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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정책과 신호보내기(signaling)

정책해설 전문가 김흥수 등록일 2008/04/25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되면서 수많은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가운데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과 실물경제, 금융경제와 밀접히 연계되어 있는 부동산시장의 정책들은 특히 관심을 끌게 된다.

지금까지 발표된 정책들을 살펴보면 대운하사업, 신혼부부용 주택공급, 민간부문 택지공급체계, 지분형 분양주택제도, 종합부동산세 및 양도세 완화, 거래세 인하, 도심재개발 활성화, 민간업자의 공공택지개발 참여 등이다.
이러한 부동산정책들은 시장중심, 경제적 원칙을 강조한 가운데 국민들에게 시장 활성화에 대한 신호(signal)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새 정부는 집권초기 부동산과 관련된 정책전환이 자칫 왜곡된 신호로 시장에 연결되어 부동산 가격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정책 실시의 불확실성으로 불안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거래세(취득세+등록세) 인하를 예상했던 시장에서는 인하시기가 명확하지 않아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거래세 인하 방침은 거래 활성화를 위해 제기됐지만 명확한 시기를 밝히지 않아 오히려 거래가와 호가의 격차만 키우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의하면 작년 11월 4만3340건이었던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12월 4만441건으로 7% 줄어들었고, 올 들어 거래량은 더욱 줄어 1월 수도권 거래량은 2500여건에 불과하다.
참고적으로 2006년 한 해 동안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57만7424가구. 2007년에는 전년 대비 26% 감소한 42만6125가구에 그쳤다. 수도권은 2007년 거래량이 19만8793가구로 2006년 55.5% 수준에 불과했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는 2007년 총거래량이 6164가구로 2006년 1만8666가구와 비교할 때 3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부동산거래 자체가 마비현상을 보이고 있고 현장 체감도는 최악의 상황인 것이다. 주택 거래세는 등록세를 폐지하고 거래가액의 2%를 1%로 낮추는 내용으로 정책전환이 예상된다.
하지만 지방세인 거래세를 인하하려면 지방자체단체와 사전 조율이 필요하다. 거래세 인하만 발표하고 명확한 실시 시기를 제시하지 못하자 시장 참여자들은 자기본위(self interested) 위주의 생각으로 확연하게 나뉘고 있다. 매도자들은 규제완화 기대감으로 매물을 회수해 가격을 올리고 있는 반면 매수자들은 거래 시기를 늦추어 거래 부진이 장기화하는 상황이다.

2008년 2월 말 기준 미분양 아파트가 전국적으로 13만 가구에 달했다. 1996년 6월 이후 가장 많은 것이라 한다. 지방에 아파트가 과다 공급되고 건설사들이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물량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장의 불완전성은 거래 당사자가 가지고 있는 비대칭 정보에 기인한다.

비대칭 정보가 존재할 때, 우월한 정보를 가진 쪽은 거래의 공급자 일수도 있고 수요자일 수도 있다. 비대칭정보는 거래 당사자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시장실패를 초래하여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이에 따라 거래 당사자는 물론이고 정부에서도 이를 완화시키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그 중 한 가지 방법이 신호보내기(signaling)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우월한 정보를 가진 쪽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information)를 다른 사람들에게 신빙성 있게 전달하기 위해 취하는 행동을 말한다. 신호보내기가 효과를 가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용이 들어야 하고 신뢰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만약 신호보내기에 아무런 비용이 들지 않는다면 모든 사람이 신호를 보내고자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신호보내기는 아무런 정보도 제공할 수 없을 것이다.

같은 이유로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신호에 대해 불신을 가지게 되고, 결국 신호보내기는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못하고 오히려 사람들에게 혼란만 초래하게 된다.
新 정부에서 준비하고 있는 부동산정책들은 비용측면에서 철저한 사전검토 및 정책효과분석을, 신뢰측면에서 정책시기의 명확성을 전제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

김흥수 < 한국부동산연구원 연구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