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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길목이 유별나다.

고작 일주일 남짓한 사이, 봄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겪은 느낌이다.

롤러코스트를 타 듯, 멀미가 날 지경이다.

남녘의 산수유 꽃, 매화꽃, 개나리꽃 소식이 정겹다.

봄비가 살짝 뿌려진 뒤론 파릇파릇, 톡톡, 봄의 소리가 속삭이는 듯하다.

봄은 막 내달을 채비를 끝냈고, 봄꽃들은 이제 곧 앞 다퉈 눈부시게 화려한 세상을 만들 것이다.

눈부시게 화려한 날이 눈앞에다.

연둣빛 희망이 끝도 없이 피어오르는 세상이다.

강남재건축 상승세, 이번 장의 첫 번째 뉴스다.

강남재건축 사업이 서울시 장벽을 넘어 본격화 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고 나서다. 새 정부 들어

부동산활성화 대책에 대한 기대감도 한몫 했을 것이다. 한 달여 만에 개포주공이 무려 1억 원이 뛰었다고

하고 둔촌주공이 7~8천만 원이나 뛰었다고 했다. 거기에는 살짝 미치지 못했어도 은마아파트나 잠실 5단

지가 다르지 않고 가락시영이 그랬다. “강남재건축, 바닥 찍었다”고 했다.

불길은 금 새 강남 일부 새 아파트로 번졌고, 극히 일부지만 서울 아파트 시장으로 번졌다. 전체 시장으로

번지지 않아, 시장이 확 살아나기를 기대하는 측에서는 섭섭한 측면이 있었겠으나 그런대로 꺼진 불씨를

살려낸 점에서 “이게 어디냐”며 내심 기대감을 숨기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곧 있을 새 정부 부동산활성화

대책을 기대하며, “여기에서도 바닥 론이 등장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했다.

이르면 3월말이라고 했다. 늦어도 4월 초면 새 정부 부동산정책은 세상 밖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은근히

추임새를 넣듯 틈만 나면 흘리는 얘기다. 똑 부러진 내용은 쉬쉬하면서도 커다란 선물보따리가 준비됐으니

그때까지는 너희들끼리 적당히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어찌 보면 자꾸 보채지만 말고 스스로 잘 버텨보라

는 얘긴지도 모른다.

정말, 제법 탄력을 받았다. 슬금슬금 오른 호가는 8천만 원을 훌쩍 넘겼고 거래 또한 이어졌다. 날개 돛인

게 아니라 그렇지 추격매수가 이루어지면서 새 정부 활성화대책이 되레 규제책으로 바뀌게 되지 않을까 염

려가 될 지경이었다.

쉬 덥혀진 밥이 쉬 식는 다 했던가.

전화문의가 뚝 끊겼다. 물론 시장을 찾는 투자자의 발길도 뚝 끊겼다.

너무 급하게 달려와서일까. 숨고르기 양상이 역력하다.

주초 한건의 거래 소식 이후로는 감감 무소식이다. 급하게 팔아야하는 매물 중에는 고새를 참지 못하고 슬

며시 5백만 원 가격표를 낮춰 단 매물이 어제는 한 건 오늘은 두셋, 눈에 띈다.

숨 가쁘게 달려온 탓만은 아니듯 하다. 작든 크든 북한의 도발위협도 작용을 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정치권

에 대한 불신이 가장 컸을 것이다. 이미 다된 밥이나 다름없다고 생각됐던 취득세 감면법안조차 야당의 발

목잡기로 국회상정이 되지 못한 현실에 새 정부의 행보에 회의감이 적지 않았을 공산이 높다. 이대로 가다

간 새 정부 대책이 “반쪽짜리가 십상이다”는 염려에서다. 지난정권이나 오십 보 백보가 아니겠냐는 것이

다.

사실 이번 장은 강남재건축에서 시작된 바람이다.

개포주공 둔촌주공이 서울시와 정책적 매듭이 풀리면서 사업진행에 속도를 내게 될 것이란 전망에서 비롯

된 현상이다. 거기에 새 정부의 부동산활성화 대책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져 전체시장으로 확산까지 기대가

불어난 것이다. 그러나 전체시장으로 확산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그마저도 다시 소강국면에 접어든 모습

이다.

짧다면 짧은 그 기간 중에도 둔촌주공재건축 움직임은 쉴 새가 없었다. 3월 25일 종 상향 정비계획 주민공

람을 마치면 곧 바로 서울시 정비계획 결정고시가 예정되어 있다. 즈음하여 조합 측의 조합원총회를 비롯

한 세부적인 향후일정 공지가 있었다. 다가올 조합원 총회에서 선호하는 평형 등 조합원들의 의견을 물어

사업시행 안에 반영할 것이라는 등의 내용이다. 정통한 소식통에 의하면 사업성에 자신감이 붙은 시공사들

의 움직임이 기민해졌다는 정보도 있다. 구체적인 분양가에 대한 거론이 있었고 2014년 말까지 관리처분

인가 신청을 끝내고 빠른 이주시작을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는 내용의 것들이다.

개포주공 둔촌주공 등 일부 강남재건축 단지가 서울시의 장벽을 넘으면서 침체된 현 시국에서도 독자 생존

의 길은 열렸다. 사업성이 대폭 좋아진 만큼 정부 정책에 크게 목을 매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최소한 후퇴

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경기가 나빠지면 나빠질수록 사업성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침체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강남재건축만 홀로

건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면에서 강남재건축 역시 새 정부의 활성화 대책이 절실하게 요구되지 않

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작게나마 강남재건축의 형편이 나아졌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을 따름이다.

지금 부동산시장은 위기다. 부동산시장의 위기가 경기전반으로 번져 한국경제 근간이 위협받고 있는 형국

이다. 개인자산의 70%를 차지하는 부동산의 침체로 이미 하우스 푸어 문제가 부동산만의 문제가 아닌 나

라전체의 골칫거리가 된지 오래다. 곪을 대로 곪아터진 상처를 방치하다가 새 정부 임기 내내 허리 한번 펴

보지 못하고 그 뒤치다꺼리로 5년을 허송세월로 허비할지도 모를 일이다. 국민행복시대는커녕 국민들과

철썩 같이 약속한 손톱 밑의 가시 하나 변변히 뽑지 못하고 셔터 문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눈을 똑바로 떠라.

그리고 똑바로 봐라.

집값을 살리는 문제가 아니다.

나라 경제를 살리는 문제다.

국민들 먹고사는 문제라는 말이다.

내편 네 편 싸울 때가 아니다.

다 같이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이다.

하우스 푸어가 지천인 마당에 내셔널 푸어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

그때 가서 그 잘난 벼슬이 무슨 소용일 것인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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