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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부동산시장에 훈풍 불까
매일경제 2008-07-07 04:11:00



정부 차원에서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녹이기 위한 대책 마련을 추진하고 있어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기 침체가 가속되는 상황에서 지방 미분양이 늘어나고 건설사 부도가 '도미노 현상'처럼 이어지면 경제에 주름살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 등 관련 부처들도 대책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

하지만 방법과 시기는 여전히 미지수여서 시장에 훈풍으로 작용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mbn에 출연해 "최근 지방 미분양 해소 대책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건설업체는 어렵다고 하는데 다시 현장을 조사해 필요하면 새로운 조치를 취하겠다. 양도세 중과에서 배제되는 지방 1가구 2주택 규모 완화 등은 물론 수도권 지역 재건축에 대해서도 다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1가구 1주택 장기 보유에 대해서는 (종부세ㆍ양도세 완화가)공약사항인 만큼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 정기국회 때는 관련 법안을 준비해 추진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강 장관 발언은 지난 6월 11일 당정협의를 통해 나온 '지방 미분양 대책'이 미흡했음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기존 미분양 대책은 △내년 6월까지 취득한 미분양 아파트로 제한해 사실상 2006년 이전 분양 아파트만 대상이 되도록 했고 △6월 11일 현재 미분양인 주택만 혜택을 줘 6월 12일 이후 신규 분양 아파트는 수요자가 꺼리게 만들었으며 △미분양 아파트 인정 기준도 모호하다는 약점이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지난번 미분양 대책은 별 효과가 없었다. 국토부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업계 자구노력과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방지가 우선이라는 기획재정부와 청와대 논리가 지나치게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방에서는 취득시점 변경 요청, 미분양 아파트 내 기존 계약자 반발 등 잡음이 크게 일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추가 대책으로는 △종부세ㆍ양도세 완화 △미분양 물량 지원대상 확충 △한시적인 양도세 중과 면제 등이 꼽힌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동산시장에 훈풍을 가져올 대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지만 방법과 시기는 앞으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므로 단기간에 처방을 내놓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새로운 대책을 내놓겠다는 의견에 대해 건설업계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어 투매가 나타날 정도로 투자심리가 나빠진 상황에서 다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는 측면에서 심리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그러면서 이번에야말로 종합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시장이 살아나려면 돈 있는 사람이 튼튼한 수요층을 형성해야 한다"며 "예전에는 중상류층이 펜션과 콘도에 관심을 가졌지만 이제는 세컨드하우스(제2의 집)를 갈망하는 만큼 양도세 중과를 없애고, 취득세ㆍ등록세를 감면하며 고가주택 기준도 올리는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측 인식 전환도 요구했다. 정부는 '정부가 주택가격을 올렸으며 투기를 조장했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이 상태로 가면 시장이 더욱 침체돼 가장 큰 피해는 일반 국민과 서민층이 입게 되는 만큼 투기세력 차익실현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업계는 그러나 투자심리가 극도로 얼어붙은 데다 구체적인 규제 완화 시기나 방법 등이 언급되지 않은 만큼 당장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원갑 부사장은 "종부세는 고령자, 장기 보유 여부, 소득 수준 등을 감안해 일정한 소득이 없는 고령자에게만 혜택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아 거래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홍주 내집마련정보사 전무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근본 원인이 부동산 규제에 있었던 만큼 1가구 1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ㆍ양도세 완화는 그동안 규제 일변도였던 부동산 정책이 완화되는 시발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규제 완화가 현실화한다면 심리적인 안정은 물론 거래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황용천 와이플래닝 사장은 "촛불시위 등 다른 민감한 현안이 많은 상황에서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에까지 적극적으로 나설 여력이 없어 보인다. 규제 완화가 올해에 가시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도 "1주택 장기 보유자들이 심리적인 부담은 덜 수 있겠지만 이 정도 규제 완화만으로 시장을 돌려놓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민 기자 / 이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