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포털에서 거래포털로!

 솟는 힘을 주체할 수 없는 모양이다.

문지방을 넘기 무섭게 이건 숫제 펄펄 난다.

 다짜고짜 한낮기온이 30도를 훌쩍 넘겨 비질땀범벅을 만들더니,

급기야는 때 이른 열대야로 뜬눈으로 밤까지 홀딱 샜다.

 덜떨어진 놈이 힘만 믿고 나대는 꼴이라니.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다.

 이제 겨우 6월 중순, 선 여름에 말이다.

늘 찌뿌듯 불만투성이인 장마철과 죽이 맞아서는 또 얼마나 유세를 부릴 것인지..

 지난 MB정부 때 내 놓은 부동산대책이 총27번이다. 두 달에 한번 꼴이니 그야말로 융단폭격이 따로 없다.

그렇게 쏟아 붇고도 요 모양 요 꼴이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있을 수가 없다. 손을 뒤로 묶고 발로 만든

대책인들 이보다 못할까 싶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새 정부도 염려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어설픈 후속 대책으로는 자칫 지난 정권이 벌어

놓은 매까지 몰매를 맞지 않을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보따리 속을 챙기고 또 챙겼을 것이다. 행여

빠진 것이 없나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면서 말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무런들 그보다 못하겠냐며

속으로 자신감에 차있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사전에도 없던 양도세 면제카드를 꺼낸 것도 그 때문이기 십상이다. 큼직한 놈으로 한방에 보내버리겠다는

뭐 그런 거 말이다. 나름 속이 꽉 찬 보따리에 사상유래 없는 추경예산 편성까지 보탰으니 이정도면 초기에

부동산시장을 너끈히 잡고 장밋빛 새 정부 5년을 꿈꾸며 꽤나 희망에 부풀었음직도 하다.

 나는 집주인이다.

그것도 한때는 부러운 시선을 한 몸에 받던 강남재건축 집주인이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부자리스트에 이름

석 자는 남아있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그것 때문에 정치권의 반쪽은 틈만 나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을 내기도한다. 그렇지만 알고 보면 참 가련한 신세다. 반 토막이 나다시피 한 집값 때문

에 근래 들어서는 두 다리 쭉 펴고 맘 편하게 잠들어 본적이 없다. 속빈 강정, 그야말로 이름뿐인 강남부자

다.

 사실 집 한 채가 재산의 전부나 다름없다보니 쓰임새는 셀 수가 없을 정도로 많다. 애국하는 마음으로 참여

한 가족계획을 통해 얻은 남매의 결혼밑천으로 반 토막을 내고나면 100세 수명시대에 노후자금마저 빡빡하

다. 수도권의 오두막이라도 장만할 수 있을지 막막할 따름이다. 그렇다고 욕심이 터무니없는 것도 아니다.

자고나면 천정부지로 오르지는 않아도 매년 물가상승률정도만 올라주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 거기에 팔아

야할 때 걱정 없이 팔리면 그만이다. 집 한 채로 팔자를 고치면 얼마나 고칠 것인가.

 나는 수요자다.

한때는 강남재건축에 몰려 투기꾼이라는 누명을 쓴 적도 없지 않으나 지금은 어디서나 귀하신 몸이다. 사방

이 거래절벽인 시장이라 떴다하면 급매물을 거저줍게 생긴 마당인데도 막상 시장에 나가보면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가격이 떨어질 때는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다가, 오를 때는 바닥시세를 아는데 어찌 경거망

동하겠느냐 하다가 번번이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다. 그러나 역시 “바닥에 사서 상투에 판다”는 격언이 금과

옥조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며 혀를 내두른 경우가 적지 않으면서도 그를 위해 한시도 게으른 적이 없다.

대개는 호황기에 짭짤하게 재미를 봤거나, 이들의 성공사례를 무슨 초등학교 때 받은 우등상장처럼 가슴에

품고 산다.

 예전 같지 않은 경기가 선뜻 매수를 결정하지 못하는 요인이다. 집값이 오르지 않고 자꾸 뒷걸음질을 치니

차라리 전세로 눌러 앉는 게 났겠다싶은 이들이 늘면서 전세 값을 올려놓기도 한 장본인이다. 그냥 더도 바

랄게 없다. 내일이면 다소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확신 하나면 그뿐이다. 오늘 당장 집을 사도 결코 후회 따

위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을 것이다. 집값 오름폭이 비록 눈곱만큼 일지라도 말이다.

 나는 대한민국 권력이다.

엄연히 국회가 다르고 정부가 다르지만 그냥 한통속이니 통칭해도 불만이 있을게 없다. ‘만사 적당한 게 최


고’가 모토다. 적당히 집값이 올라주고 적당히 거래되고, 험한 소리만 나오지 않으면 그만이다. 오랜 경험상

표를 얻는 데는 그게 상책이기 때문이다. 괜히 어느 한쪽에 불이 붙어 난리가 나면 이번엔 어느 한쪽이 울고

불고 난리가 나게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불을 끄다가 표를 잃고 다른 한쪽을 달래다가 표를 잃는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대한민국은 다 내손 안에 있다. 이런 마당에 굳이 모험을 자처할 이유가 없다. 그저 적당히, 징

징 짜면 찔끔찔끔 주고, 조금 과하다 싶으면 살짝 눌러주면 만사태평이다. 물론 에둘러 사탕을 물려줄 선심

따윈 염두에 둔 적도 없다.

 집토끼는 꼭 지켜야한다는 트라우마가 한계다. 그러다보니 내편 챙기는 데는 멱살잡이도 마다하지 않는 게

습관처럼 돼버렸다. 그리 보면 의리하나는 타고난 셈이다. 하지만 나라의 백년대계니 국민들 먹고사는 문제

는 관심 밖이다. 그 흔한 부동산대책 중 한번을 통 크게 흔쾌히 처리 해본 적이 없는 것을 보면 짐작하고 남

음이 있는 일이다. 그러고도 그 숱한 대책이 왜 그렇게 효험이 없는지 알지를 못한다. 아니, 알 필요를 느끼

지 않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지 모르겠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시장은 애써

모른척하며 말이다.

 빗나간 대책의 후유증은 생각보다 참담하다. 반짝 거래가 늘고, 그 틈새에 7~8천만 원이나 껑충 뛴 호가가

5천만 원이나 주저앉았는데도 매수세가 꿈쩍을 하지 않는다. 경기활성화는커녕 새 정부 5년의 로드맵을 대

폭 수정해야 될지도 모를 일이다. 아닌 게 아니라 지난 정권 때 벌어 놓은 매까지 몰매를 맞지 않을까 걱정

이다.

 문제는 더욱 심각한데 있다. 7월 이후 시장이 심상치 않다. 더구나 이번 대책의 효과 여부를 떠나 연말까지

시한인 점을 감안하면 내년 경기 또한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특단의 조치가 따르지 않는 한 대책발표 이전

의 지독한 거래절벽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둔촌주공을 비롯한 개포주공, 가락시영 등 대표적인 강남재

건축단지들의 하반기 사업진행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에 일말의 기대를 갖는 눈치지만 그마저도 거

래절벽 앞에서 속수무책이기는 마찬가지다.

 집주인과 수요자의 푸념 속에 답이 있다.

더도 말고 물가 상승률 정도만 올라주면 된다는 얘기다. 그렇게 오른다는 확신 하나면 복잡한 셈법이 필요

치 않다. 집값이 오른다는 확신하나에 수요자들은 절로 시장을 찾고, 소유자는 팔고 싶은 집을  제 때 팔수 있을

테다. 그 잘난 권력 또한 바라든바 아니던가. 없던 복이 절로 굴러온 격이다.

 태고이래로 ‘적당히’로 난제를 풀었다는 소리는 전해들은 바가 없다.

속이 터지게 고민하고, 몸이 닳도록 부대껴야 될 둥 말 둥한 게 난제를 푸는 해법이다. 거기에 하나를 원하

면 둘을 줘도 될까 말까한 게 세상이치다.

하물며 징징 짤 때 옜다 사탕 하나 먹어라 하는 식으로는 백년이 가도 도로 그 짝이다.

 그 잘난 대한민국 권력에 고한다.

사탕을 물리려거든 미리 물려라.

그리고 하나를 원하면 열을 줘라.

결단코 징징 짜기 전에 말이다. 그게 명약이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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