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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2007-11-03

[커버스토리 - 서울 신 용(龍)의 시대]

변방 이미지 벗고 국제업무지구 대변신

긴잠 깬 용산

富의 대명사 강남에 도전장


남산을 벼개삼아 한강을 내려다 보는 곳, 서울 용산(龍山)이 긴 잠에서 깨어나 승천을 위한 용틀임을 시작했다. 용산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단위 개발사업은 용산의 천지개벽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의 변방에서, 외세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서울의 중핵, 아니 대한민국의 중심자리를 차지할 테세다.

이미 용산 한강대로 ~ 서울역 인근의 초고층 주상복합과 오피스빌딩은 신 주거 및 비지니스 중심지로의 화려한 변신이 시작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오는 2017년~2018년 까지 국제업무단지 안에 620m 높이로 들어설 초고층 쌍둥이 빌딩은 용산 개조의 상징격이다. 늘 푸른 남산과 함께 한강으로 연결되는 용산민족공원은 서울시민의 휴식처이자 서울의 허파로 다시 태어난다. 용산은 또한 특급 주거지로 부의 대명사격인 강남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서부이촌동~동부이촌동 아파트촌과 한남ㆍ이태원동 일대의 고급 단독주택가는 머지않아 ‘한국판 베벌리 힐스’로 부상할 전망이다.

#외세의 억압, 용(龍)의 수난시대

남산을 뒤에 두고 앞으로는 한강을 바라보고 있는 용산은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지세를 갖추고 있는 명당이다. 하지만 이런 입지적 장점이 되레 근대사에서 용산의 족쇄로 작용했다. 용산은 조선시대부터 한강을 끼고 있다는 지리학적인 이점으로 전국의 조운선(화물선 일종)이 몰려드는 포구였다. 한강에서 활약하는 대규모 경강상인의 본거지가 됨으로써 자본주의적 경제활동의 시발지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위성도시로 발전했다. 그러나 1905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제는 용산 일대에 군사기지와 철도기지를 세워 한반도 통치와 대륙침략의 거점으로 삼았다.

교통의 요지, 한양의 관문이라는 지정학적 이점이 근대에 들어서 오히려 용산 발전을 저해하는 군사지역, 그것도 외국군 주둔지라는 멍에가 된 것이다. 일제가 용산에 군사기지를 둔 것은 도심과 곧바로 이어지는 데다가 한강의 물길을 이용할 수 있고 항구인 인천과 철도를 잇기에도 유리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로 1945년 해방이 되면서 일본군이 주둔했던 자리에는 자연스레 한국군과 미국군의 사령탑이 들어서게 되었다. 이처럼 용산은 뛰어난 입지 여건에도 불구하고 약 100년 동안 외국군의 주둔으로 우리 근대사에서 개발의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

#21세기, 용(龍)의 시대가 열리다

21세기들어 용산은 비로서 잠에서 깨어난다. 지난 2001년 확정된 서울시 지구단위 개발 계획에 따라 서울역에서 한강대교에 이르는 100만평의 개발이 시작됐고, 용산역이 경부고속철도 중앙역사와 신공항철도 출발역으로 선정되면서 개발이 본격화되는 계기가 됐다. 현재 용산 일대에 개발 청사진이 마련된 곳만 줄잡아 760만㎡에 달한다. 특히 용산역 일대 첨단 국제업무지구는 철도정비창 부지 44만2775㎡와 서부이촌동 지역 12만4255㎡ 등 총 56만6800㎡ 규모로 ‘뉴 용산’의 결정판이 될 전망이다. 국제업무지구 중심에는 150층 안팎의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과 국제여객터미널 등이 건립되고 주변부는 주상복합 아파트로 채워질 예정이다.

용산의 변화를 더욱 두드러지게 하는 것은 서울시의 남산공원 업그레이드와 한강변 개발 프로젝트다. 서울시의 한강르네상스 계획에 따라 한강변에는 국제 광역터미널이 건립되고, 유람선 선착장과 경제ㆍ문화 기반시설이 들어선다. 한강~랜드마크~용산역~국제빌딩 주변~용산공원~남산으로 연결되는 녹지축도 조성된다.

여기에 남산과 용산민족공원 사이 불량주택 밀집 주거지역을 강남대체 고급 주거지로 탈바꿈시키는 ‘서울시 U턴 프로젝트’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미 대한민국 큰 부자들이 모여살고 있는 한남동과 이태원동과 용산동2가, 후암동을 잇는 이곳에는 고급 단독주택과 타운하우스가 어우러진 미래 대한민국 부촌 1번지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이미 시작된 용(龍)의 변신

2000년대 초부터 각종 개발계획이 추진되면서 이미 용산 곳곳은 변화의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용산에는 국제빌딩이 랜드마크처럼 여겨졌으나 이제는 저마다 하늘을 찌르는 초고층 주상복합과 오피스들이 최고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다. 국제빌딩 주변에는 대우트럼프월드(31층), 벽산메가트리움(33층), 용산파크자이(34층), 시티파크(43층) 등이 입주 중이거나 입주를 완료했고, 파크타워(40층), 월드마크(37층), 프리미어(34층), 나인파크(32층), 아크로타워(32층) 등도 한강로 위에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아이파크몰 이마트 CGV극장가 등이 들어선 용산역사 일대 상권은 늘 사람들로 붐비는 등 활력을 되찾으며 제2전성기를 열 ？있다. 실제 아이파크몰 등장 이후 용산상권은 커다란 변화를 맞고 있다. 전자 중심의 상권에서 패션 리빙 레포츠를 아우르는 종합상권으로 변모한 것. 또한 주상복합으로 부자들이 속속 둥지를 틀면서 제너럴모터스 포드 클라이슬러와 일본의 혼다자동차 등 외제차 판매점도 속속 들어서 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용산의 달라진 위상은 벌써부터 가격으로 매겨지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용산구는 올들어 전체 아파트 2만3223가구 가운데 50.2%인 1만1658가구가 5000만원 이상 가격이 올랐다. 또 25.43%에 해당하는 5905가구는 1억원 이상이나 상승, 가구당 아파트가격이 8억6929만원으로 송파구를 제치고 강남구,서초구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글=박인호 기자(ihpark@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