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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불안 3대 징후…낙찰가율·전세금·건자재 상승


매일경제 2008-02-26 07:46:00



올 상반기 서울 집값 상승세가 현실화될 것인가. 주택가격 오름의 징후들이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서울 전 지역에서 전세금이 급등하는가 하면 경매시장의 아파트와 연립ㆍ다세대의 낙찰가율도 전반적인 오름세다. 건설자재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고분양가로 이어질 것이란 염려가 나온다.

◆ 경매시장 기대심리 증폭

= 25일 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20일 사이 서울지역에서 경매가 진행된 연립ㆍ다세대의 낙찰가율은 99.7%를 기록했다. 한 달 전의 88.1%보다 무려 11.6%포인트나 상승했다.

다세대ㆍ연립주택 밀집지역으로 최근 경매에서 낙찰경쟁이 치열한 강서권(강서ㆍ관악ㆍ구로ㆍ금천ㆍ동작ㆍ양천ㆍ영등포구)의 낙찰가율이 평균 146.9%에 달했다.

지난 14일 서울남부지법 경매에 부쳐진 구로구 개봉동 동운네스트빌 1층 전용면적 47㎡에는 35명의 응찰자가 몰려들어 감정가 6000만원보다 176%나 높은 1억589만원에 낙찰됐다.

강북권(강북ㆍ노원ㆍ도봉ㆍ성북ㆍ은평구) 낙찰가율도 103.4%로 한 달 전보다 16.3%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도 86.8%로 한 달 전보다 2.4%포인트 올랐다. 가장 높은 낙찰가율을 기록한 강북권은 96.4%로 1개월 전의 85.9%보다 10.5%포인트 뛰었다.

지난 18일 서울북부지법에서 경매된 노원구 상계동 충효파크타운 2층 전용면적 78㎡ 아파트에는 7명이 응찰해 감정가 1억8000만원의 115%인 2억788만원에 낙찰됐다.


경매 낙찰가율 상승은 수개월 뒤의 주택가격을 내다볼 수 있는 선행지표로 해석된다. 현재의 높은 낙찰가율이 몇 달 뒤 집값 상승을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설명.

강은현 법무법인 산하 부동산사업부 실장은 "경매물건에 대한 명도를 끝내고 등기를 마치는데 3~4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높은 낙찰가율은 몇 개월 뒤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전세시장도 불안

= 서울 전세시장도 심상치가 않다. 부동산114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주 서울 전세금 변동률은 0.07%로 지난해 12월 이후 주간 상승폭으로는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재 전세금도 연초 대비 0.37%나 상승했다.

집값이 싼 노원ㆍ도봉ㆍ은평ㆍ중랑ㆍ동대문구 등은 물론 강남ㆍ양천ㆍ송파구 등도 일제히 오름세다.

강북 등 비강남권 지역은 뉴타운ㆍ재개발 사업에 따른 이주수요가 몰리고 다가구ㆍ다세대 철거물량이 늘면서 전세금이 뛰고 있다. 강남ㆍ양천구와 중계동 등은 새 정부 교육정책에 따른 사교육 수요가 전세금을 밀어올리고 있다.

지분형 분양주택, 신혼부부용 주택 등 새 정부가 내놓을 주택정책을 기대하며 상당수 수요자가 전세시장으로 돌아서고 있고, 그동안 서울 아파트 공급이 중대형 위주로 이뤄지며 중소형 주택 공급이 부족했던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전세시장 불안은 최근의 소비자물가 상승세와 맞물려 서민생활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물론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매가 상승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중소형 아파트는 매매가와 전세금의 동조현상이 강해 전세금 상승이 매매시장 불안까지 불러올 수 있다"며 "당장 정책적으로 전세시장을 안정시키기는 힘들겠지만 장기적으로 임대주택 및 소형 아파트 분양 등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건자재값 급등도 불안요인

= 철근과 시멘트 등 건설자재 가격이 뛰면서 신규 분양 아파트 가격도 올라갈 것으로 염려된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고장력 철근 HD 10㎜ 1ｔ 가격은 이달 들어 69만1000원이다.

지난해 초 46만6000원보다 35%가량이나 뛰었다. 지난달보다도 6만원이 올랐다. 레미콘과 강관파일 가격도 지난해부터 계속 상승세다.

철근이 공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6%. 철근가격이 35% 오르면 건축비는 2%가량 상승한다는 말이다.

건설업체들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밀어내기식 분양'을 하면서 올 초부터 아파트 공사가 몰리며 자재난은 한층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올 봄 이후 철근가격은 ｔ당 70만원대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원료 고철 수입상이나 유통업체들이 물량을 사재기하거나 공급량을 인위적으로 줄이고 있어 자재난을 부추기고 있다.

이 같은 건자재 가격 상승은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도상근 대한건설협회 원가조사팀 과장은 "건자재난은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거나 상한제 적용을 받는 단지에서 표준건축비에 묶인 업체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거나 둘 중 하나"라며 "일부 수입업체나 유통업체의 매점매석을 근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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