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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큼 겨울이다.

하룻밤 성근 비로 가을은 아예 설자리마저 위태로운 처지다.

 동장군이 예비동작도 없이 곧장 본게임으로 치달을 기세다.

다짜고짜 수은주부터 뚝 떨어트리며 사뭇 훈계조다.

“자, 이제부터 겨울이야. 정신 바짝 차려. 독감 조심하고 말이야“

 대선이 코앞이다.

대선주자들의 막판 표심잡기 행보가 뜨겁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이 따로 없다.

표가 될 만한 것들은 하나같이 공약으로 변신중이다.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후보들의 입을 거치면 안 되는 것이 없고 못할 것도 없다.

세상은 만사가 오케이다. 얼굴 붉히고 짜증낼 일도 없다. 골라 찍을 것도 없이 새 대통령만 되고나면 5년

내내 구름만 밟고 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고생 끝 행복 시작”이다.

 나라 곳간은 ‘화수분’ 쯤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퍼내고 퍼내도 줄어드는 법이 없는 놀부전의 그 화수분 말이다.

 대통령은 곳간에서 바가지를 들고 퍼주기만 하면 그뿐이다.

바가지를 드는 수고로움 정도는 뭐가 대수겠는가.

운다고 주고, 예쁘다고 주고, 미운 놈 떡 하나 주고, 잘하는 놈 더 잘하라고 주고. 그저 막 퍼주면 그뿐이

다. 곳간에서 돈이 끝도 없이 솟아나는 판에 무슨 책임감이 따로 있을 것인가. 뭐가 아까울 것인가. 바가지

를 드는 수고로움 정도면 온 백성이 배를 텅텅 두드릴 테니 말이다.

무슨 걱정이 따로 있을 것인가.

 사상유래 없는 부동산경기 침체로 나라경제까지 위태로운 처지다. 전세 값 폭등과 집값추락으로 성한 사

람이 없을 정도다. 하우스푸어니 깡통주택이니 사실상 거지꼴 났다는 섬뜩한 얘기가 아무렇지도 않게 만성

이 돼버린 세상이다.

 빠듯한 살림살이에도 억척으로 평생 집장만이 꿈이고 목표인 게 서민들이다. 그나마 평생을 의지할 재산

은 그것뿐이다. 그게 굴러줘서 목돈이 되고 자식들 결혼밑천도 노부부의 노후 대책도 되기 때문이다. 그것

하나가 목숨을 유지할 생명 줄인 때문이다.

 그야말로 멘붕이다.

집값이 반 토막이 난 것은 사실상 자식들 결혼밑천이, 노후대책이 반 토막 난 셈이다. 모자란 자금은 대체

어디서 융통을 해야 할지 망연자실이다. 요즘말로 멘붕이다.

 이쯤이면 얼치기든 설치기든 부동산 공약으로 도배를 하고도 모자랄 판이다. 집값하나 살리면 경제 살리

고 사람 살리고 나라 살리고, 세 마리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셈인데 어느 대선주자가 이를 마다할 것인가.

 하지만 괴이쩍다.

진득이 부동산 시장을 들여다보면서 가슴앓이를 함께하는 대선주자가 보이지 않는다. 나라 곳간이 넘쳐 주

체를 하지 못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어디 돈이 하늘에서 우박처럼 쏟아지기라도 약속된 것인지 온통 퍼준

다는 공약만 넘칠 뿐 숨이 턱밑에까지 찬 부동산시장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나

라 살리는 대선주가 아니라 곳간 거덜 내는 대선주자가 아닐까 심히 의심이 들 정도다. 가까운 길을 두고

어째 먼 길을 돌아갈 것인지 말이다. 당최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긴 하다. 표를 얻기 위해 섣부른 공약을 내놨다가 강남 편들기라고 달려들면 난감하기

짝이 없다. 국회가 들고 일어나고 시민운동 뭐니 하는 측에서 들고 나서면 되레 역풍을 맞을지도 모를 일이

다. 표를 얻기는커녕 뭉텅이로 표를 잃기가 십상이다. 화수분하나면 족히 표심을 끌어 담고도 남는 판에 애

써 화약통을 짊어지고 불구덩이를 찾는 모험을 자처할일이 뭐가 있을 것인가.

 부동산시장이 이 지경에 이른 데 글로벌 금융 불안을 지적하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그 때문에 글로벌 금융

불안이 해소 되지 않는 한 부동산시장의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내부적인 요인이 더 크다는 지적 또한 만만치 않다.

이른바 투자심리 위축이 화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투자심리 위축의 근원은 정부의 정책실패에 있다는 설이다.

 대표적으로 지목되는 것이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정책이다.

반값에 서민들의 집을 제공한다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시장에 미치는 폐해는 심각하다.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눌러 앉는 무주택자가 부쩍 늘었다. 무주택기간이 길면 길수록 로또라고 불리는 보

금자리 주택에 당첨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주택매매수요는 급격히 줄었다. 초기수요가 사라진 매

매시장이 급격히 침체의 늪으로 추락한 이유다. 물론 전세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거기에 찬물을 끼얹은 게 서울시 재건축 정책이다.

무상복지 논란 속에 백마를 타고 깜짝 등장한 시장님 덕이다.

전임시장의 정책은 전시행정이라는 누명 하에 하루아침에 풍전등화 신세다. 한강르네상스와 재건축 뉴타

운 정책은 백지화되거나 전면 재검토다. 이른바 서민들을 위해서 부자들만의 정책은 철저히 손을 보겠다는

논리에서다. 천사 같은 명분이 그럴듯하다. 하지만 불행의 씨앗이 막 싹을 틔웠을 뿐이다. 없는 법을 앞세

워 규제를 일삼다보니 강남권재건축시장이 일제히 멈춰서 버렸다. 투자가치가 불투명해지자 투자자들이

발길을 끊어버린 탓이다. 주택시장을 이끌던 강남권재건축이 부동산시장 하락을 주도하는 공적으로 내몰

린 것이다. 리딩히터가 졸지에 애물단지로 추락한 셈이다.

 정부의 보금자리정책은 초기수요를 끊고 서울시장은 주택시장을 이끌던 강남권재건축시장의 숨통을 끊었

다. 유사 이래 정부와 서울시가 이처럼 손발이 척척 맞아 떨어지는 것도 보기 드문 일이다. 역사에는 어떻

게 기록될지 사뭇 궁금한 대목이다.

주택시장을 살려 경제를 살리고 서민들을 잘살게 해야 할 정부와 서울시장이 손발이 척척 맞아 부동산시장

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나라 곳간은 결코 화수분이 아니다.

하늘에서 돈이 뚝뚝 떨어질 리도 없다.

그러니 펑펑 선심 쓰듯 퍼줄 돈이 있을 턱이 없다.

“고생 끝 행복 시작”은 한낱 부질없는 꿈이다.

펑펑 퍼준다는 소리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도 없다.

 진득이 국민들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치유할 수 있는 처방을 꼼꼼히 내놔야하는 게 도리다.

지금 국민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것은 집값이다.

 글로벌 경제 운운하며 손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부동산 거래시장의 숨통을 틔워야한다.

보금자리주택을 임대형으로 바꾸고 강남권재건축이 제 기능을 하도록 만드는 게 급선무다.

그리고 부동산 거래 활성화로 경제를 살려야한다.

 대선주자, 서울시장이 경제를 살리는데 따로 일수가 없다.

살림살이가 펴야 표도 쫓아가는 법이다.

역사가 눈을 부릅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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