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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려나 보다.

가을비 말이다.

아침부터 꾸물꾸물한 날씨 때문이기도 하지만,

진즉에 냄새를 맡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코끝을 자극하는 냄새가 어딘지 몽환적이다.

비릿한 게 막 샤워를 끝난 몸에서처럼 풋풋하고 신선한 향기다.

가을타는 남정네는 몸서리를 치게 하는 냄새다.

이 비가 가고나면,

단풍은 달음박질을 치기 시작할 것이다.

스산한 바람에 쓸려 낙엽이 이리저리 나뒹굴 것이다.

가을은 속절없이 깊어만 갈 것이다.

모처럼 화색이 돈다.

오랜 침체 탓에 죽기 일보직전까지 몰렸던 주택시장이 일순 희색이 감돈다.

급매물이 팔려나가면서 제법 부산해졌다.

의심쩍은 눈초리로 선뜻 내켜하지 않는 매수세와는 다르게 집주인들의 기대감은 사뭇 만 땅이다.

급매물이 아니면 매물 취급도 하지 않는 매수세는 아랑곳없이, 가격표를 올려 다는 집주인들을 보면 대번

에 알 수 있는 노릇이다. 급매물이 동이 나면서 1~2천만 오른 매물이 팔린데 고무된 탓일 테지만 수 천만

원, 심지어는 1억 가까이 올린 매물 찾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아예, 침체의 끝을 다 알고 있다는 자세다. 아마도 2008년 리먼 사태 때 한 달 남짓으로 상투를 친 기억이

뇌파를 자극했을 것이다. 마치 이날이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주저하는 기색이 없다.

언제나 그렇듯 매수세보다는 집주인들이 민감하기 마련이다.

매수세는 신중하다 못해 돌다리도 두드리고 또 두드리면서 매번 결정을 미룬다. 시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게 주요인이다. 게다가 일 년 반 이상을 침체만 해오던 시장이 금 새 좋아지는 게 외려 이상 하다는 것이다.

필시 저 밑에 바닥이 따로 숨겨져 있다는 식이다. 그깟 세금 몇 푼 깎아 줘서 살아날 시장이면 상투를 쳤어

도 벌써 쳤다는 얘기다.

반면 집주인들의 생각은 감각적이다.

반응이 민첩하다. 침체가 길었던 만큼 세금 감면 정도에도 시장이 살아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집값이 반

토막이 난데다 세금감면이면 매수세가 붙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게 논리다. 적어도 지난 봄 가격까지는 순

식간에 회복이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1억 가까이 가격표를 올려붙인 데는 다 그런 연유에서다.

정부가 주택거래를 살리고 내수경기를 살리고자 내놓은 취득세·양도세 한시 감면안이 진통 끝에 국회통과

가 됐다.

시행여부와 소급적용 등을 두고 논란이 거듭되는 동안에도 급매물이 팔리는 등 적지 않은 파장을 가져온

세금감면정책이라 당연히 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되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였다. 하지만 전격 시행이

결정된 어제 하루 동안 시장반응은 영 신통치가 않다. 썰렁하다. 급매물이 동이 날 정도이던 매수세가 벌써

고향에라도 다 간 건지 도대체 눈에 띄지 않는다. 전화문의까지 뚝 끊겼다. 반짝 장세에 서둘러 가격표를

올려달거나 매물을 회수한 집주인들이 머쓱할 정도다.

애초부터 반짝 장세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게다가 한시적인 성격상 시한이 종료된 내년 초엔 되레 더 썰렁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런

데도 불구하고 시작은 근사했다. 물론 전체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지만 강남권 재건축


시장을 비롯한 강남권은 급매물이 동이 날 정도로 거래가 살아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꽁꽁 숨어있던 부푼

꿈이 잠시 햇볕을 봤던 것도 사실이다. 그 틈에 집주인들의 허파에 바람이 잔뜩 들어갔지만 그것 역시 극히

자연스런 현상일 뿐이다. 어느 집주인이 집값 오른다는데 마다할일이 있을 것인가. 집값 오르는 게 눈에 빤

히 보이는데 헐값에 내동댕이칠 위인이 어디 있겠냐는 말이다. 하지만 거기 까지다. 해묵은 상처에 치료는

커녕 상처에 소금만 뿌린 격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위상이 초라해진 강남권재건축시장이다.

서울시장이 바뀌고 나서는 부쩍 심해진 현상이다. 주택시장 침체가 깊어져 투자성이 나빠진 게 첫 번째 이

유이다. 한때는 엄지손가락 꼽기를 주저 않던 이들도 고개를 갸우뚱하기 시작한 게 그때부터다. 거기에 찬

물을 끼얹은 게 바로 서울시장이다. 서민들 위한 정책이 우선이랍시고 소형평형 확대를 줄기차게 주장한

때문이다. 그것도 이미 정해진 조례를 무시하면서까지 말 그대로 무식하게 밀어붙인다. 티격태격하면서

재건축진행은 늦어질밖에. 시간이 생명인 재건축시장은 투자를 망설일 밖에. 강남권재건축시장이 인기가

식은 두 번째 이유이다.

거래의 시작도 늘 그곳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젠 옛말이 된지 오래다.

외려 거래 침체의 핵심이라는 지적을 받는 처지다.

이쯤 되면 강남권재건축은 몰락한 명문가 신세다.

하지만 실망만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반짝 경기 때 급매물이 팔린 동네는 강남권재건축 뿐이다.

투자수요가 그동안 숨을 죽이고 있었다는 얘기다.

어디 두고 보자 하면서 잔뜩 노려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되레 주택침체가 깊어져 바닥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 셈이다.

비록 대책은 반짝 장세에 그쳤지만 얻은 소득은 작지 않다.

강남권재건축의 수요는 사라진 게 아니었다.

잠시 숨을 죽였을 뿐이다.

주택산업 연구원의 전망이 유독 눈길을 끈다.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택시장이 바닥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2014년부터는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세금 상승에 따른 매수 수요 증가·주택공급 부족·금리인하 및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한 주택 구매심리 회

복 등으로 집값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내년까지 현 수준에서 5% 내외의 등락을 보인 뒤 2014년 초부터는 상승세로 접어들 것으로 내다본다는

것이다.

반짝 장세에 급매물을 싹쓸이 한 매수세의 혜안이 돋보이는 순간이다.

역시 고수는 찰나를 놓치는 법이 없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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