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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세븐` 내년 집값은?

매일경제|기사입력 2007-12-11 07:16



'피로스(Pyrrhus)의 승리'라는 말이 있다. 고대 그리스 에피로스 왕 피로스(Pyrrhus)는 용맹과 위엄을 과시하기 위해 이웃나라와 자주 전쟁을 벌였다. 많은 승리를 거두었지만 전쟁을 벌이느라 장수들을 잃어 버리는 바람에 최후에는 전투에서 패망했다. 그래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큰, 의미 없는 승리를 '피로스의 승리'라고 부른다.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은 그야말로 '피로스의 승리'였다.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 집값 폭등을 잡기 위한 부동산 정책은 이 지역 집값을 주춤하게는 했지만 대출 등 돈줄을 막아 서민들이 내집 마련할 기회를 박탈하는 등 득(得)보다는 실(失)이 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대부분 부동산 규제 완화를 약속하고 있다. 규제가 완화됐을 때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지역은 강남 서초 송파 목동 과천 분당 평촌 등 소위 '버블세븐' 지역이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폭을 내년 '버블세븐' 지역 집값에 영향을 미칠 최대 변수로 내다봤다.

◆ 강남ㆍ서초ㆍ과천 상승 변수는

= 한광호 시간과공간 대표는 "재건축 용적률이 상향 조정될 것이라는 기대심리로 내년에는 재건축 단지 위주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며 "강남구 개포 주공, 압구정 현대, 대치 은마 등은 20~3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대표도 재건축 단지가 상승할 것으로 점쳤지만 이 지역 상승폭을 5~10% 정도로 전망했다.

규제 완화 기대감은 벌써부터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강남구 개포주공에서는 도심 재건축ㆍ재개발 활성화를 내세운 야당 유력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일부 집주인들이 매물을 회수하고 있다.

개포주공 1단지 43㎡는 시세보다 다소 저렴한 7억6000만원짜리 매물에 대해 매수자가 나서자 집주인이 대선 후에 팔겠다며 매물을 거둬들였다. 역시 1단지 49㎡도 지난주 초까지 9억6000만원짜리 매물을 볼 수 있었으나 BBK 수사 결과 발표 후에는 9억8000만원짜리 매물도 보기 힘들어졌다.

서초구에서는 내년 본격 입주 예정인 삼성타운도 이 지역 집값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임달호 대표는 "삼성타운 시너지 효과로 서초동 무지개ㆍ신동아ㆍ우성, 강남역 롯데캐슬을 중심으로 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단지가 많은 과천도 재건축 규제 향방이 집값을 결정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곳에 대한 전망은 엇갈렸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악재도 있기 때문에 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한 반면 임달호 대표는 "올해 최고 25%까지 폭락했기 때문에 상승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바닥을 다지면서 반등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고 시장분위기를 설명했다. 과천시 별양동 극동공인 김성원 대표는 "과천 집값이 떨어졌지만 올 8월 이후 추가 하락이 되진 않고 있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를 지나 재건축 완화가 가시화하면 오를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 송파ㆍ분당ㆍ목동 전망

= 송파구는 송파신도시라는 호재가 있지만 내년 7월 이후 잠실 1ㆍ2단지와 잠실시영 재건축 아파트 1만5000가구가 1~2개월 시차를 두고 동시에 입주하는 등 공급 물량이 많기 때문에 가격 안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임달호 대표는 "입주 물량이 많아지면서 전세금이 약세를 보이고, 매매가격까지 위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천동 정철공인 정철 대표는 "규제 완화 등으로 제2롯데월드가 재추진되면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다.

송파구는 최근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잠실 주공5단지 거래량이 늘고 있다. 중개업소에 따르면 잠실 주공5단지는 11월 한 달간 거래된 가구 수가 3~4가구에 불과했지만 이달 달어 6가구가 팔렸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유력 야당 후보의 BBK 관련 의혹이 풀리면서 매물이 팔리고 있다"며 "이 후보가 당선되면 재건축 규제 완화 등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학군프리미엄 영향을 많이 받는 목동은 광역학군제가 시행돼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광역학군제와 대입 내신 비중 강화 등 교육정책 영향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광호 대표는 목동도 재건축 수혜지역으로 분류했다. 한 대표는 "80년대 중ㆍ후반에 입주한 아파트들이 대부분으로 용적률이 150% 정도"라며 "재건축 용적률이 상향 조정되면 수익성이 좋아져 목동 신시가지를 중심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분당과 평촌은 내년까지 하향 안정화가 지속되겠지만 중소형 위주로 소폭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정자동 파라곤공인 최용태 소장은 "올해 중소형은 급매 위주로 거래가 됐지만 대형은 급매도 빠지지 않고 있다"며 "내년에도 약 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분당으로 들어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내년이 싼값에 집을 구할 수 있는 적기"라고 말했다.

[김기철 기자 / 이호승 기자 / 박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