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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지리산(地理山)은 명산이다.

그 기상이 '맑은 기상'으로 나와 있다. 

옛 부터 지리산은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 진다'고 하여 많은 수행처가 되어 왔다.

한 사람의 젊은 거사(居士)(불교에서 말하는 남자 신도의 높임말) 가 도(道)를 이루기 위하여 지리산의 어떤 사찰로

출가(出家) (불교에서 번뇌에 얽매인 세속의 인연을 버리고 집을 떠나감) 를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출가는 본인 스스로 일생 일대의 대단한 고뇌의 결정 이었다.

어떤 사찰에서 삭발을 하고 힘들다는 행자(行者)생활을 끝내고, 수행정진하여 사미승(沙彌僧) (십계를 받고 구족계를 받기 위하여 수행하고 있는 어린 남자승) 까지는 그의 의지와 수행 정신으로 이룰 수 있었다.

본인의 뜻대로 사미승이 된 그는 젊은 시절의 사찰 생활은 날개를 달은 듯이 날고 싶은 생각이 문득 문득 들었지만, 마음은 항상 안정되고 차분하게 수행정진에 여념이 없었으며 불경 공부를 열심히 하였다.

꽃보다 더 아름답고 청순한 그 시절에 절에서의 생활은 더 열심히 공부하여 비구승(比丘僧)이 되고 또한, 더 고행을 하고 선(禪)을 닦아 제8식인 아뢰아 식까지 타파하여 참부처가 되는 일이 였을 것이다. 

그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항상 노력하면서, 공부하고 또 한 절을 찾아 기도하려 오는 많은 신도들을 맞이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화창한 봄날!

절을 자주 찾는 젊은 보살 (절에서의 여신도의 높임말)과의 대화의 시작으로, 그 보살은 절을 자주 찾게 되고 기도 문의를 하다가 사미승에 대한 연정(戀情)으로 변하여 갔다. 

백 번을 찍어 안 넘어지는 나무가 없듯이 이 스님도 많은 꿈을 접어 버리고 순간의 선택이 잘 못 되는 길로 접어 들어 그 보살과의 애정에 빠져 들고 말았다.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 따라 간다'는 말이 있다. 즉 과거생에 자기가 지어 놓은 인연이 있어 그 인연을 무시 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이해 할 수 있다.

그 젊은 미모의 보살과의 전생 인연이 있었을 것으로 보아진다.

결국 사미승은 계를 지키지 못하고 파계를 하여 환속(還俗)하고 말았다.

환속을 한 사람치고 속세에서 잘 된 사람이 없듯이 이 파계승도 이승에서의 그 잘난 미모의 보살과의 사회생활이 순탄치 못하여 사랑은 하였지만, 가정은 꾸리지 못하고 짧은 기간을 같이 불을 태우다가 그만 사별하고 말았다.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파계까지 하고 속세에서 같이 동거동락을 할려고 하였는데?

미모의 보살의 연정이 곧 한 사람의 청순한 스님의 인생을 망쳐 놓은 결과를 가져온 것에다가 속세에서 가정도 꾸리지 못하고 사별까지 하였으니 안타까운 일이 였다.

방황을 하던 파계승은 곧 이름 없는 거사가 된 것이다.

승(僧)도 아니고, 속(俗)도 아닌 어중간한 생활이 시작되고 있었다.

절에서도 사회에서도 그를 반겨주는 곳은 하나도 없는 불량아 신세가 된 것이다.

그 유명한 지리산 쌍계사에서 위로 한 참을 오르다 보면 불일폭포(佛日瀑布)가 있다.

이 불일폭포는 용소(폭포 밑에 있는 작은 웅덩이)에 살던 용이 승천 하면서 꼬리로 살짝쳐서 청학봉(靑鶴峰)

백학봉(白鶴峰)을 만들고 그 사이로 물이 흘러 폭포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으며, 60m의 높이를 자랑하고 있다.

 이 거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다가 생각 한 것이 산에다 초막을 치고 혼자서 수행하는 길 밖에 없었다.

그래서 불일폭포 가는 길에 나그네들이 쉬어 갈 수 있는 초가 산방(山房)을 꾸렸다.

지붕은 나무껍질로 하고 방은 황토로 하여 쓰러져 가는 산방에서 오고 가는 나그네들이 쉬어 갈 수 있은 쉼터 였다.

간혹 지리산 명산에서 나는 향토 차도 내어 놓고, 승과 속을 오간 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나그네들의 휴식처이며, 사랑방 역활을 하고 있었다.

 

거사는 수염도 기르고 개량 한복으로 단장하여 속세인들이 보면 근심 걱정을 내려 놓은 도인 같이 보였다.

혼자 생활 하면서 걱정할 일이라곤 혹시 바람이 많이 불어 산방이 날아 가는 일 말고는 근심이 있을리 없었다.

산방 근처에 자연석으로 정원도 조화롭게 꾸미고 장작도 운치있게 쌓아서, 찾는이로 하여금 발길을 멈추게 하는 쉼터 였다.

이렇게 하여 혼자서 못다 한 선(禪)공부도 하고 과거생과 이생의 잘 못을 참회도 많이 하였을 것이다.

문제는 황토로 덧칠을 하여 잘 꾸민 황토방이 문제 였다.

아무리 잘 덧칠을 하고 천천히 말려도 황토방에 불을 피우면 연기가 세어 나온다는 것이다. 

이 거사는 자기가 손수 만던 황토방에서 참나무 장작을 피우고 잠에 들었다가 일산화 탄소 연기로 속세의 생을 마감하고 사별한 보살 곁으로 간 것이다.

이런 비극적인 사연을 불가(佛家)에서는 전생의 인연 따라 간다고 한다.

이 거사는 전생에 어떤 인연을 지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