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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 기사입력 2007-06-15 14:41

삼성전자 직원 K모씨(36)는 요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서울 서초동에 사둔 아파트가 재건축에 들어가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은 것. 몇년 전 6억원에 매입한 아파트가 현재 10억~11억원을 호가한다.

주변에서 재테크 성공 비결을 묻는 말에 K씨는 “회사 따라가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 말한다. 강북에 살던 K씨가 강남 쪽으로 눈을 돌린 것은 실제 현 직장과 관련이 깊다. 삼성전자가 강남사옥으로 이전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강남 부동산을 알아보기 시작한 것.

K씨는 “부채 부담 때문에 망설였지만, 앞으로 회사도 편하게 다니고 애들 교육도 생각해서 재건축 아파트를 구입하게 됐다”면서 “회사가 큰돈을 벌게 해준 셈”이라고 말한다.

H사 직원 J씨(37)는 K씨와는 정반대 사례. 강남에 있던 H사는 경기도 일산에 사옥을 보유하게 됐다. 강남 소형 아파트에 살던 K씨는 출퇴근 부담 때문에 강남 집을 팔고, 일산에 30평대 아파트를 매입했다. 4억원 남짓에 강남 아파트를 팔았지만, 현재 이 아파트는 7억원을 넘어선다. 일산에 매입한 아파트도 1억원 이상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강남 아파트와 비할 바가 아니다. 이후 회사는 서울로 사무실을 다시 옮겼고, J씨는 금전적인 손해만 본 셈이 됐다. 　

■ 강남·분당으로 이사 간 회사 직원들 대박 ■

부동산시장의 가격 격차가 커지면서 본인이 다니는 회사의 위치에 따라 재테크 성적표가 크게 갈리는 사례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재테크보다는 출퇴근의 용이성에 따라 흔히 버블 세븐으로 꼽히는 지역으로 이사를 간 직장인들 중 대박을 터뜨린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 대부분 일찌감치 강남이나 분당에 자리 잡은 기업들의 사원들이다.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가 건설되면서 상당수 공기업들이 이곳으로 이전했다. KT와 토지공사, 주택공사 등이 대표적. 초기에 터를 잡은 만큼, 이곳으로 집을 옮긴 직장인들 중에 대박 사례도 많다.

분당 정자동에 위치한 KT의 A부장은 사내에서 알부자로 불린다. 분당과 서울 두 곳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 회사 근처에 있는 50평 아파트는 현재 10억원을 호가한다. 이사 올 당시만 해도 평당 1000만원에 못 미치는 시세였다. 10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셈. 서울에 있던 아파트도 팔지 않아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다. A부장은 주변에 “노후 준비는 모두 해놓았다”고 말한다.

분당에 위치한 일부 IT 기업 중에서도 유사한 사례는 많다.

분당에 벤처밸리가 형성되면서 NHN, SK C&C, 포스데이타 등 많은 IT 기업들이 옮겨온 이후 생긴 현상. 2005년 분당으로 이전해온 NHN의 중견 사원 B씨가 대표적 사례. B씨가 분당으로 이사 온 때는 회사 이전 1년 전인 2004년 무렵. B씨가 터를 잡은 곳은 주상복합단지가 몰려 있는 정자동이다.

정자동 현대아이파크 30평형대를 4억원 남짓에 구입했다. 현재 분당 정자동 아이파크 30평형대의 부동산 시세는 10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 250%가 넘는 수익을 올린 것이다.

2005년 분당으로 회사를 옮긴 SK C&C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서울 강남에 비해 임대료가 낮고 인프라 등 주변 환경이 괜찮아서 많은 기업들이 분당으로 몰려왔다”면서 “덩달아 분당이나 주변 용인 죽전 등으로 이사를 온 사원들 중 부동산 가격이 올라 이익을 본 사람들이 꽤 된다”고 전했다.

대박까지는 아니어도 짭짤한 재미를 본 사람들도 많다.

삼성물산에 근무하는 H씨. 서초동으로 이전을 앞둔 삼성물산 본사는 분당 삼성플라자. H씨 또한 강북에서 살다 성남으로 이사한 경우다. H씨는 “분당은 가격이 너무 비싸 구 성남 시가지의 낡은 아파트를 매입했다”면서 “판교 바람과 성남 구시가지 재개발·재건축이 본격화되면서 시세가 크게 오른 상태”라고 밝힌다.

H씨가 구입한 성남시 소재 주공아파트는 현재 4억원을 조금 넘는다. 매입 당시에는 2억원대 초반에 불과했다. H씨는 “강남 출퇴근도 나쁘지 않아 본사가 서초동으로 이전하더라도 그대로 살 계획”이라고 말한다.

대형 외국계 기업에서도 이런 사례는 허다하다.

사무실 선택이 까다로운 대형 외국인 업체들은 소위 ‘뜨는 지역’에 터를 잡는 경우가 많다. 도곡동 군인공제회 건물에 위치한 IBM이 대표적.

IBM의 한 직원은 “과거 도곡동에 타워팰리스 등이 없을 때 이전했다”면서 “여의도에서 도곡동으로 옮길 당시만 해도 직원들 사이에 불만이 많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회사의 혜안이 놀랍다”고 말한다. 이 직원은 “빨리 도곡동으로 이사 온 직원들은 상당한 돈을 번 경우도 있다”고 덧붙인다.

■ 도곡동으로 간 IBM, 역시 ‘되는 집안’ ■



회사 이전과 관련해서 명암이 극명하게 갈린 사례도 있다.

안양에 위치했던 LG전자 통신관 ？연구소. LG전자는 2004년 구미와 충주 등에 있던 연구시설들을 안양으로 통합 이전했다. LG전자 직원 A씨는 평촌에 있는 아파트를 연구소 이전과 동시에 구입했다. 37평형 아파트의 당시 시세는 3억~4억원 수준. 현재 이 아파트는 7억~8억원에 이른다. 같은 회사 직원 B씨는 조금 떨어진 군포에 아파트를 장만했지만, 시세차익이 1억원 수준이다. 일부 직원들의 경우는 아파트 구입을 미루고 전세를 살기도 했다. 처음 출발은 비슷했지만 현재 자산은 말 그대로 천양지차다.

이 회사 전직 연구원 Y씨는 “그나마 산본에 집을 마련했던 게 다행”이라면서 “전세로 옮겼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직원들뿐 아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회사 자체의 자산이 크게 높아지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부동산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8조9800억원 수준에 이른다. 1년 전보다 25%(1조8047억원)가 오른 것. 삼성전자가 서울과 수도권에 보유한 땅값이 크게 오르면서 공시지가가 대폭 오른 덕분이다.

부동산업계에선 “삼성만 따라 다녀도 돈이 된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 실제 본격적인 입주를 앞두고 있는 서초동 삼성전자 신사옥 주변과 동탄 반도체공장 일대 등은 엄청난 가격 상승을 경험하고 있다.

화성 인근에 위치한 중소기업 M사도 비슷한 경우. 전자 부품을 생산해 삼성 등 대기업에 납품하는 이 기업은 자사 소유 부동산이 크게 오르면서 회사 자산 가격이 급등했다.

G사장은 “지방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하더라도 굳이 수도권에서 회사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부동산 가격 때문이다”면서 “잘만 하면 몇 년 사업해 번 돈보다 더 큰 액수를 1년 사이에 벌 수도 있다”고 말한다.

G사장은 일부 부동산을 팔아,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나눠줄 계획도 갖고 있다.

반면 가산디지털단지에서 인터넷 업체를 운영하는 S사장은 직원들로부터 반 농담조로 핀잔을 듣는다. 회사 위치가 구로에 있는 바람에 집을 장만하는 직원들이 가까운 시흥이나 신도림 등에 집중하게 된 것.

S사장은 “회식 때 가끔 왜 남들처럼 강남이나 분당에 미리 터를 잡지 않았느냐는 항의성 질문을 종종 받는다”고 털어놓는다.

사옥 이전으로 직원들에게 재테크 기회를 주는 기업도 있다.

문구 업체 모나미는 지난해 용인시 수지로 본사 사옥 이전을 하면서 직원들에게 주택 구입 자금 5000만원씩을 장기저리로 지원해줬다. 대출 조건은 고정금리 3%. 최근 담보대출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시중금리보다 3~4% 이상 저렴한 셈이 됐다.

회사 측은 “서울 청담동 소재 사옥을 218억원에 매각해 자금 여건이 좋아져서 직원 복리자금을 배정하게 됐다”고 밝힌다. 사옥 이전으로 인한 직원 이탈을 막고 그동안 고생한 직원들에게 재테크 기회를 주려했다는 설명이다.

[김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