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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 절정이다.

형형색색 단풍이 사뭇 필사적이다.

바닥까지 울긋불긋, 마치 오색물감을 통째로 뒤집어 쓴 형상이다.

오색물이든 세상이 가을볕에 눈이 시리다.

 추적추적 가을비가 몇 차례 지나가고 나서는 슬슬 애가 탄다.

찬바람이 불고, 찬 서리가 내리면 숫제 좌불안석이다.

통장의 잔고 줄 듯 줄어드는 날이 안타까워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태도다.

흐드러진 날은 아예 뒷전인 채 반쯤 돌아선 가을 붙잡을 궁리에 걱정이 태산이다.

 세월은 화살 같고 가을날은 나는 화살촉에 스치는 섬광과도 같다.

가을은,

해묵은 꿈 보따리를 펼치기에는 짧아도 너무 짧다.

 주택시장이 한바탕 술렁였던 것은 사실이다.

취득세 인하 대책과 집값이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인식이 폭넓게 자리 잡은 탓이다.

막 불붙기 시작한 대선 판에 콩고물이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기대감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급매물이 팔려 나간다는 소리가 들리고 오래지 않아 급매물이 동이 난다는 소리가 이어졌다.

기다렸다는 듯이 바닥논쟁이 불을 지피기 시작한 것도 때를 같이 한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지는 법이다.

급매물이 동이 났다는 소문에 호가가 덩실덩실 춤을 춘다.

1~2천만 원 조심스레 가격표를 올려단 것은 양반이다. 하루밤새 수 천만 원 가격표를 올려달거나 기다려

본다는 짧은 한마디를 남기고 아예 회수된 매물이 즐비하다.

 대책 발표를 전후한 9월에 25건, 추석이 지난 10월에 17~18건이 팔린 둔촌주공 모습이다.

비단 둔촌주공 뿐만 아니다. 강남권재건축시장에 거래가 속속 이루어지면서 급매물이 동이 났다. 이어

1~2천만 원 올린 매물이 팔리자 수 천만 원 가격표를 올려달거나 매물을 걷어 들였다. 이제는 급할 게 없

다는 표정이다. 매수자의 말 한마디에 5백만, 1천만 원 깎기가 어렵지 않던 시장이 순식간에 뒤집힌 것이

다. 매수자가 왕인 세상이 매도자가 왕인 세상으로.

 9.10대책이 약발을 받았다는 분석에 바짝 뒤를 이은 것이 바닥 론이다.

일순 바닥논쟁이 뜨겁다. 오랜 침체로 집값이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것이다. 가파른 상승세는 기대가 어

렵더라도 바닥을 찍었으니 이제 오를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전세 값이 한계에 이르러 매매수요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주석이다. 과도한 대출이나 추격매수가 아니라면 적극적인 매수를 고려할 만 하다

는 것이 바닥 론이 주장하는 바다.

 국토해양부장관까지 거들고 나섰다. 바닥을 다졌으니 주택시장은 이제 한숨 돌렸다는 것이다. 물론 9.10

대책이 효자라는 것이 요지다. 9.10대책 이후 급매물 중심으로 주택거래량이 증가하고 재건축을 중심으로

가격하락폭이 줄었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대책시행효과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공은 오롯이 9.10

대책에 있다는 것이다. 이 어려운 시기에 이만큼 주택시장을 살렸으니 실로 대단한 공이라는 것이다.

무늬는 바닥 론인데 알고 보니 자화자찬이다. 바닥 론은 겉치레고 실상은 공치사일 따름이다. 자칫 세간의

바닥 론이 오해가 있을 소지가 다분하다. 공연히 정부가 나서 바닥 론에 과도한 힘을 실어 판단을 그르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순수하지 못한 의도 때문에 되레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추격매수까지는 아니어도 모처럼 활기를 찾은 시장이다.

가격만 적당하면 팔리는 데는 걱정이 없던 시장이다.

매수자가 줄을 잇는 상황은 아니어도 매도자가 큰소리를 떵떵치는 단계에 이르렀던 시장이다.

배짱을 부려도 손해 볼 것이 없다는 계산이 섰던 때문이다.

적어도 이번 연말까지는 목에 힘을 줘도 나쁠 게 없다는 믿음이 있었다.

바닥 론까지 힘을 보태 한창 기가 오른 참이다.

 참 알다가도 모를 주택시장이다.

이번 주 들어 아니, 지난주 후반부터 일이다.

매수세가 뚝 끊겼다.

매수문의도 덩달아 끊겼다.

1천만 원 정도 가격을 낮춘 매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2천만 원 정도 가격을 낮춘 매물은 오늘 보이기 시작한다.

이정도면 9.10대책 발표 이전이나 다를 바도 없다.

 사는 건 당장이고 파는 건 뜸을 들일수록 좋다는 소리 일색이던 전문가가 숫제 딴소리다.

올해 안에 파는 게 상책이라는 소리를 할 정도다.

 내수경기 위축 우려와 투자심리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에 따른 부정적인 전망이 원인일 것이다. 제반 경제

상황이 부동산시장의 회복을 점치기에는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내년 우리나라 잠재 성장률까지 내

려갈 것이라는 상황에서 매수심리가 살아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줄을 섰다. 전문가들은 각종 거

시 지표가 악화되면서 시장의 구매심리가 얼어붙은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거기에 한시적인 세금감면

대책으로 시장을 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실제 이번 대책효과가 강남권재건축시장에 그쳤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시장을 살리겠다는 지속적인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은 것이다.

 이 때를 놓치지 말아야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설령 바닥이 아니더라도 주택시장은 이미 바닥권에 근접했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

권재건축시장은 말이다.

분양가가 곤두박질을 쳐서 집값전망이 하향 조정된 가운데서도 강남권의 가치는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는 것이다. 집값이 떨어져 매력이 있는데다 재건축 후 미래가치를 감안하면 실수요는 물론 투자성이 충분

하다는 것이다.

 부동산시장의 하락세가불가피한 가운데서도 여전히 전통적인 강세지역이 명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때문이다.

재건축수요가 많은 강남과 개발 압력이 높은 용산이 그들이다.

 강남이 정치적인 이유로 하락폭이 크지만 결국은 개발이 진행될 것이고 수요자들은 교육적 어드밴티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적인 부동산시장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미국뉴욕이나 일본 도쿄 등 국제도시들의 경우 공급은 제한적

인 반면 수요가 늘어나 부동산경기가 지탱된 점은 타산지석이다.

강남권재건축시장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가 가능하다.

 현재 강남은 단순히 부자동네가 아니다.

교육 문화 등 모든 것의 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이 맞다. 이러한 현상은 강남의 노후아파트가 재건축되면서

더하게 될 것이다. 여유 있는 층들이 다시 강남을 찾는 이유가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강남권 재건축은 5년 뒤 가장 전도유망한 지역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파급력 있는 강

남권재건축아파트가 전체부동산시장의 상승과 하락을 주도할 것이다.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다.

 강남의 인기는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강남권재건축단지를 무시하지 못하는 이유다.

미래에도 여전히 주목받는 지역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때를 놓치지 말아야하는 까닭이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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