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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지개벽이라고 했다.

천지개벽할 정도로 깜짝 놀랄만한 명품단지를 만들겠다고 했다.

2016년 지하철 9호선이 개통 될 즈음이면 그 명품거실 창문으로 그윽하게 올림픽공원을 바라볼 수 있을

거라 했다.

 천지개벽은 시공사로 선정된 현대사업단의 입에서 나온 얘기다. 인근의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는 말할 것

도 없고 잠실 파크리오를 뛰어 넘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했다. 30년이 훌쩍 넘은 낡고 오래된 주공아파트

가 명품아파트로 변신을 했는데, 천지개벽 아니면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는 게 그들 얘기다. 천지개벽할

정도의 명품아파트에 미분양이 무슨 걱정이겠냐고도 했다. 확정 무상지분율 164%는 그런 계산법에서 탄

생한 것이다. 얼마나 자신이 있었으면 ‘확정’에 잔뜩 힘을 주면서 말이다. 2010년 8월 시공사선정 당시의

일이다.

 하마터면 숨 넘어 갈 뻔했다. 이러다가 10년도 넘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넘쳤다. 아예 다음서울시장

때나 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소리가 공공연히 떠돌았다. 바람만 잔뜩 넣고는 대체 조합은 무엇 때문에 존재

하는 것이냐며 조합장을 나무라는 소리가 하늘을 찌를 기세다. 금방이라도 삽을 뜰 것만 같던 재건축이 어

느새 2년하고도 반이 넘고도 정비계획 하나 서울시와 손발을 맞추지 못했으니 땅바닥에 꿇어앉히지 않은

것만도 다행으로 알라는 나무람이다.

 장롱 속에 쳐 박아 놓았던 첫사랑의 낡은 사진첩을 꺼내든 심정일 것이다. 그 시절을 회상하며 가슴이 콩

닥콩닥 뛰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유래 없는 침체 속에서 가슴을 쓸어내렸던 숱한 날들을 기억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쉴지도 모른다. 벌써부

터 다시 천지개벽을 불러내 새록새록 꿈을 키울지도 모를 일이다.

 하룻밤 새 세상은 확 바뀌었다.

집주인들의 핏기 없는 얼굴에는 화색이 돌기 시작하고, 어깨까지 절로 힘이 들어가는 모양이다. 가격이 추

락하고 나서는 눈길도 주지 않던 중개업소에 손수 전화를 돌리는 일을 마다 않으면서 사뭇 즐겁다는 폼이

다. 팔리지 않아 목이 한자나 빠졌든 매물들도 하나같이 가격표를 올려 달았다. 드물기도 하지만, 무덤덤

한 표정으로 옛날가격만을 찾은 매수세가 외려 생뚱맞아 보일 정도다.

 둔촌주공 아파트의 재건축 정비구역 변경 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제 강동구 최대 재건축 단지인 둔촌주공 아파트가 본격적인 재건축을 추진하게 됐다.

 개발제한구역과 인접한 곳의 용적률은 2종 250%, 나머지는 3종으로 상향시킨 절충안이다.

부분 종 상향을 도입한 첫 정비 사업지로 평균 용적률은 274%로 맞춰진다.

당초 둔촌주공 변경 안은 300%의 용적률로 3종으로 종상향하는 안으로 접수됐다. 하지만 강남재건축 특

혜라는 서울시의 이분법적인 사고에 발목이 잡혀 장장 9개월 가까이 표류 끝에 비로소 햇볕을 보게 됐다.

수차 소위를 거친 후 단지 동쪽은 개발제한구역과 인접한 점을 감안해 2종(법적상한용적률 250%)을 유지

하고 단지 서쪽은 3종(법적상한용적률 285%)으로 종상향하는 절충안이 선택됐다.

 50m의 둔촌로와 70m의 강동대로와 접하고, 5호선과 9호선 지하철이 직접 둔촌주공과 연결돼 3종으로의

충분한 여건을 갖췄다는 위원회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동측의 환경적으로 민감한 지역의 보존을 위해서

저층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결정이다.

 이로써 둔촌주공은 용적률 274%를 적용받아 현 5930가구가 1만1066가구로 탈바꿈한다.

60㎡이하 3326가구, 60~85㎡이하 4605가구, 85㎡초과 3135가구로 초대형 단지로 탄생하는 것이다.

소형비율은 30.1%다.

 높이는 최고 35층으로 하되 단지 경계 부는 낮춰 조망과 경관을 배려하도록 했다. 단지 중앙에 동서로 통

경 축을 배치, 동측 부 개발제한구역까지 생태적 공간이 연계되도록 주문했다. 여기에 지역 역사성을 보존

하기 위한 계획적 요소도 추가된다.

 특히 이번 변경 안은 기존 2종 계획안에 비해 장기전세주택을 549가구 더 확보했다. 또한 사업부지의

15%에 해당하는 공원 등 기반 시설과 여성문화회관을 포함한 사회복지시설을 건축물 형태로 부담하는 공

공기여 방안을 포함했다. 이밖에 북측의 학교들과 인접 공원은 스쿨파크로 계획, 학생들의 체험학습의 장

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이상은 언론보도와 신청 안을 토대로 이번 결정 안을 대략적으로 살펴본 것이다.

서울시는 이번 지정으로 1006가구의 장기 전세주택 확보와 소형주택 공급 증가로 서민주거 증진이라는 소

득을 얻었다. 또 둔촌주공은 빠른 재건축의 길이 열렸다. 일각의 불만이 없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는 서울시

와 둔촌주공이 윈-윈의 지혜를 살린 셈이다.

 일단 둔촌주공은 재건축으로 가는 8부 능선을 넘었다. 최대고비는 넘겼다는 평가다.

유래 없는 주택시장 침체에다 새 서울시장의 출범으로 재건축정책의 극심한 혼란을 겪어 온 점 등을 감안

하면 실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어냈다는 평가가 과하지 않을 정도다.

 불만도 없지 않다.

기부채납과 임대주택이 과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까지 양보를 해서 재건축을 하는 것이 이득이 되는지 판

단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추가 분담금에 대한 염려도 적지 않다. 주택경기가 좋지 않아 미분양을 걱정해

야 할 판에 적정한 분양가를 받을 수 있겠냐는 게 요지다. 그 때문에 시공사측에서 제시한 무상지분율이 제

대로 지켜지겠냐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조합과 시공사 또는 반대세력과 조합간의 소송 전을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모두 상수다.

재건축단지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들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소수의 불만은 외려 촉매가 되기도 한

다. 물론 방치해도 좋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런 것 때문에 이번 결정을 뒤로 미뤄 재건축을 지체할 이

유가 하등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일 뿐이다.

 재건축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시간이 곧 돈이다. 높은 사업성도 지체되면 될수록 결국 조합원들의 부담으로 되돌아온다. 빠른 재건축이

수익성과 직결되는 이유다.

이번 결정으로 초과이익환수는 비껴갈 공산이 커졌다. 2014년까지 관리처분 신청한 단지에 한해서 초과

이익환수조치를 유예하는 법안 때문이다. 모름지기 2014년 말 이전에 관리처분 신청을 목표로 박차를 가

할 것은 불문가지다. 역시 재건축은 돈과의 싸움이다.

 이는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2014년 이전 관리처분인가는, 2014년을 넘기기 전에 이주가 시작될 수 있다는 반증이다.

이주와, 철거, 공사까지의 기간을 3년여로 가정 했을 때 2017년 후반을 전후한 입주 가능성 또한 결코 무

리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바짝 서둘러야 한다는 중론에는 이러한 속 깊은 뜻이 담겨져 있었던 것이다.

이번 결정을 쌍수를 들고 환영해도 모자랄 이유다.

 둔촌주공은 1980년 저층과 중층을 혼합해 건립된 강동 구내 최대 규모의 단지다. 강남권 전체를 통틀어

도 선두권으로 손꼽히는 대단지다. 5호선 둔촌역과 연결 된데다 9호선 역이 계획돼 높은 지분이 더해져 사

업성이 높은 곳으로 평가 받고 있다. 탁월한 쾌적성에, 메이저건설사들이 앞 다퉈 천지개벽을 이루고 말겠

다는 그런 곳이다.

 악몽은 끝났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또 다른 꿈으로 잠을 설칠지도 모를 일이다.

천지개벽은 언제쯤일까.

대체 천지개벽은 어떤 모양일까.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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