 모자랄 판에 웬 날벼락인지 모를 일이다.

 6월까지 역시 일몰 표 취득세 감면 대책으로 다소 거래가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4월은 정책을 내

놓은 정부조차 오락가락하면서 심리적으로 불안한 수요자들이 매수 결단을 내리기 힘들었다는 지적도 있

다. 때문에 대책 적용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5월에는 실질적인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가 없는 것은 아니

다. 하지만 이 역시 한시적이다. 지속적으로 거래가 살기에는 모멘텀이 약해도 너무 약하다는 얘기다.

 지켜 볼 일이다.

그러나 이처럼 거래절벽이 시도 때도 없으면 거래가 반짝 살아나도 빈 독에 물 붙기나 다름없다. 경기 살리

기는커녕 부동산시장하나 온전하게 간수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누구만 빼놓고 다 아는 얘기다.

겉으로는 반지르르한 대책이 무용론까지 회자되는 이유 말이다.

 일몰을 정해놓은 한시적인 대책 탓이다.

한시적 대책은 거래절벽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한마디로,

거래절벽으로 집값하락이 눈에 보이는 판에 양도세 감면이 무슨 소용 있겠냐는 것이다.

진통제 처방으로 죽을병을 연명하는 격이지..

 기한 없이 풀어야 산다.

시한부는 외려 더 참혹한 대가를 치를 뿐이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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