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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혁신의 힘’ 신목高 입시 돌풍
사교육 발길 끊고도 명문대 대거 합격

김병채기자 haasskim@munhwa.com




연륜이 짧은 서울의 한 평범한 공립학교가 공교육 혁신을 통해 2008학년도 입시에서 외고 등 사학명문 못지않은 성적으로 돌풍을 일으켜 화제다. 서울 양천구 신목고(교장 박범덕)는 이번 입시에서 서울대 13명, 고려대 17명, 연세대 18명, 경찰대 2명 등 서울 주요 4년제 대학에 300여명의 합격생, 경희대 한의예과, 단국대 의예과 등에서는 수석 합격자를 배출했다. 신목고의 괄목할 성과는 사교육시장 만능주의와 공교육 냉소주의가 팽배한 분위기 속에서 교장과 교사들이 혼연일체가 돼 학교 면학 분위기를 일신, 학원으로 가던 학생들의 발길을 자발적으로 학교로 향하게 한 공교육정상화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타 학교의 귀감이 되고있다.

◆ 자율의 힘으로 = 지난 1987년 개교한 신목고는 이른바 ‘목동 학군’에 속해 있긴 했지만 비교적 역사가 짧고 공립학교인 탓에 그동안 주변 사학 명문고와 학원들의 위세에 눌려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난 2006년 8월 박범덕(58) 교장이 학교에 부임하면서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박 교장은 부임하자마자 학생들의 자율학습 환경 개선을 위해 5000여만원을 투입해 최고급 자율학습실 ‘청람재(靑藍齋)’를 열었다. 청람재는 200석 규모로 최신식 냉·난방시설, 공기청정기, 개인 사물함 등을 갖춰 사설 독서실보다 더 좋은 시설을 자랑한다. 박 교장은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므로 자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학교 환경이 몰라보게 달라지자 학생들이 이에 호응했다. 학원으로만 향하던 학생들이 발길을 학교로 돌린 것이다. 철저하게 자율적으로 실시되지만 오전 7시30분에 시작하는 오전 자율학습이나 오후 11시까지 하는 저녁 자율학습 모두 빈 자리를 찾기 어려워졌다. 휴일에도 학생들이 자율학습실을 찾았고 학교는 명절 연휴에도 자율학습실을 개방했다. 서울대 경영학과에 합격한 이 학교 정무열(19)군은 “자율학습실이 시설도 좋고 학교에서 면학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돼 학원에 갈 필요 없이 학교에서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연구하는 교사들 = 박 교장은 신목고의 괄목할 만한 성과에 대해 “선생님들이 하나로 뭉쳐 노력했기에 가능했다”고 교사들의 공으로 돌렸다. 신목고 교사들은 학원가가 밀집한 목동에서 학생들이 비싼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을 방법을 찾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학생들이 주로 사교육에 의존하는 논술 교육을 위해 올해 교사 9명으로 구성된 논술전담팀을 운영한 것이 주효했다. 국어, 사회, 과학 과목 교사들로 구성된 논술전담팀은 통합교과형 논술에 대비한 교과 자료 제작과 문제 개발을 위해 주 1회 이상 치열한 토론을 했다. 각고의 노력의 결과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논술교육이 가능해졌다. 서울대 재료공학부에 합격한 한장건(19)군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자료가 유기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통합 논술 준비에 큰 도움이 됐다”며 “학원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신목고의 다음 타깃은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영어 교육이다. 영어로 영어 교과 수업 방법 개발, 영어도서관 구축 등 계획을 야심차게 추진해 공교육만으로 내실있는 영어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신목고는 이 밖에 방과후 학교, 맞춤형 진학 지도 등 명문고로 거듭나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를 세워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박 교장은 “학생과 학부모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언인지 연구해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진정한 명문고로 발돋움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