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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퉁불퉁 거친 길이다.

모퉁이를 돌아서면 또 모퉁이고,

번번이 막다른 골목이다.

까마득한 절벽위에 서서 가슴 졸이던 적도 한둘이 아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눌러 이를 악물고 헤쳐 왔던 길이기도하다.

덕분에 애증이 속속들이 배어있는 길이다.

하지만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길이다.

 길을 묻다.

뻥 뚫린 길이다.

모퉁이만 돌아서면 바로 희망이 넘실대는 길이다.

그 때문에 눈이 부셔 실눈을 뜨고서야 가까스로 우러러볼 수 있는 길이다.

뒤꿈치를 들고 가도 설렁설렁 하나도 힘들게 없는 길이다.

지치기는커녕 힘이 불끈불끈 솟는 길이다.

 그 길을 묻다.

해묵은 애증 따윈 썩 달갑지도 않다.

그저 벌건 희망 하나면 족하다.

어디. 그런 길 없을까.

 거래절벽이다.

벌써 며칠째 거래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이쯤 되면 한숨소리가 지천일 법도한데 실상은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불과 보름전만 해도 초급매물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던 시장이다.

그러면서도 초급매물에 다소간 얼마라도 깎고 나서는 그런대로 팔리던 시장이다.

매수는 ‘갑’이고 집주인은 ‘을’인 시장이다.

 그랬던 둔촌주공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근 보름에 가까운 거래절벽에도 한번 오른 호가는 내릴 줄을 모른다.

초급매물은커녕 급매물 찾기가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보다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매수세가 늘어난 것도 아니다. 더구나 매수세의 눈높이가 높아진 것으로 볼 수도 없다. 기껏해야

1천만 원 정도 높아졌을까. 그보다 높은 가격은 아무리 급매물 이라는 명찰을 달았어도 여전히 눈길을 주는

법이 없다.

 그러다보니 해프닝도 적지 않다. 드문 매수세의 가격을 낮추자는 요구는 번번이 집주인들에게 묵살당하기

일쑤다. 가격을 낮추기는커녕 되레 1~2천만 원 호가를 높이지 않으면 다행이다. 심한경우는 매물을 걷어

드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마치 호황기에나 있을법한 일이 지금 둔촌주공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

다.

졸지에 집주인이 ‘갑’이고 매수세가 ‘을’이다.

거래절벽이 울고 갈 노릇이다.

 지난 16일 부분 종 상향 정비계획이 서울시를 통과된 때문이다.

빨라질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으로 조급했던 마음들이 한결 느긋해진 탓이다.

 이번 부분 종 상향으로 용적률은 250%에서 274%로 늘어났다. 현5930세대에서 1만1천세대로 임대아파

트 1천 세대를 제외하고 일반분양분만 무려 4천세대가 넘는 대단지로 변신이 가능해졌다. 조합은 초대형

단지로 재건축되는 가장 큰 산을 넘었다는 평가다. 지난 2006년 9090세대의 정비계획 대비해서도 2천여

세대가 추가로 늘어났다. 임대아파트 1천 세대를 제외하더라도 1천세대가 넘는 일반분양분이 늘어난 셈이

다. 1만세대의 10%에 해당하는 막대한 물량이다. 이번 결정으로 1천세대의 대단지가 하나 더 생긴 셈이

다. 유래 없는 부동산경기 침체로 분양가 인하 압박을 받아오던 재건축시장의 궁박한 현실을 감안하면 실

로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늘어난 일반분양분만큼 조합원들의 부담은 줄어든다. 10% 늘어난 일반분양분은 어림잡아 10%정도의

분양가 인하요인에 틀림없다. 7억 분양가면 6억 3천만 원에 분양받는 셈이다. 조합원들의 주머니가 가벼

워지지 않을 수 없는 명쾌한 이유다.

 그 뿐만이 아니다.

재건축 진행에도 급물살을 타게 됐다.

자칫 서울시와 줄다리기를 거듭하면서 실기할 우려가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른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대한 유예조치가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냔 것 때문이다. 즉, 2014년 내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한 재건

축 단지에 한해 초과이익환수를 유예하는 법안이 시행중이다. 서울시의 이번 결정을 얻어내지 못했을 경우

2014년 내 관리처분 인가신청에 대한 시간 확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염려에서다.

 8부 능선은 넘었다. 초과이익환수를 피해가는 것은 시공사들의 사업성은 물론 조합원들의 수익성과도 직

결되는 중대 사안이다. 2014년 내 관리처분인가 신청에 혼신의 힘을 쏟아 부어도 부족할 것이 없는 이유이

다. 이 때문에 관리처분이 한결 수월해질 가능성도 높다. 관리처분이란 결국 조합원들의 주머니가 얼마나

두둑이 채워지느냐가 성패의 관건 아니겠는가.

 이는 2014년 말 또는 2015년 초 이주시작을 예측할 수 있는 매우 긍정적인 신호이기도 하다. 사업시행인

가 후 이주를 시작한 가락시영의 예를 따로 들것까지도 없다. 사업시행인가만 되고나면 시공사 측에서 몸

이 달아 이주를 서두르게 마련이다. 순탄하게만 된다면 그보다 이주가 당겨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급하게 서둘 필요까지도 없다. 관리처분인가 이후 이주시작이라는 극히 정상적인 절차를 밟더라도 결코 바

람으로만 그칠 단계는 넘어서도 한참을 넘어섰다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지역적인 호재만으로는 시장이 살아나기는 역부족이다.

새 정부의 부동산활성화 대책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져 졸지에 집주인이 ‘갑’인 세상으로 변했어도 그건 잠

시뿐이다. 보다 근원적인 해결책 없인 결국 찻잔속의 태풍에 그칠 뿐이다.

 사실 둔촌주공의 사업성은 대폭 개선됐다. 반 토막이 난 집값까지 감안하면 수익성면에서 강남재건축 어

느 단지에 부러울 것이 없다. 투자대상으로 주저할 이유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투자심리가 바닥인 현시점

에서 주저 없이 돈을 싸들고 둔촌주공에 몰리기는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다. 아무리 보수적으로 판단해도

발목을 넘지 않는다는 전망이 줄을 잇는데도 말이다.

 투자심리 회복이 급선무다.

집값을 살려야한다. 거래가 술술 풀려 집값이 살아나야 주택시장이 산다. 하우스푸어 렌트푸어 문제도 자

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집값 오르는 게 투자심리 회복의 외길이다.

 무엇보다 시장에 신뢰를 주는 것이 시급하다.

집값을 살리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신뢰회복의 출발점이다.

이명박 정부처럼 찔끔찔끔 ‘언 발에 오줌 누기“ 대책은 불신만 키울 뿐이다. 노무현 정부 때 부동산시장에

박아놓은 대못들은 과감히 뽑아내야한다.

 서울시 재건축정책은 네 편 내편의 틀을 벗어나야한다.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문제라는 이분법적인 사

고도 버려야한다. 더욱이 이 침체국면을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강남재건축은 투자심리

의 핵이다. 밉든 곱든 강남재건축으로부터 바람이 일고 또 그곳에서 바람이 자기 때문이다. 나라가 있어야

서울시도 있는 법이다. 물론 서울시장도 말이다. 서울시 재건축정책이 시장회복을 위해 팔을 걷어 붙여야

할 이유다.

 다함께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이다.

그만큼 어렵고 힘든 비상시국이다.

당선인이라고 뚝딱 도깨비 방망이가 따로 있을 턱이 없다.

하지만 약속은 꼭 지키겠다는 그 약속 하나면 이루지 못할 것도 없다.

비상시는 신속한 대처가 생명이다.

그리고 이것저것 재다가는 자칫 상처만 키우기 십상이다.

촌각을 다툴 일이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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