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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몇 개 나와 있던 매물 마저도 쏙 들어가버렸군요

이미 지난 주부터 충분히 예상이 가능했던 일입니다.





<<<'상환 압박'에 수억원 싸게 내놓더니 '입법 무산' 전망에 쏙들어간 급매물 >>>



[오마이뉴스 2007-02-08 17:28]


2129 [오마이뉴스 김연기 기자]

▲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 1. 11 대책 이후 한동안 시장에 나오던 다주택자 매물이 최근 점차 줄어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단지 내 부동산중개소.

ⓒ2007 오마이뉴스 김시연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호아파트 인근 시티랜드부동산의 안시찬 사장. 그는 20년 넘게 강남권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해왔지만 요즘처럼 '불확실한 시장'은 처음이라고 말한다.

"우리도 집값이 언제 어디로 튈지 전혀 감을 못 잡겠어요. 시장 상황이 한 달이 멀다 하고 자꾸만 바뀌니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네요."

지난 연말을 고비로 부동산 시장의 기상도가 시시각각 급변하고 있다. 8일 부동산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지난 1. 11 대책 이후 한동안 매물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으나 최근 들어 강남 다주택자들을 중심으로 슬그머니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여전히 한쪽에서는 고분양가 아파트의 미분양이 속출하며 거품 붕괴의 조짐이 보이는가 하면 반대쪽에선 시세보다 싸게 나왔던 급매물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는 모습이다. 2007년 2월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이처럼 양립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현상들이 서로 충돌하는 '기묘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여당 '탈당도미노'에 분양원가 공개 무산?

최근 들어 다주택자들이 급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우선 열린우리당의 집단 탈당 사태로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추진해온 민간아파트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도입과 분양원가 공개가 무산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안시찬 대표는 "정부 정책에 밀려 서둘러 집을 내놓았던 일부 다주택자들이 이번 주 들어 하나 둘 매물을 거둬들이기 시작했다"며 "이들은 특히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집단 탈당으로 1·11대책 입법화가 무산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하반기에는 분양가가 다시 급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초부터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매물 수도 줄어들고 있다. 강남구 개포 주공의 경우 당장 매수자가 나타날 경우 거래가 가능한 매물이 평소 15건에서 최근에는 5~6건으로 줄었다. 송파 주공도 지난 1월과 비교해 매물 절반 가량이 팔리지 않은 채 자취를 감췄다.

개포주공 5단지 인근의 우진공인중개사 고재영 대표는 "지난달 만해도 5단지의 경우 일부 다주택자들이 정부 정책에 떨며 시세보다 2억원이나 싸게 물건을 내놓았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이들이 대부분 정부 정책 효과의 반감을 기대하는 데다 워낙에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하나 둘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과천의 경우도 지난달 단지 전체를 통틀어 평소 13~14건이던 매물이 현재 7건으로 줄었다. 과천 주공단지 인근 오렌지컨설팅의 박강호 대표는 "그동안의 잇따른 정부 정책 발표로 집값이 잠시 조정을 보였지만 다주택자는 대부분 여전히 부동산 불패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 분위기로 봐서는 추가 매물을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강남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소수 매물이 나와 있지만 집값 안정에 기여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실제 강남권 인근의 집값도 상승세가 둔화되기는 했으나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붕괴' 운운할 상황은 아니다.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강남구와 서초구의 경우 1월 집값은 각각 0.8%, 0.9% 상승했다.



▲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등을 담은 1.11대책 입법 무산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강남, 과천 등에 나왔던 매물이 다시 줄어들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내놓은 11·15 대책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사진은 과천 정부종합청사 인근 주공아파트 단지.

ⓒ2007 오마이뉴스 남소연


매물 소수 불과, 집값 안정 기여 턱없이 부족

이처럼 여당의 탈당사태는 곧바로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주도해온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분양원가 공개 확대 등을 위한 입법과정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이번 임시국회에 상정된 부동산관련 법안은 주택법과 임대주택법 개정안을 포함해 택지개발촉진법,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10여개에 이른다. 이들 대책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의 핵심으로 이번 국회에서 입법이 지연되면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불러올 게 뻔하다.

특히 이 가운데 주택법 개정안의 경우 민간아파트에 대한 분양가상한제와 분양원가 공 낯？예정대로 9월부터 시행하기 위해서는 이번 임시국회 때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택지비 산정이나 지방자치단체의 분양가심의위원회 구성 등과 같은 후속작업이 늦춰져 분양가 상한제 등의 9월 시행은 물 건너가게 된다.

시장에서는 이미 주택법 개정안 입법 무산이 점쳐지면서 안정세를 찾고 있는 부동산시장이 위협받고 있다. 일주일 전만 해도 강남권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호가가 최고 3억원까지 급락한 매물이 나왔다. 특히 강남권 고분양가 아파트의 미분양에 이어 재건축 아파트의 매매가도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일주일 만에 사정은 크게 바뀌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등에서는 "만일 이번에 입법이 무산돼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부동산 시장에 또다시 불신을 줄 수밖에 없다"며 "이는 곧 부동산 가격 불안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정책 입법화가 올 아파트 시장 안정 분기점

이에 따라 이번 임시국회가 올해 아파트 시장 안정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이 입법화로 이어지면서 침체가 계속 유지될지 아니면 입법이 무산되면서 위축됐던 매수세가 살아날지는 이달 이후 판가름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도 이 점을 인식하고 반드시 부동산 정책을 입법화한다는 계획이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지 많은 않다. 주택법 개정안에 대해 '제1당'인 한나라당이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가 부동산 공급을 축소시킬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데다, 열린우리당도 건교위 소속 의원들이 대거 탈당하면서 법안통과의 추진력을 상당부분 상실했기 때문이다.



▲ 정부와 여당은 최근 탈당 도미노에도 부동산 정책을 차질없이 입법화한다는 계획이지만 한나라당의 반대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열린우리당에서 경제부처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부동산정책 관련 당정협의회.

ⓒ2007 오마이뉴스 이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