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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몇 십 년만’이다.

매우 귀하거나 기록적일 때 흔히 쓰는 말이지만,

이건 너무 흔해서 탈이다.

 

이른 봄부터였다.

봄비가 하루걸러 씩 와도 시원찮은 판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날이 한 달이나 계속되더니 ‘몇 십 년만’의

봄 가뭄이란다.

 

덕분에, 봄 내내 누런 황사 낀 먼지가 원도 없이 풀썩댔다.

그 통에 막 돋아난 새싹이며 어린 꽃잎들이 물 한 모금은커녕, 팔자에도 없는 먼지만 실컷 뒤집어썼음은 물

론이다.

 

잇따른 마른장마가 또 ‘몇 십 년만’이란다.

철은 장마철인데 날만 후텁지근하고 장맛비를 구경할 수가 없으니 그게 변고라는 것이다.

논바닥이 거북등처럼 갈라지도록 비가 내리지 않자 농부들 속이 시커먼 숯덩이가 돼버린 때다.

 

그러고도 ‘몇 십 년만’의 불볕더위가 한차례 더 난리를 치고 나서야 겨우 맞은 게 가을이다.

그 귀한 가을이 채 가기도 전에 들이닥친 게 바로 이 겨울이다.

말마따나 이상한, ‘몇 십 년 만’의 이상한파를 몰고 말이다.

 

말이 좋아 오랜 친구 만나듯 ‘몇 십 년만’이지, 기실 이른 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

다는 거다. 몇 십 년만의 유난스런 날씨 등쌀에 한해가 너무 고단했다는 얘기다.

 

 

한해가 저문다.

날씨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고단했던 한해다.

아쉬움도 없고 미련은 더더욱 없다.

그저 어서 갔으면 싶을 뿐이다.

 

새해를 맞는 설레 임이 유독 크다.

쌓인 아픔이 클수록 소망은 더 절절한 법이다.

새해 새 희망이 끝도 없이 피어오른다.

 

 

깊어도 너무 깊다.

해를 넘겨 꼬박 두해 째다.

이 정도면 유사 이래 최대위기라는 IMF, 2008년 리먼 사태가, 축에도 낄 수 없을 정도다.

이쯤 되면 비상사태 선포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닐지 모를 일이다.

깊어도 너무 깊은 부동산시장 침체, 문제도 너무 심각한 문제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 끝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은데 있다.

아무리 조각을 맞대보아도 똑 부러지게 맞아 떨어지는 답이 없다.

그러니 용하다는 박수무당조차 매번 허풍쟁이 되기 십상이다.

 

지난해 말 대세이던 올 한해 전망이 그 짝이다.

‘상저하고’, 상반기는 어렵고 하반기는 펄펄 살아난다는 거였다.

용하다는 점쟁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내놓은 점괘다.

결국 펄펄 살기는커녕 되레 곤두박질 친 시장을 두고 괜한 허풍만 떤 셈이다.

 

문제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 게 문제다.

엉뚱하게도 내년전망이 곤궁한 처지다.

글자한자 틀리지 않은 “상저하고‘가 또다시 나온 내년 점괘다.

누가 믿기나 할 것인지 에둘러 걱정이다.

애꿎게 애먼 놈이 물바가지를 뒤집어쓴 꼴이다.

 

그러다보니 난리속이다.

중구난방, 제각기 다른 점괘로 사뭇 혹세무민이다.

백가쟁명이 울고 갈 지경이다.

하도 설이 분분하다보니 헷갈릴 수밖에 도리가 없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도통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 도처다.

 

그 난리 속을 평정한 게 새 대통령 당선이다.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건 당선인이다.

그를 통해 하우스푸어, 렌트푸어를 힐링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던 그다.

약속은 꼭 지키겠다며 믿어달라고 신신당부하던 그다.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그 대통령당선인이다.

 

새 정부의 부동산거래활성화대책에 대한 기대가 크다.

부동산거래활성화를 통해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로드맵을 일단 믿어보겠다는 표정이다.

아니 믿어야만 한다는 절박한 심정인지도 모른다.

 

선거전만해도 시큰둥하던 반응이 몰라보게 환해졌다.

살 사람도 없는데 급매물이 회수되고 가격표를 올려단 매물이 등장하고, 사뭇 회복세 모양새다

 

사실 지금으로선 그 말고 의지할 만한 대상도 없다.

취득세 감면 혜택은 이미 반짝 생을 마감한지 오래다. 당장 새해부터는 거래공백 상태로 이어지면서 자칫

최악의 상태로 접어들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혹, 강남권재건축시장이 살아나면 불길이 전체로 번질지 모를 일이나 그마저도 고집불통 서울시장이 열쇠

를 쥐고 흔드는 한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얘기일 뿐이다.

 

방법은 그것뿐이다.

새 정부가 차근차근 고쳐가고 다듬어서 기틀을 새로이 가져가야 할 것이다.

시장을 이 지경을 만든 원인을 찾아내고 그것을 과감하게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활황기에 억제책으로 만

든 규제책은 과감히 철폐하는 것이 급선무다.

 

특히 공약에서 언급한 보금자리 정책은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악법중의 악법이다. 주택순환의 고리를

왜곡시키고 전세파동의 주범인 때문이다. 거래경색과 전세 값 폭등으로 하우스 푸어와 렌트 푸어를 양산시

킨 원흉이기도하다. 그들의 힐링을 위해서도 강력한 대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부동산침체의 책임은 보금자리주택 혼자 오롯이 도맡을 일은 아니다.

주범은 아니라도 최소한 방조범 아니면 공범이 따로 있다.

 

엇박자가 장끼다.

번번이 때를 놓쳐 불길을 잡지 못하거나 빙판을 만드는 장본인들이다.

다된 밥에 재 뿌리는데도 선수다.

 

아니면 말고 식으로 무책임하기가 이를 데가 없다.

부동산시장 사람들의 억장뒤집기를 밥 먹듯 하면서도 일말의 자책 따위는 있어본 적이 없다.

외려 그것이 책무인 것으로 착각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늘 부동산시장과는 노는 물이 다르다.

다르다 뿐이냐. 이건 숫제 남의 일이다.

 

정치권과 정부 관료들이다. 그리고 강남권재건축 권한을 통째로 틀어쥐고 있는 서울시장이 한 묶음이다.

한 치의 다름을 느낄 수 없다.

그들의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부동산시장거래 활성화를 하지 못하면 경제를 살릴 수 없다는 인식을 같이

해야 할 때다.

그것이 그들이 애국하는 길이다.

그것이 바로 그들의 책무이다.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그들의 각성을 기대해 본다.

 

새 정부에 바란다.

부동산거래활성화를 기초로 국민행복시대를 연다는 로드맵을 신뢰한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자칫 새해 거래 공백으로 애써 계획된 부동산활성화대책이 또다시 사후약방문이 될지 염려된다.

 

시급히 서둘러라.

그곳이 국민행복시대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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