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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깊은 가을로 내달을 모양이다.

꼭두새벽부터 다소 우악스런 가을비가 쉴 새 없이 추적댔다.

곱게 물든 단풍잎이 젖은 몸을 지탱하지 못해 바닥에 수북하다.

한창 물이 올라 이제 막 자태를 뽐내려던 참에 우수수 낙엽이지니 허무 반 쓸쓸함이 반이다.

울긋불긋 때 아닌 호사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는 바닥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그렇다고 한물 간 걸로 생각하면 대단한 오산이다.

외려 더 곱고 화려한 모습으로 홀연히 절정에 섰기 때문이다.

가을비 한 번에 내복 한 벌이라던가.

정말이지 장롱속의 내복이라도 꺼내 입어야 할 모양이다.

가을비 한 번에 성큼 깊은 가을속이다.

집값이 저점에 이르면 바닥논쟁이 나오고 고점에 가면 상투논쟁이 나오게 마련이다.

그런 연유로, 바닥논쟁 상투논쟁이 나온다는 자체는 바닥 또는 상투가 반드시 근거 없는 추측성 전망이라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적어도 그 언저리에 있다는 것만은 주지의 사실이니 말이다.

주택시장이 급매물이 팔리는 등 거래가 늘면서 가격 또한 소폭 올랐다.

집값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면서 바닥논쟁이 뜨겁다.

국토해양부장관까지 한몫 거들면서 바닥논쟁은 마치 기정사실처럼 여겨질 정도다.

지난달 말 미분양 주택 양도세 감면과 취득세 감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오랜 침체로 추락을 거듭하

던 시장에 매수세가 눈길을 돌리기 시작한 게 바닥논쟁을 있게 한 실체다.

강남권재건축시장이 그 중심에 섰다.

침체가 계속되는 동안 침체의 주범 등으로 지목되면서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입은 것도 사실이다. 승승장

구 하늘 높은 줄만 알다가 졸지에 애물단지로 추락하면서 수모를 견디지 못하고 코가 석자나 빠져있던 시

장이다. 한 달 내내 거래건수가 한 두건에 그칠 만큼 마음고생도 심했었다. 하지만 최근 거래가 늘면서 표

정이 몰라보게 환해졌다. 급매물이 동이 날 정도가 되면서는 예전의 그 콧대 높던 때의 습관까지 되살아났

다.

순식간에 수 천만 원씩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걷어 들이기 일쑤다. 불과 한 달 전 쫓기듯 하던 때와는 생

판 다른 모습이다. 때는 왔다 싶은 모양이다.

10월 들어 15건이 넘게 거래됐다.

반쪽짜리 대책이니 하며 추석이후 큰 기대를 하지 않던 시장에 매수세가 끊이지 않게 이어지면서 얻어진

결과이다. 월 초반 연휴와 대책발표이후 급매물이 소지되면서 호가가 오른 점 등을 감안하면 9월 25여건

의 거래실적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최근 잇따른 바닥논쟁의 불씨를 제공한 이유로도 넉넉하다.

바닥을 의식한 매수세가 급매물을 싹쓸이하고 그보다 1~2천만 원 오른 매물이 그 주인공들이다. 장세가

추격 장세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며 거기에 1~2천만 원, 심지어 4~5천만 원씩 호가가 껑충 뛴 매물이 매수

세를 기다리는 형국이지만 높아진 호가에는 전혀 매수세가 미동도 하지 않는 점이 특이하다면 특이한 현상

이다. 실제 거래된 매물 중에는 대책이후 수 천만 원 호가를 올렸다가 거래된 가격 수준으로 다시 가격을

낮춰 나온 매물이 상당수다.

그 정도 가격이면 팔리고 아니면 말고 식이다.

호가가 1천만 원만 높아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래서 그 같은 가격 수준의 매물이 나오길 기다리며 종

종 거래공백이 생기기도 한다. 며칠씩 거래가 뜸한 것은 그 때문이다. 소유자는 추격매수를 기대하고 매수

세는 추격매수는 어림도 없다는 것이다. 바닥논쟁은 뜨거운데 바닥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이유다.

사실 말이야 바른말이지 바닥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오죽하면 ‘신만이 알 수 있는 영역’이라고 하겠는가.

바닥이라는데도 선뜻 믿기지 않는 데는 기실 그러한 속내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바닥은 아니라도 발목이나 어깨 정도는 능히 짚어낼 수가 있다. 소위 바닥

혹은 상투 언저리 말이다. 그 때가되면 굳이 별도의 레이더를 가동하지 않아도 호들갑스런 언론이 지레 호

들갑을 떨게 마련이다. 집값이 춤을 추거나 침체가 깊어지면 예외 없이 언론의 호들갑이 시작되고 그 정도

가 심하다 싶을 때, 바로 그때다.

으레 그러려니 하며 무심코 지나치기 일쑤이지만 지나고 보면 영락없이 그 때가 바닥이고 상투였다는 것이

다. 아니, 최소한 바닥언저리고 상투 언저리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바닥이다. 아니, 최소한 바닥언저리다.

침체가 유래 없이 깊었고 언론의 호들갑이 부쩍 늘었다. 국토해양부장관까지 거들고 나섰다. 웬만하면 입

을 꾹 닫는 게 일반적인 저들이다. 이 눈치 저 눈치 보는 데는 이골이 난 이들이라 섣부른 전망으로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은 결단코 있을 수 없는 인간들이다. 돌다리도 꼭 두드리고 두드려서 건너는 습성이다. 그래

서 한 박자 늦는 게 다반사지만 지나치게 신중한 그것 때문에 간혹은 사태를 역 추적할 단초를 제공하기도

한다.

지금은 살 때다.

오랜 침체로 집값이 2008년 금융위기에 버금갈 정도로 하락한 시점에서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보다는 소폭

이나마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물론 한시적 감면대책의 영향으로 내년 초 거래 경색이 불가피한 상황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집값이 떨

어질 만큼 떨어진 상태에서 추가 하락을 기대하기보다는 횡보정도 유지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새 정권 출범과 동시에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을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새 정권에 대한 기대감으로

안정적인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은 농후하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설령 내년 초 일시적인 경색에 따른

횡보장세가 이어진다 해도 취득세만큼의 덤을 포기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지나친 대출이나 성급한 추격매수만 아니라면 말이다.

지금은 팔 때가 아니다.

집값이 바닥인 게 눈에 빤히 보이는 시점에 서둘러 집을 파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집을 파는 사람은 있

게 마련이다. 거래가 있다는 것은 파는 사람이 있고 사는 사람이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바닥시세에

서둘러 집을 판다고 바보취급해서는 크게 잘못됐다. 외려 집값이 떨어진 틈을 이용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 이들이 그들이기 때문이다. 큰 평수로 늘린다거나 보다 더 좋은 집으로 갈아타는 것이 목적이다. 집값

이 하락해 둘 간의 가격차가 크게 줄어들어 싸게 팔고 싸게 사면 되레 이득이 된다는 게 그들의 계산이다.

고수들의 셈법이다.

물론 빚더미를 감당하지 못하고 눈물을 머금고 파는 이들이 없는 게 아니다. 하우스푸어 말이다. 그들이 아

니면 지금 서둘러 팔일이 없다.

강남권 재건축아파트가 특히 그렇다.

재건축 이후의 가치를 염두에 두고 시세형성이 이루어지는 게 재건축아파트의 특징이다.

그래서 투자의 대상으로 손꼽히는 게 재건축아파트다.

주택시장이 쑥대밭이 된 것이 보금자리 주택 등으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이 가장 컸다.

당연히 재건축아파트가 폭탄을 맞은 셈이다.

특히 강남권재건축아파트가 그 중심에 있다. 상대적으로 투자가치가 높다보니 가격 또한 높을 수밖에 없는

점이 폭탄을 피해갈수 없었던 이유다.

피해 또한 막중하다. 반 토막 운운은 강남권재건축을 두고 하는 소리다.

주택시장이 바닥이라는 것은 투자심리가 바닥이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바닥이라는 소리는 떨어지기보다는 오를 가능성이 더 높다는 소리의 또 다른 표현이다.

구태여 길게 말할 것도 없다.

지금 서둘러 팔일은 없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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