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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구구 설계ㆍ규제가 답답한 도시 만들어
◆서울 스카이라인을 바꾸자 ①◆ ...........
"101층 건물의 경제적 가치는 인근 송산비행장의 비행항로 수정 대가보다 훨씬 크다."
천수이볜 전 대만 총통이 현재 세계 최고층 빌딩 자리를 보유하고 있는 타이베이 금융센터(101빌딩)의 건립을 허가하면서 남긴 말이다.
현대는 국가보다는 도시 경쟁력이 화두가 되고 있다.
영국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이 `대표 도시 재건`에 적극 나서고 아랍에미리트 중국 싱가포르 대만 등 중동ㆍ아시아 국가들이 신도시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대표 도시들의 경쟁력이 국가의 핵심 경쟁력으로 평가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도시 경쟁력 시대에서 아름다운 도시 미관을 형성하고 도시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소는 스카이라인이다.
싱가포르의 스카이라인을 대표하는 원래플스 지역.
리퍼블릭 플라자(66층ㆍ280ｍ)와 UOB 플라자(63층ㆍ280ｍ), OUB센터(63층ㆍ280ｍ) 등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대표적 초고층 빌딩이 밀집해 세계적인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은 디자인과 높이, 지역에 대한 통합적인 관리 시스템의 산물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주요 프로젝트 입찰자를 선정할 때 `투 엔벌롭 시스템(Two Envelope System)`을 활용한다.
프로젝트 사업 희망자들은 입찰을 할 때 봉투 두 개를 준비해 한 개 봉투에는 디자인을, 또 다른 봉투에는 가격을 적는다. 정부는 가격 봉투는 열지 않고 디자인 봉투만 열어 디자인안이 우수한 상위 업체들을 우선 추려낸다. 우수한 디자인이 아니면 아무리 입찰가를 낮게 써 내도 사업자로 선정될 수 없게 한 것이다.
15년 만에 전 세계에 자랑할 만한 스카이라인을 새롭게 그려낸 상하이의 푸둥도 마찬가지다.
상하이 시정부는 시 전체에 용적률 규제를 가하면서도 푸둥 지역의 중앙 3개 구역에 대해서는 개발업체와 협상을 통해 고도 제한 및 용적률 규제 자체를 완전히 없애 버렸다.
대신 다양한 디자인의 건물이 조화롭게 들어서는 데 관리 초점을 맞췄다.
서울은 어떤가.
중구청이 세운상가 자리에 지으려는 220ｍ 초고층빌딩 건립 계획은 `서울 4대문 안에는 내사산(남산ㆍ북악산ㆍ인왕산ㆍ낙산)보다 낮은 최고 90ｍ(30층 내외) 이하까지만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서울시 지침에 걸려 좌초됐고, 제2롯데월드는 군사비행구역이라는 이유로 실랑이를 벌인 지 14년째다.
이상준 연세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한국전쟁 이후 50년 동안 무계획적으로 도시 계획이 이뤄지면서 서울의 스카이라인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새로 짓는 건축물이라도 디자인이나 스카이라인을 고려해 통합관리가 돼야 하는데 빽빽한 아파트로 채워져 랜드마크는커녕 도시의 피로도만 가중되고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지적이다.
도심부에 초고층을 규제하는 것에 대해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기반시설이 잘 발달돼 있고 오피스 수요가 많은 도심부일수록 초고층 개발을 통해 대지 활용도를 높이고 고층 사이 오픈 공간을 많이 확보해 도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역사성과 전통문화 유적을 보호하기 위해 사대문 안에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 사대문 안이나 도심부는 물론이고 한강변이나 잠실 등 외곽지역까지 용도지역제, 용적률과 건폐율, 평균 층수, 층고 제한 등 규제를 획일적으로 적용해 무계획적인 스카이라인이 중구난방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희정 아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1970년대부터 40년 가까이 전국을 똑같은 용적률과 용도지역으로 규제하고 있는 도시 계획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면서 "이 때문에 땅값이 싸거나 민원이 없고 접근성이 좋지 않은 곳은 개발이 이뤄지고 접근성이 높고 고밀개발의 파급효과가 큰 역세권이나 도심 등은 개발이 안 되는 폐해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국 일본처럼 용도지역제 외에 용적지역제와 높이지역제를 도입해 같은 용도지역이라고 해도 공간적인 상황에 따라 용적률이나 높이 등을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에 본사를 둔 초고층 전문 건축설계업체 KPF의 클럼퍼러 사장은 "한강변은 강폭이 1㎞ 이상으로 넓어 초고층 스카이라인을 계획적으로 조성할 경우 서울의 이미지를 바꾸는 것은 물론 도시 미관 개선 및 관광 유발 효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채경옥 부동산부 차장 / 채수환 기자 / 이호승 기자 / 김기철 기자 / 박대민기자]
[ⓒ 매일경제 & mk.co.kr, ] 2008.05.12 08:19:22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