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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로 가는 길은 의외로 속전속결이다.

굵지도 않은 구슬비가 고작 한나절 추적댔을 뿐이다.

그리고는 뒤도 한번 돌아보는 법이 없다.

 가장 민감한 건 산들바람이다.

우아한 척 가을 내내 퍽이나 고상을 떨던 녀석이다.

고작 한나절 구슬 비에 홀랑 고무신을 거꾸로 신은 것이다.

고상한척 멋 부리기 좋아하는 치들이 원래 심지가 굵지 않은 법이다.

 차갑게 날을 세운 찬바람이 겨울 문턱을 서성인다.

이제부터는 언제 갑자기 첫눈이 내릴지도 모를 일이다.

 늘 겨울이 그런 것처럼, 이제부터는 내내 쓸쓸할지도 모른다.

서푼짜리 동정심도 없이 속절없이 가을을 보내는 것도 보내는 거지만,

그게 더 가슴을 저민다.

 부동산 자산이 전체 가계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한다.

집값과 땅값에 유달리 목을 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선 판에 이슈가 부동산만한 게 있

을 수가 없다. 대선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다양한 부동산 공약을 쏟아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

른다.

이 때문에 표를 얻기도 하고 실제 일부 지역은 반짝 상승을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주택가격과 대선간의 직접적인 관계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대선 자체가 가격변수로 작용하기 보

다는 주택 수급 등 시장 상황에 따라 움직여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988년 들어선 노태우 정권 때는 폭등 기였다. 집권 첫해 20% 상승을 시작으로 재임기간 중 아파트 값이

74.2%나 급등했다. 저 달러·저유가·저금리 등 이른바 ‘3저 호황’ 속에 부동산 투기가 극심했기 때문이다.

분당·일산·중동·과천·평촌에 1기 신도시가 들어선 배경이다. 급기야 수도권 신도시에 200만 가구가 들어

선 것이다.

 이어진 김영삼 정부는 신도시 효과를 톡톡히 봤다.

공급량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주택시장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밥상 밑에서 숟가락을 주은 셈이다.

 IMF 외환이후 집권한 김대중 정부는 취임 첫해 아파트 값이 13.6%나 떨어졌다. 이후경제 회복과 더불어

집값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한 재건축 규제 완화 등 부동산정책도 한몫했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 라는 신조어가 생긴 게 이때부터다.

 노무현 정부는 서울 강남 재건축 등 수도권 아파트 값 급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2002년 이후 글로벌 경기

활황세로 돌아선 점도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 세금이 대못으로 변신한 게 이때다. 강남과 서민 이분법으로

부동산을 재단한 게 화근이 됐던 시절이다.

이어진 이명박 정부가 대못을 빼다가 허송세월을 보내야 했던 점은 두고두고 반면교사로 남는 부분이다.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 때는 미국 발 금융위기에 직격탄을 맞으며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보금자리주택 때문에 전세 값 폭등과 투자심리 위축이라는 일대 혼란을 자초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경제만큼은 살릴 거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출범한 정권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보금자리주택 여파로 경제는커녕 부동산시장까지 기대를 저버린 정권으로 기억될 것이

다. 대못을 빼기 위한 무진 노력이 한낱 공염불 신세다.

 이와 같이 대선과 부동산시장과는 관련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

설령 불이 붙었다 해도 되레 독이 된 예가 있을 뿐이다. 더 강력한 규제로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으니 말

이다. 노무현 정권 시절 강남재건축 규제 완화에 잇따른 대못이 그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런데도 대선에 대한 기대는 결코 수그러드는 법이 없다. 대선 판에 한방 터트려 주기를 기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마치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서다. 그만큼 작금의 주택시장이 너무도 고달픈

때문이다.

 그러나 매사가 바라는 대로 이루지지는 않는 법이다.

지나온 자취를 보면 외려 기대를 접는 게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영악한(?) 대선주자들의 최근 행

간에도 여실이 나타난다.

원래 이런 데는 이골이 난 이들이다. 부동산공약이 약발이 잘 받는 건 천하가 다 아는 일이다. 하지만 잘못

하다가는 되로 주고 말로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자칫 표를 얻기는커녕 표를 잃기가 십상이다. 아무리 귀

를 기울여도 대선주자들의 입에서 부동산의 ‘부’자 듣기가 힘든 이유다.

 그런 와중에도 기대를 접기에는 이른 편이다. 유력후보 셋이 공통적으로 보금자리주택의 축소내지는 수정

공약을 낸바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당장은 아니라도 부동산시장의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를 가질 수 있

는 대목이다. 작금의 부동산시장의 핵심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한참이나 지난 이후 나타날 효과에 불과하다.

 개포주공 1단지에 이어 둔촌주공도 서울시에 백기를 들었다.

종 상향을 추진 중인 둔촌주공은 소형평형 비율을 20%에서 30%로 올리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재건축 정

비계획 안을 새로 수립해 늦어도 다음 주 중 서울시에 제출할 계획이다. 서울시의 소형평형 확대 요구와 공

공기여 방안을 적극 수용한 안이다.

 조합측은 서울시의 이런 요구를 수용해 여성회관, 청소년회관 등 공공시설을 기부채납하고 인근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처럼 층수를 다양화하기로 했다. 또 2종과 3종을 기초로 3개의 다수 안을 가지고 서울시와

협상에 임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어차피 상대가 되지 않는 싸움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말이다.

서울시의 요구를 전격 수용하고 빠른 재건축의 길을 선택한 배경이다.

 현재 1%인 주택 취득세가 내년부터 다시 2%로 원상회복되면서 부동산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9월 한시적으로 취득세가 감면되면서 반짝 살아나던 주택시장이 다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동산 관련 법안의 국회통과가 물 건너간 상황이다.

내년 주택시장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을 공산이 크다. 약보합세를 보이다가 하반기에나 소폭 살아날 수 있

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국내외 거시 경제 전망 이 밝지 않은 것도 문제다. 최근 금융연구원을 비롯해 민관 연구기관들은 내년경제

성장률이 2~3%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정말이지, 답답한 심정이다.

주택시장을 살려 경제를 살려야 하는데도 귀를 막고 자기편만 챙기는데 혈안이다.

서민 주거복지만 강조하다보면 부동산시장의 조기수습은 물 건너가기 십상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것이다.

 경제와 부동산시장은 한 몸통이다.

경제 다르고 부동산시장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부동산시장이 폭삭 무너져서 경제가 온전한 나라를 본적이 있는가.

부동산문제를 부동산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서울시장이 아니, 정치권모두가 정신 바짝 차려야하는 까닭이다.

밉던 곱던 경제는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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