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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변 개발은 독일 함부르크 방식으로"
[조선일보] 2008년 02월 18일(월)

서울시가 디자인으로 성공한 유럽 명품도시를 벤치마킹하는데 발벗고 나섰다.

한강 르네상스와 광화문광장 조성, '동대문디자인 플라자& 파크' 등 큼직한 사업부터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공간 마련 등 세세한 분야까지 광범위하게 걸쳐 있다. 오세훈(吳世勳) 서울시장은 이를 위해 지난 3~10일 설연휴를 반납하고 시 국장급 간부 10여명으로 구성된 '디자인 체험단'을 구성,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벨기에 등 4개국 9곳의 '디자인 선진 도시'들을 방문했다.

올해 착공하는 디자인 관련 핵심사업을 구체화할 수 있는 구상을 얻기 위한 긴급 처방이었다. 그만큼 디자인에 '올인'하고 있다.

◆'동대문디자인 플라자& 파크'에 IT·디자인 결합

벨기에 브뤼셀의 '리빙 투모로우3'는 다국적 기업들이 참여하는 미래의 첨단주거·사무공간 전시체험장으로 주목을 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듀폰·지멘스 등 다국적 기업 100여곳이 참여하고 있는 이곳에서는 '조명색이 바뀌는 벽' '원하는 환경으로 바꿀 수 있는 주방 환경제어 컴퓨터' '세면대에서 날씨와 뉴스 등을 볼 수 있는 특수거울' 등이 전시되고 있다. IT와 디자인을 결합하는 친환경 토털디자인 전시관의 경우 수십만명의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서울시는 "동대문운동장 철거 부지에 만들어지는 '동대문디자인 플라자& 파크'에 이를 벤치마킹한 전시공간을 만들어서 디자인 산업과 관광 진흥 등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명소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독일 라인강변 도시인 바일 암 라인의 '비트라 디자인 박물관' 역시 '동대문디자인 플라자& 파크'에 들일 디자인 박물관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1989년에 세워진 이 박물관은 세계 가구디자인의 역사를 보여주는 5000여점의 수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기하학적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건물 디자인도 걸작으로 사랑받고 있다. 덕분에 인구 2만9000여명의 농촌 소도시가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몰리는 국제 디자인 명소로 떠올랐다.


◆역사·환경 접목한 함부르크식 한강 개발

유럽교통의 요지인 독일 함부르크와 오스트리아의 강변도시 그라츠는 한강 르네상스 및 강변 개발의 '교과서'가 될 전망이다. 함부르크는 도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강변개발 프로젝트를 30년 가까운 장기 사업(1997~2025년)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과거와 현재의 조화로운 개발'이라는 모토로, 옛 항만 구조물들은 최대한 살려두고 있다. 유서깊은 창고 건물들을 겉모습은 살린 채 콘서트홀이나 해양박물관으로 바꾸는 식이다.


서울시는 이곳에서 강변개발 프로젝트의 '인간적인 면모'를 주목하고 있다. 시는 "용산·마곡·잠실 등에 추진되는 관광·수운 연계 수변도시(워터프론트) 개발사업은 한강 생태환경과 새남터 성당 등 역사명소와 조화를 이뤄나갈 수 있도록, 무리하게 속도를 내지 않는 함부르크 방식을 배워올 것"이라고 말했다.

둥근 풍선을 연상시키는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친근한 외계인'이라는 애칭이 붙은 오스트리아 그라츠시의 '쿤스트하우스 미술관'. 서울시는 이 미술관같이 눈에 띄는 디자인의 세계적인 전시 명소를 용산 국제업무지구 내에 들이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라츠시 무어강의 인공 섬은 강물의 소용돌이 속에서 두 손을 맞잡는 형상으로, 빈부격차로 갈라진 강변 양쪽 지역을 통합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강남북 격차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서울에서도 되새겨볼 만한 대목이다.

서울시가 반포대교 주변에 추진하는 인공 섬에도 지역·계층 간 통합 메시지를 전달하는 디자인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권영걸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은 "지금까지 서울시의 개발방향은 주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개발에만 집중했다면, 앞으로의 개발 방향은 업무·관광·주거·생태 등 여러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하는 '유럽식'으로 전환하게 될 것"이라며, "유럽식 개발방식은 ▲산업중심 도시에서 문화도시로 재생 ▲개발과 함께 하는 보존 ▲도시 상징의 강화 ▲이야기를 통한 체험이 있는 도시 특성을 살린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지섭 기자 xanad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