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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위가 한풀 꺾였다고는 해도

한낮에서야 겨우 영상을 넘을까말까 한 날씨다.

아직, 바람 끝은 고추냉이처럼 맵고 틈새를 비집는 손길은 송곳처럼 뾰족하다.

 아주 작은 틈새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필시 좁은 틈새를 비집고 매운맛을 보여주고는 끄떡없다는 것을 과시하겠다는 심보다.

추위가 꺾였다는 말을 믿고 혹여 가볍게 봄옷이라도 걸쳤다간 낭패당하기 십상이다.

자칫 봄이 오는 내내 감기를 달고 살지도 모를 일이다.

 후미진 응달구석엔 잔설이 시커먼 먼지를 뒤집어썼다.

거무튀튀 후줄근한 모습이면서도 결코 싫지만은 않은 표정이다.

 바람결을 타고 오는 어슴푸레한 내 음 때문이다.

까치발을 딛고서 살금살금 동구 밖 어디쯤에 왔을, 여리 디 여린 새봄 향기 말이다.

 설이 지났다.

호가는 더 올랐다. 매수문의도 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오른 호가를 좇아 거래도 됐다.

 거래래야 고작 2~3건뿐이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다. 오른 호가를 좇아 추격매수가 됐다는 의미가 적지 않

다. 일단 “설 쇠고 보자”는 노림수는 적중한 셈이다.

 계약을 하기로 앉은 자리에서 집주인이 가격을 올려 거래가 결렬됐다는 소식은 약과다. 매수의사를 밝혔

다가 가격을 올리는 바람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된 투자자의 얘기는 그 보다 훨씬 더 흔해빠졌

다. 자고나면 호가를 올려 애꿎은 중개업자만 실없는 사람 되기 일쑤다.

 슬금슬금 오른 호가가 5천만 원을 훌쩍 넘겼다. 아예 매물이 씨가 마른 평형도 있다. 이미 호가가 오른 매

물도 넋 놓고 있을 형편이 못된다. 여차하면 가격표를 바꿔 달겠다는 듯 쉴 새 없이 엉덩이를 들썩이기 때문

이다.

 이제는 추억 속에서나 남아있을 법한 까마득한 옛날이 생각날 지경이다.

자고나면 수천만 원씩 집값이 뛰던 시절이다. 강남재건축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며 떼 지어 떠받들던 그

시절 말이다.

 정말이지, 금방이라도 천장을 뚫고 하늘로 치솟을 기세다.

주저주저하면서 선뜻 매수에 나서지 못하는 매수세가 외려 측은해서 못 보겠다는 투다.

허겁지겁해도 모자랄 판에 뭐가 두려워 몸을 사리냐며 은근슬쩍 눈을 밑으로 까는 눈치다.

 하지만 저간의 사정은 그리 녹록한 편이 아니다.

매수세가 늘었다고는 하나 의구심 또한 더하면 더했지 못할 것도 없다. 돌다리도 두드려서 가던 버릇이 아

예 돌다리 밑을 파헤쳐보고 가겠다는 식이다. 2~3건의 추격매수가 있었다고는 해도 대체적인 매수세는 아

직 급할 게 없다는 태도다. 이 지독한 침체가 그리 쉽게 사그라질 것 같지 않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취득세 감면만 해도 그렇다. 웬만하면 국회 소위를 통과했으니 믿어도 좋을 성 싶은데도 꼭 국회 본회의

통과를 확인 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면서 효과도 부쩍 반감된 느낌이다. 종료되면

또 연장이 빤하니 실제 혜택이라고 하기에도 식상하다는 것이다. 시행초기 이게 어디냐 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새 정부 출범을 기해 터트릴 것이라는 부동산활성화 대책도 의문투성이다.

말로는 가계부채문제와 경기부양을 동시에 잡기위한 종합선물세트라고 하는데도 그 실효성에는 반신반의

가 태반이다. 무주택자 등 복지대책과 맞물려 이도저도 아닌 반쪽짜리 대책이기 십상이라는 것이 의문의

공통분모다.

 이를테면 보금자리주택대신 내놓을 것이 예상되는 행복주택이 그런 꼴이다. 보금자리주택과 마찬가지로

거래수요를 위축시킬 것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그린벨트가 철도부지로 이름만 바꿔 달았을 뿐 내용면에서

는 한 치도 다름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임대주택 재원마련에 봉착하게 되면 결국 보금자리주택이

가던 길을 답습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양날의 칼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해 한방을 요구하는 시장의

바람과는 반대로 어정쩡한 대책이 염려되는 까닭이다.

 그런 면에서 작금의 강남재건축에 부는 바람은 과한 면이 적지 않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감 하나의

현상으로 보기에는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일면 수긍이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적어도 둔촌주공에서는 말이다.

 부분 3종 상향안의 서울시 통과로 장밋빛 꿈을 피우기에도 부족할 둔촌주공에도 취득세 감면 표 거래절벽

은 예외가 없었다. 재건축으로 가는 가장 큰 산을 넘었다는 평가에 사업성이 대폭 높아졌다는 호평이 줄을

잇는데도 1월 10여 건, 설을 전후해서 5~6건에 만족해야 했으니 말이다. 그 와중에도 호가가 뛰고 거래가

격이 오르는 것이 외려 신기하다면 신기한 현상인지도 모른다.

 시공사로 선정된 현대 사업단이 팔을 걷어 붙였다는 소식이다. 당초 예측대로 2014년 관리처분인가 신청

을 위해 발동을 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금년 중반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염두에 두고 구체적인 분양가까

지 입에 오르내린다. 일각의 분석에 따르면 대폭 늘어난 일반분양분으로 시공사들의 참여의지에 불을 붙였

다는 해석이다. 2014년 말 또는 2015년 초 이주시작이 가시권 내에 들어섰다는 반증이다.

 무늬만 강남재건축단지는 널렸다.

높은 부담금 때문에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는 단지가 수두룩하다. 오직 강남재건축단지라는 이름표

하나로 같이 들썩이고 같이 썰렁할 뿐이다. 사업성도 수익성도 진행여부도 뒷전이다. 그저 강남재건축이름

표하나로 반은 먹고 들어가는 셈이다.

 둔촌주공이 날개를 달았다.

탄탄한 사업성은 시공사들의 발걸음을 새털처럼 가볍게 할 것이다.

제발 천천히 가라고 염불을 외도 눈에 쌍심지를 키며 앞으로 내달을 것이 빤하다.

설령 새 정부 부동산대책에 차질이 있다고 해도 그것 또한 이미 사정권 밖일 뿐이다.

 둔촌주공이 날개를 펼쳤다.

이제 창공으로 높이 솟아오를 일만 남은 셈이다.

누가 둔촌주공을 말릴 수 있을 것인가.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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