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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른장마는 보름이나 계속됐다.

달궈진 뙤약볕이 살을 델듯하다.

 뒤늦게 허둥대듯 장맛비가 오간다.

벌겋게 달뜬 대지가 쇳소리 같은 외마디를 지르며 반색을 한다.

 이왕이면 장대비면 좋겠다.

우르릉 쾅쾅, 천둥번개까지면

그야말로 힐링이 따로 없을 테다.

 고래고래 토해 낼 테다.

장대비가 억수 같아 한치 앞을 분간하기 힘든 날,

새카맣게 타들어 숨쉬기조차 버거운 속을 말이다.

우르릉 쾅쾅, 천둥번개가 머쓱하도록.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유래 없는 양도세 면제카드에 추경예산까지 추임새를 넣은 부동산종합대책이 효험을 보지 못했다는 평가

다. 부동산시장을 살려 경기회복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새 정부의 꿈이 자칫 산산조각이 날판이다. 그를 기

초로 새 정부 5년의 로드맵을 완성하겠다는 계획도 대폭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헛방만 친 셈이다.

 그들의 호언장담이 무색할 지경이다. 그러고도 여전히 뜬구름 잡는 소리다. 연말이 다가오면 서서히 효과

가 나타날 것이라고? 도대체 시장을 제대로 읽기나 한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이쯤 되면 주무장관이 나서서 ‘죄송하다고, 조속히 후속대책으로 아픔을 달래주겠노라고.’ 정중히 머리를

조아려도 부족할 판에 말이다.

 사실 양도세 면제 카드, 결코 나쁜 발상은 아니었다.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혜택 또한 참신한 발상이라

는 평가였다. 부자들의 구매의욕을 불러일으키고,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눌러 앉는 초기 수요를 자극해 주

택시장으로 끌어들인다는, 즉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보겠다는 보다 적극적인 당근책이라 할 것이

다. 최근 주택시장에 등을 돌린 이들을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하는 것이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고육책이기도 했다.

 하지만 떡을 빚는 과정에서부터 삐걱댄 게 탈이다. 정작 주인공이 되어야할 부자들은 이분법적인 사고의

희생양이 됐다. 이어서 시행일과 수혜대상을 두고 심한 멱살잡이를 하는 바람에 결국 본게임에 들어가기도

전에 기진맥진 지쳐 탈진상태에 이르게 됐다. 가뜩이나 대책의 불신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

는 사이, 한시적인 대책이 종료되는 연말이후 거래절벽이 예상된다는 인식까지 더해지면서 불이 붙어야할

시장은 되레 급속도로 식어만 갔다.

 그나마 취득세 감면조치가 아니었음 거래절벽은 훨씬 빨랐을지도 모를 일이다. 비록 한시적인 조치이기는

해도 잠시 목숨 연장의 효과는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취득세 감면 조치가 기대했던 것만큼의 효

과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만료시한, 그러니까 6월말을 1주일여 앞두고 너 댓 건, 6월 들어 그때까지 너 댓

건, 고작 10건이 될까 말까한 거래실적이 다이기 때문이다. 대책의 효과라 하기에 너무도 초라한 성적표

다.

 그렇게 시장이 정신 줄을 놓고 있는 동안에도 둔촌주공 재건축 진행은 순조롭기만 하다. 6월 초 환경영향

평가 준비서가 강동구청에 접수되면서 본격적인 환경영향평가 및 교통영향평가 업무가 착수됐고 이어서 건

축심의 및 사업시행인가를 위한 현황측량 지질조사가 실시되고 있다. 금년 내 사업시행인가를 마치고

2014년 내 관리처분 신청을 목표로 묵묵히 행보를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재건축 진행 정도로만 보면 거래절벽이 의아할 따름이다. 거래절벽은커녕 투자자가 줄을 서도 모자랄 판

이다. 어쨌거나 시장이 쑥대밭이나 다름없는 형국에서도 시공사들이 입을 꾹 닫고 사업진행에 박차를 가하

고 있는 것은 그만큼 사업성에 자신이 있다는 반증 아닐까? 찬란하게 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묵묵히 겨울을

이겨내는 인동초처럼 말이다.

 부동산시장이 다시 깊은 수렁속이다. 휴가철 등 계절적인 요인과 겹친 데다 시중금리 인상으로 수요심리

는 위축되고 하우스푸어들의 부담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정작 다른데 있다. 한

시적인 바겐세일 정책으로 내성만 키워온 정부가 뚜렷한 방향설정을 하지 못하고 갈팡질팡 갈지자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오는 법이다. 하물며 병명을 모른 채 임시방편적이고 한시적인

처방으로는 병을 고치기는커녕 내성만 키워 병을 키우기 십상이다. 지난 정권이 만들어 논 한시적 취득세

감면이 그렇고 4·1 대책이 다르지 않다.

 바겐세일에 맛 들여진 수요자는 바겐세일만을 기다린다. 그러나 그보다 더한 선수들은 결코 바겐세일에

목을 매는법이 없다. 외려 바겐세일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바겐세일 기간이 끝나면 거래절벽이 있을 테고

거래절벽으로 바겐세일 때 보다 더 싼 매물이 기어 나올 테니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격이다. 다름 아닌

보다 근원적인 해법을 도외시하고 한시적인 아편에 의존한 정책실패의 사생아다.

 7월 이후 거래절벽, 이젠 초등학생도 다 아는 사실이 돼버렸다. 선수들은 벌써부터 이때를 기다렸을 것이

다. 그리고 때가오면 뒷짐을 지고 싼 매물을 냉큼 바구니에 담을 것이다. 물론 바겐세일 때보다 훨씬 싼 매

물을 말이다. 싼 매물을 사고자 온 시장을 두리번거릴 필요도 없다. 그저 바겐세일만, 아니 바겐세일이 끝

나기를 기다리면 그뿐이다.

 호황기 때 억제책이던 양도세 중과, 분양가 상한제, DTI 완화를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벌써 수년째

국회에서 단골로 논의되는 법이다. 제 편 챙기기에 눈이 어두워 매번 다음 회기로 넘기기가 습관처럼 돼버

린 어찌 보면 애물단지 신세이기도 하다. 모두가 호황기 때 한 시절을 풍미했던 법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불황에는 독이 된 법이다.

이 삼복더위에 연탄난로처럼 말이다.

 당연히 다락 속에 소중히 보관해야 될 일이다.

언젠가 엄동설한이 다시오면 그때 또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무엇보다 백미는 타이밍이다.

사실상 모든 대책은 때를 놓쳐 효험을 보지 못했다.

때로는 사후 약방문이 되고 때로는 백방이 무효가 되기도 했다.

이번 4·1 대책도 결국 주물럭대다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던가.

검토는 신중하되 결정은 전광석화처럼 빨라야 할 것이다.

 믿음이 없으면 그 또한 백약이 무효다.

믿음은 그저 늘 변함없는 데에 있다.

한시적인 약속으로 믿음을 줄 수는 없다.

진통제로 중병을 낫게 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달 말까지, 올해 말까지.’

이제는 제발 ‘까지는’의 환상에서 벗어나라.

계속, 쭉, 포에버, 긴 호흡이 답이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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