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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중개업소들이 생존의 기로에 섰다. 주택시장이 극심한 거래부진에 빠지자 한 집 건너 보이던 중개업소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일시적으로 휴업한 업소도 있고 아예 문을 닫고 업종전환을 한 곳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일부 중개업소는 살아남기 위해 지역내 중개업소와 담합해 급매물의 값을 후려쳐 실수요자에게 미끼로 건네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그런가 하면 문을 열어놓고 있어도 찾는 손님이 없자 새로운 직업을 구해 그 직장에서 근무하면서 휴대폰으로 영업하는 ‘투잡 중개업자’도 늘고 있다.

■도곡동-대치동 중개업소 업종전환 행렬

거래부진은 중개업소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 서울 강남의 도곡렉슬 상가내 중개업소는 이미 절반이 업종전환을 마쳤고 나머지 25개 업소중 7곳도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중개업소가 대거 업종전환한데는 지난 연말부터 매매거래가 끊긴 데다 전세값이 급등해 이곳으로 이사를 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년 있던 봄 전세특수도 사라져 업소들을 당혹케 하고 있다.

단지내 상가에서 영업중인 C공인 사장은 “월600만원(보증금 1억5000만원)의 임대료를 내려면 33평형기준으로 매월 매매거래 3건 이상을 성사시켜야 한다”며 “지금은 매매는 커녕 전세거래까지 끊겨 한달에 수백만원씩 고스란히 까먹고 있다”고 한숨 지었다.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단지내 중개업소는 최근들어 17개 업소중 5개업소가 주인이 바뀌었다. 지금도 7개업소 이상이 매물로 내놓고 있는 상태다.

단지내 H공인 사장은 “올 초까지는 인근에서 입주한 롯데캐슬리베 때문에 유지가 됐었지만 그마저도 이젠 입주가 마무리돼 일감이 없다”며 “올봄 전세특수까지 사라져 월700만원하는 월세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단지내에서 영업중인 B공인 사장은 “지난해 아파트단지를 통틀어 매매건수를 봐도 60평형 1건을 비롯해53평형과 45평형이 10건도 안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중개업자도 살아남기 위해 ‘가격 담합’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 인근 중개업소들은 인근 단지 주민들에게 욕을 얻어먹은 지 오래다. 이 지역 중개업자들은 주민들에 ‘쉬쉬’하며 주택가격을 담합해 낮춰 팔고 있다. 매도자가 손해를 보던 말던 하나라도 더 팔아 수수료 이득이라도 챙기겠다는 속셈이다.

이 지역 P공인 관계자는 “호가는 비싸도 계약과정에서 매수자 편에 서서 많이 낮추려 애쓰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나라도 더 거래를 성사시켜야 하니까 어쩔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색이 강남지역이고 가격을 낮춰도 인근 도곡동이나 역삼동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져 아직도 거래는 잘 안되는 편이다.

이 지역 A아파트 주민 권희경씨(47·가명)는 “아예 중개업자들이 이 아파트는 ‘평당 3200만원 이하로 팔자’는 식으로 담합해 가격을 낮추려고 해 피해가 막심하다”면서 “부녀회 담합도 아니고 중개업자들이 살기 위해 아파트 가격을 낮추는 역담합을 벌이니 황당하다”고 털어놨다.

■장사 안돼 투잡족으로 변신

최근 서울 양천구 신정동 신시가지10단지 인근에서 중개업소를 하는 김사장은 조그만 제과점을 하나 차렸다. 이제껏 생업이 되어 준 중개업소가 요즘들어 장사가 안돼 월세도 못벌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가 안보이자 그동안 모아둔 돈을 털어 제과점을 연 것이다. 하지만 중개업소는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

장사가 안되지만 내부에 불을 밝혀놓고 문만 닫은채 유선전화는 휴대폰으로 연결시켜 놓으면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거래가 워낙 없다 보니까 김사장처럼 투잡을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은 인근에 다른 점포를 운영하던지 아니면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취직을 해 수입을 보충하는 형식이다