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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햇살이 눈부시다.

따사로운 햇볕에 밤새 내린 눈이 녹아 질퍽하다.

제법 봄이 오는 길목 같다.

금방이라도 언 땅을 뚫고 빠끔 새싹이 조막손을 내밀 것만 같다.

하긴, 입춘도 지난 마당에 살포시 봄이 찾아오지 말란 법도 없다.

하지만 봄은 아직 멀기만 하다.

당장 다시 돌아온 강추위의 서슬이 퍼렇다.

칼바람은 스치기만 해도 살을 벨 것처럼 날카롭다.

며칠 뜸 한 틈을 타 기를 쓰고 칼날을 간 모양이다.

2월 한 달은 시샘추위로 감기를 달고 살아야할지도 모른다.

변덕이 죽 끓듯 한 3월 또한 별반 나을 것이 없다.

올 듯 올듯하면서 수도 없이 복장을 뒤집을게 빤하다.

봄은 아직 멀다.

지난달 16일, 그러니까 종 상향 변경안의 서울시 통과 이후다.

거래 건수가 10건이 될까 말까다. 그것도 2월 들어서 거래된 3~4건을 포함해서다.

외려 통과 이전보다 나을 것도 없다.

거래절벽이 따로 없을 지경이다.

재건축으로 가는 가장 큰 산을 넘어 사업진척이 몰라보게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무색하다. 당초 무려 1

천세대나 늘어난 일반분양분으로 조합원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질 것이라는 평가였다. 대폭 개선된 사업성

은 시공사들의 구미를 당기기에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는 평가다. 그 때문에 둔촌주공에서의 거래절벽은

염려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덧붙여진 평가다. 모름지기 이 불황에도 호재가 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

다.

실제, 시름에 빠져 노심초사하던 모습은 간데없다. 급매물도 아닌 초급매물이라야 매수세의관심을 끌던

시장은 종적을 감춘 지 오래다. 소폭 오른 가격의 매물이 팔리면서 호가가 수천만 원씩 뛰었다. 매수세가

넌지시 가격얘기만 뗐다하면 영락없이 가격표를 올려 달거나 매정하게 매물을 걷어 들이기 일쑤다. 만만한

핑계꺼리가 “설이나 쇠고 보자”다. 설을 쇠고 나면 마치 날개를 달고 훨훨 날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아직은 반쪽짜리 호재다.

가뭄에 단비 만난 표정은 오롯이 집주인들 몫이다. 긴 가민가 하면서 굼뜨기만 한 매수세와는 사뭇 대조적

이다. 한쪽은 금방이라도 불길이 확 살아날 것처럼 호들갑인 반면 한쪽은 이 지독한 침체에 호재가 무슨,

하는 식이다. 급할 게 없다는 것이다. 호재는 호잰데 아직은 반쪽짜리다. 아쉽지만 도리가 없다.

하지만 반쪽짜리도 당분간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강남재건축 전체가 술렁이는 때문이다. 비단 둔촌주공만의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개포단지와 가락시영이 다르지 않고 잠실 5단지와 은마아파트가 또한 다르지 않다. 저가매물이 팔린데 이

어 호가가 수천만 원씩 뛰었다. 부동산지면의 머리기사는 연일 이들의 소식으로 차고 넘친다.

취득세 감면 연장 안도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비록 6개월짜리로 반 토막이 나기는 했어도 거래절벽의 거래시장에 효자 노릇은 불문가지다. 보름여를 앞

둔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부양책이 쏟아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다양한 제도를 접목시킨 복합적인 처방이

될 가능성이 높다. MB정권의 찔끔 찔끔 대책으로 부동산시장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는 반면교사 탓이다.
실효성 있는 처방으로 향후 안정적인 정국운영의 발판으로 삼고자하는 포석에서다.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도 부동산시장을 마중물로 사용할 소지가 높다. 특히 하우스푸어 렌트푸어를 중심으로 한 심각한 가

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집값이 살아나지 않고는 백방이 무효일 것이기 때문이다.

바닥론도 솔솔 하다.

빈틈만 있으면 비집고나오는 것이 바닥 론이긴 해도 이번은 논리가 제법 탄탄하다.

새 정부가 약속한 부동산활성화대책에 대한 믿음이 가장 크다. 경제 살리기와 가계부채문제까지를 아우른

해법인데다 이모든 것이 집값이 살아나지 않으면 치유가 불가능한 같은 유전자라는 것 때문이다. 늘 옆에

붙어 다니는 반짝 상승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유난히 초라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힘을 얻는 결정적인 이유는 또 있다.

부동산시장에는 오래된 법칙이 하나있다. 예측이 빗나가는 경우가 없어 꽤 시장의 신뢰를 얻고 있는 법칙

이다. 실제 오랫동안 몸소 증명 해온 탓에 부동산 폭락논자 들까지도 섣불리 얕잡아 보지 못하는 위엄을 갖

춘 법칙이다.

그래서 이 법칙이 있는 이곳은 호황기에는 투자자들로 발붙일 곳이 없을 정도이다. 또 침체가 계속될 때도

오직 그곳이 살아나길 학수고대하던 그런 곳이다. 살아날 때는 가장 먼저, 침체가 시작 될 때 또한 가장 먼

저 늘 그곳이 시작인 때문이다.

요 지독한 침체에는 다른 지역의 몇 배도 넘는 가격 하락을 몸소 보여주던 곳이다.

강남재건축시장이다.

강남재건축의 생사여부가 부동산시장의 생사와 직결된다는 법칙이다.

그 때문이다.

강남재건축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때문이다.

바닥 론에 힘이 실린 것도, 반쪽짜리가 당분간뿐이라는 것도, 말이다.

막연한 바람만은 아니다.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더욱 믿음이 간다.

지난 일 년여 숱한 마음고생을 극복하고 홀연히 일어선 흔적이 뚜렷하다. 서울시와 갈등을 극복한 개포주

공 가락시영 둔촌주공은 보다 확실한 계획위에 굳건히 섰다. 특별히 해코지 하고자하는 불량한 세력만 아

니라면 완성으로 가는 길에 걸림돌이 있을 수가 없다.

그냥 부는 바람이 아니다. 탄탄대로다.

강남재건축 법칙으로 어렵사리 바닥 론까지 불러냈다.

이제 지긋지긋한 불황은 끝이다.

그저 마른 섶에 불만 붙이면 된다.

꼭 지킨다는 그 약속대로 말이다.

설 이후가 못내 궁금하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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