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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둣빛 먼 산이 꿈결처럼 나른하다.

봄바람에 실려 온 비릿한 내 음이 상큼하다.

 개나리 산수유 꽃이 흐드러진 뜨락엔,

목련꽃이 벙긋 몽우리를 열고, 탱탱하게 물이 오른 벚꽃망울은,

한나절 봄볕에 후끈 몸이 달아 금방이라도 팝콘 터지듯 터질 것만 같다.

 새록새록, 봄날이 익는다.

 새 정부의 부동산 경기를 살리겠다는 의지는 강했다.

시장의 기대를 넘어선 내용이 적지 않다. 과거 찔끔찔끔하다가 시장의 내성만 키웠다는 비판을 의식한 탓

인지 보따리가 제법 묵직하다.

 보기 드문 모습도 연출됐다.

대책발표자로 국토교통부 장관이 나섰다. 지금까지 굵직한 부동산 대책은 모두 선임부서인 기획재정부 장

관이 발표해온 점을 감안하면 전례가 없는 일이다. 두툼한 보따리만큼이나 파격적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작금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표현일 것이다. 또, 새 정부 출범 첫 번째 작품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감안할 때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대책을 내놓은 뒤도 흐뭇한 표정 일색이다. 이 정도면 할 만큼은 했다는 듯 은근히 목에 힘을 주는 눈치다.

“이번 대책으로 거래가 숨통은 트이겠지만 투기를 걱정할 정도로 가격이 오를 가능성에는 회의적”이라며

“만약 투기를 우려할만한 현상이 나타날 경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응급조치 수단도 마련해 놓았다”고 했

다. 또 “시장 정상화 기준은 거래량이 예년 평균 수준을 회복하느냐의 여부”라며 “법안 처리 등 후속 조치가

잘 이뤄진다면 하반기쯤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시장 정상화 시그널로는 충분하다고

도 했다. 국토교통부장관의 자평이다.

 비록 거래가액 9억 원과 전용면적 85㎡라는 제한을 두고는 있지만 그동안 금기시됐던 기존주택의 양도세

문제까지 손을 댄 것은 참신하다는 평가다. 약속은 지킨다는 믿음을 심어준 새 정부의 이런 정책 방향은 심

리적으로 얼어붙은 부동산 거래의 교착상태를 풀고자하는 진정성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생애 최초로 구

입하는 계층에 대한 지원확대와 보금자리 축소와 아울러 경색된 거래를 풀어 부동산시장을 살리겠다는 의

지가 빼곡히 담겨 일단 예전의 찔끔찔끔 대책과는 확연히 다른 대처라는 분석이다.

 분양가 규제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제, 재건축 재개발에서의 임대주택 의무건설 비율 등의 규제에 대해

서는 구체적인 방향이 제시되지 않았지만, 현재의 기조로 보면 이런 규제까지도 적어도 부분적으로 풀릴

것으로 보여 진다. 핵심적인 금융규제인 LTV 와 DTI 규제는 가계부채문제 등을 고려해 최소한의 개선으로

마무리한 것도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거래가 뚝 끊겼다. 시장의 기대를 넘어선 묵직한 보따리가 무색할 지경이다. 그나마 문의가 끊기 지 않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하지만 사정을 알고 보면 그마저도 허무하기는 마찬가지다. 매수문의는 간데없고

혹시 모를 침체의 끝이 보일까하는 소유자들의 문의 전화가 적막을 깰 따름이다.

 짐작한대로 거래공백사태다. 후속법안들의 국회통과 이전에는 꿈쩍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책이 당초

의 기대를 뛰어 넘은 만큼 야당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진통이 크면 클수록 보따리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동안 수도 없이 보여준 반쪽짜리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 매수세가 굳이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전세수요도 줄었다. 이참에 아예 집을 사버릴까 하는 생애 최초 구입계층 때문이다. 법안처리의 국회통과

여부에 따라 다시 전세로 눌러 앉을지 집을 사버릴지, 그때 가서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5930세대 전부가 전용면적 85㎡를 넘지 않고 9억 원이하 가격대인 둔촌주공으로서는 이번 대책이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일각에서는 지난 1월 16일 종 상향 정비계획 통과와 더불어 호재가 겹쳤다고 난리다. 2년 전

전 고점 대비 2~3억 원까지 하락했던 가격이 최근 2~3개월 새 7~8천만 원 상승을 하는 등 완연한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조합원총회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부쩍 빨라질 재건축진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층 열기가 더해

가는 양상이다. 4·1대책 후속법안의 국회통과를 주시하며 관망세로 돌아선 매수세의 영향으로 비록 거래

는 뜸해졌지만 소유자들의 반응은 한결 느긋한 표정이다. 전전긍긍하던 지난해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혹시

모를 국회의 발목잡기에 염려가 적지 않으면서도 높아진 기대감을 감추는 법이 없다. 더러는 오랜 침체를

끝내고 날개를 달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매물을 걷어 들이고, 호가 올리기를 마다 않는다.

 민주당의 인식 변화도 고무적이다. 새 대통령은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 관련입법이 조속히 마무리되도록

국회통과를 당부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의 상당히 전향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9억 원·85㎡ 이하로 정

한 양도세 면제 기준 때문에 서울 강남과 비 강남권과 형평성논란이 일자 양도세 면제 금액 기준을 6억 원

으로 하향 조정하되 주택 규모 기준은 아예 없애는 안을 논의 했다고 한다. 또 생애최초주택 구입자에 대해

서는 취득세를 영구 폐지하고 금리도 더 낮춰야 한다고 정부안보다 되레 진일보한 의견을 내 놓았다.

 물론 이 같은 안들은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소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이 부동산대책을 긍정적으

로 검토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듯하다. 전 정권 때 수많은 부동산대책에 대해 매번 ‘강남부자 특혜’라며

반대를 일삼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의 변화임에 틀림없다. 강남부자들로부터 숨통이 트이고

돈이 돌아야 중산층과 서민계층에도 온기가 전달된다는 점을 뒤늦게나마 깨달은 지도 모를 일이다.

 강남부자는 물론 달랑 집 한 채 투자자라도 부동산 가격이 확 오를 것으로 확신하지 않는 한 투자를 결정하

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고질병이 된 상황에서 양도세 몇 푼 깎아준다고 이들이 부동산

매입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부동산시장이 회복하기 위해서는 주택가액, 면적 주택보유 숫자에 관계없이 양도세를 전면 감

면하는 등의 극단적인 대책이 나와야 시장을 살릴 수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투자수요가 붙지 않으면

시장이 쉽게 살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하자는 얘기다.

 이번 대책은 세부정책 대안들이 한시적인 처방이라는 것, 좀 더 심하게 표현하면 ‘올해에 올인 한 정책’이

라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과거에 반복했던 냉온탕 식 정책적 대응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 적어

도 근본적인 접근방식에서라도 말이다.

 더구나 과열되기만 해봐라 언제든지 단칼에 잘라버리겠다고 벼르는 상황에서는 항구적인 시장 회복은 요

원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시장회복을 절박한 경기 살리기의 마중물로 쓰자는 궁박한 처지에서라면 더욱 말

이다.

 시장에 나온 것은 달랑 부동산 대책 하나다.

그것도 국회통과를 앞두고 반쪽짜리가 될지 삼분의 일 토막이 날지 알 수 없는 처지다.

게다가 불길이 살기도 전에 소방호스부터 챙기는 격이다.

 시장을 압도해야하는 것은 부양책의 필수조건이다.

시장에서 양도세를 5년 동안 면제해달라고 하면 그 이상 면제해야 효험이 있다.

세율을 2%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면 3%를 내려야 비로소 효과가 살아나는 법이다.

 필사즉생 필생즉사도 모르는가.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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